'알쓸신잡2', 아는 이야기도 특별해지는 이 여행의 묘미는어둑해진 저녁, 아마도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살아낸 그들은 이런 대폿집에 앉아 삼겹살을 구우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까. 영월에서 tvN <알쓸신잡2>의 지식수다 한 판이 벌이지는 그 대폿집의 풍경이 정겹다. 연탄불에 삼겹살이 익어가고 조금 찌그러져야 더 멋있을 주전자에 담긴 술을 돌리며 고기 한 점을 안주 삼고 그 날의 여행을 안주삼아 벌어지는 지식수다의 시간. 유시민과 유희열은 그 날 들렀던 정선 사북 탄광문화관광촌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알쓸신잡2(사진출처:tvN)'
지금은 시대의 유적이 되어 멈춰버린 탄광. 2004년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그 곳이 우리나라 에너지의 대부분을 생산했고, 그로 인해 산업화가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당시 ‘사북사태’라 불렸던 불행했던 과거사가 곁들여지고 그 유적에 남아있는 역대 대통령 하사품에 새겨진 문구들로 시대가 변화해온 그 풍경들을 가늠한다. 또 당시 탄광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제공되었던 ‘인감증’이 마치 신용카드처럼 사북지역에서 사용됐다는 사실은 그 때 그 곳에서 광부로 일한다는 사실이 갖는 힘겨움과 자부심 같은 것들이 모두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의 유적으로 남아 기억에서조차 잊혀져 가는 산물이 된 사북을 추억하며 유시민 작가는 그 곳에 남겨진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고 쓴 그 시의 문구들이 새롭다. 대폿집에서 훈훈한 그 시간의 훈기를 한 가운데 저 스스로를 태워 만들어내고 있는 연탄불이 새롭다.
사실 장동선 박사가 말한 것처럼 사북탄광 같은 이야기는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대를 살았던 중년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쓸신잡>이 다루는 사북 이야기는 어째서 그 감흥이 남다를까. 그것은 그 사실 하나에 대한 다차원적인 접근이 만들어내는 감흥 때문이다.
어디선가 신문 한 귀퉁이에서 아니면 책을 통해서 읽어냈던 그 사북의 이야기 속으로 이들은 직접 들어간다. 그 곳을 돌아다니며 산이 되어 그 위에 수풀이 자라나고 있는 곳이 사실은 본래 산이 아니라 탄광에서 나온 폐석을 쌓아놓은 것이라는 이야기에 놀란다. 연탄불로 고기를 구워먹는 자리에서 사북에서 만들어진 연탄 이야기를 하고, 이제 불이 꺼져버린 사북의 정경을 유시민은 진짜 꺼져버린 연탄재 같다고 얘기하면서 안도현 시인의 시를 말한다. 이러니 울림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식이라는 것이 본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통과되는 그 지점 어디에나 남아있기 마련이다. 영월의 청룡포에서 비운의 왕 단종의 안타까운 사연을 말하는 것은 그리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 곳에서 풍광을 즐기며 한 낮을 보냈던 장동선 박사가 조금씩 날이 저물고 인적이 사라져가자 문득 단종이 느꼈을 그 고적함과 외로움을 동감하는 일은 남다를 것이다. 그렇게 아주 오래된 역사 속의 과거는 어쩌면 현재에 다시 만나게 될 때 어떤 신비로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유현준 교수가 영월의 고씨동굴과 부석사를 다녀와 자연이 만든 건축과 인간이 만든 건축을 비교해내는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도 그래서다. 한번쯤 영월을 여행한 분들이라면 그 누가 고씨동굴과 부석사를 모르겠냐마는 그 공간을 하나의 건축물로 바라보는 시선이 던져지면 신비로운 느낌을 갖게 된다. 자연이 해온 건축이 인간이 여전히 하고 있는 건축의 원형을 제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문득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자그마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고, 또 어떤 면에서 우리가 자연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알쓸신잡2>가 보여주는 특별함이란 이런 것이다. 우리가 그저 흔히 보거나 들었던 유적이나 관광지의 모습들 속으로 새삼스럽게 직접 들어가고 그 안에서 지나쳤던 어떤 새로운 사실을 통해 삶의 비의 같은 걸 깨닫게 되는 그런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 그래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현재를 본다는 것은 <알쓸신잡2>가 보여주는 신비함의 이유다. 지식의 세계가 주는 신비함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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