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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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네 반찬' 보면 속이 다 시원하다는 주부들의 속내

D.H.Jung 2018. 8. 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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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네 반찬’이 주부들의 시선 사로잡은 비결

도대체 이 묘한 카타르시스는 어디서 오는 걸까. tvN <수미네 반찬>을 보면 속이 다 시원하다는 주부들이 있다. 엄마가 했던 그 추억의 레시피를 떠올리며 거침없이 만들어내는 김수미의 요리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하는 요리의 방식과 더불어, 이 프로그램이 구도로 잡아놓은 셰프들과의 역전된 관계가 그간 일상에서 짓눌려온 주부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것이다. 

<수미네 반찬>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김수미라는 인물의 캐릭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에게는 일용이 엄마로 더 알려져 있고,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욕 잘하는 센 캐릭터로 각인되어 있는 인물이다. 물론 그 센 캐릭터와 엄마의 이미지가 더해지면 그 어렵던 시절에 쉽지 않은 살림으로도 자식들 건사한 억척 엄마의 면모가 그려진다. 억척스럽고 세지만 자애로움을 동시에 가진 그런 엄마가 김수미에게서 떠오른다는 것.

요리하는 방식도 딱 그런 억척 엄마의 그것이다. 밥 달라 아우성치는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먹이려는 마음과 그러면서도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음식을 해주려는 그 마음이 더해져 김수미의 요리법은 독특한 지점을 만들어낸다. 손이 너무나 빨라서 셰프들조차 그걸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 진땀을 흘리게 만들고, 하나하나 계량을 해서 정량의 레시피를 추구하기보다는 손에 익은 감각으로 척척 양을 맞춘다. 보기에는 대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게스트로 나온 요리연구가 이혜정이 말한 것처럼 ‘세월의 고수’의 내공이 느껴진다.

김수미가 ‘요만치’ 식의 ‘계량법’을 시전하면서도 딱딱 맞춰내는 간은 그래서 신기하게 보일 정도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이유는 그렇게 정량을 맞추진 않아도 넣어가며 맛을 봐가며 부족하면 채우고 넘치면 재료를 더 넣어 간을 맞추는 방식이 어쩌면 ‘가족의 입맛’에는 최적화될 수 있어서다. 가족은 저마다 입맛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니 정량의 레시피는 가족마다 또 누가 먹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최적화된다. <식객>의 ‘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의 가짓수는 세상의 엄마의 숫자와 동일하다’는 그 명대사가 그저 멋있는 표현이 아니라 실제인 이유다. 

물론 요즘은 가사노동 역시 부부가 분담하고, 요리를 하는 일에 남성들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엄마들의 몫이 더 큰 게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그 엄마들의 입장에서 보면 <수미네 반찬>의 김수미가 하는 시원시원한 요리는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물론 정성이 담긴 요리지만, 척척 해내면서 “그냥 먹어”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입에 넣어주는 그 모습은, 그 힘든 살림도 모르고 밥 투정 반찬 투정하기도 하는 가족들 앞에서 서운함 같은 걸 느꼈을 주부들에게는 기분 좋은 ‘한 방’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게다가 <수미네 반찬>은 일련의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내고 있는 권력구도(?)를 김수미라는 엄마를 통해 모두 뒤집어놓았다. 이 프로그램 안에서는 그래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도가, 남성과 여성의 구도가 역전되어 있다. 김수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쩔쩔 매는 셰프들의 모습은 그래서 요리 프로그램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러면서 이혜정과는 같은 엄마로서, 여성으로서의 공감대를 이어가는 대화를 나눈다. 

퉁명스럽고, 불친절하기 이를 데 없는 레시피지만 이상하게도 <수미네 반찬>이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김수미라는 엄마가 하는 요리 속에 그 정서적 공감대가 들어 있어서다. 가끔 재료를 넣으며 너무 많이 넣으면 “죽는다”는 식의 얘기 속에 담겨진 두 가지 정서. 가사노동의 힘겨움이 살짝 감정적으로 얹어진 정서와, 그러면서도 가족들 건사하려는 그 따뜻한 정서가 김수미를 통해 드러날 때 주부들은 그것이 제 마음 같아 속이 다 시원해진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