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2’, 역대 최고 매출보다 외국인들에게 배우는 매너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2>가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무려 15.9%(닐슨 코리아)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나오지 않는 시청률을 달성했다. 이 날 스페인 가라치코에서 연 ‘윤식당’ 또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200유로를 훌쩍 넘긴 ‘윤식당’은 그래서 그날 밤 자축의 의미로 박서준이 윤여정을 위해 가져온 귀한 와인을 오픈했다.
하지만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한 그 날 ‘윤식당’은 한 마디로 멘붕이었다. 손님이 오지 않아 발을 종종 대던 이전과는 정반대로 오픈 하자마자 들이닥친 손님들로 끊임없이 주문이 이어졌고 심지어 추가 주문까지 겹쳐지면서 홀과 주방은 모두 혼이 빠져나간 모습이었다. 갑작스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고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조차 힘겨워하는 주방과, 주문이 밀려 음식을 받지 못한 손님에게 재차 사과를 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문제는 소통부재에서 발생했다. 홀에서 주문과 서빙을 하는 이서진과 박서준은 주문 상황을 공유하지 않았고 각각 주방에 받은 주문을 알리고 있었고, 테이블에도 번호 같은 것이 없어 음식을 만들어 놓고도 몇 번 테이블로 나가야 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독일 부부 손님은 그래서 음식이 이미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테이블로 계속 나가는 바람에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또 홀로 식사를 하러 온 어르신은 다른 테이블 음식들이 다 나온 후에야 겨우 음식을 받는 기다림이 이어졌다. 먼저 온 테이블을 우선순위로 해서 음식을 내놓다보니 간단한 주문이라도 후에 온 테이블은 한참을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 결국 다음 날 박서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이블 주문표 이외에 음식 내놓는 순서표를 따로 준비했다. 그래야 덜 기다리며 홀에 손님들이 음식을 두루 맛볼 수 있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렇게 손님들이 몰려들 줄 몰랐다고 해도 테이블에 번호를 매기고 또 주문한 음식을 어떤 순서로 마련해 내놓는가 하는 점은 음식점을 개업할 때 미리 생각했어야 하는 대목이다. 물론 이 정신없는 멘붕 상황을 통해 음식 만드는 일만큼 서빙이 중요하다는 걸 몸소 깨달은 하루였지만 사전 준비가 없어 외국인 손님들이 불편을 겪게 된 사실은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어쨌든 우리 음식을 선보이는 자리가 아닌가. <윤식당2>의 시청자들이 외국인 손님들의 불편을 보며 똑같은 불편함을 느낀 건 그만큼 이 프로그램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있어서다.
하지만 더더욱 흥미로운 건 외국인들의 반응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면서도 뭐라 불평하기보다는 그냥 묵묵히 기다리고, 직원을 불러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지기보다는 그저 어깻짓으로 살짝 어필하는 정도의 매너를 보였다는 점이다. 또 홀로 오신 어르신은 늦게 나와 죄송하다는 직원의 말에도 괜찮다고 선선히 얘기해주었다.
그러고 보면 낮선 타국의 음식을 맛보는 외국인들의 반응 또한 상당히 타문화를 존중하는 태도가 깔려 있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너무 맛있다”는 표현 속에는 타문화에 대한 오픈된 마인드가 전제로 깔려 있을 수밖에 없다.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맛있는 음식에 대한 상찬을 해주고, 또 수고에 대해 팁을 아끼지 않는 그들 중 이른바 ‘진상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연 우리라면 어땠을까. 다른 테이블에 음식들이 나오는 와중에 그렇게 오래도록 기다리는 걸 선선히 용인하고 매너 있게 대처했을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윤식당2>이고, 그 날 최고 매출을 기록한 ‘윤식당’이지만 이번 회차는 그래서 외국인들의 매너를 더 보게 됐다. 실수도 어느 정도 용인해주는 배려 깊은 손님들의 매너를. 잠깐 잊고 있었지만 <윤식당2>의 진짜 주인공들은 그래서 음식점을 찾아온 외국인 손님들이 아닐까 싶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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