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3’가 담은 악의 평범성에서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면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나치 독일의 이야기지만 어쩐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전후 그 때의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고 잊지 않으려는 독일의 노력에서, 그와는 정반대로 반성은커녕 그 역사를 덮으려고만 하는 일본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건 우리네 개발시대의 잔상들이 이 이야기에서 연상된다는 점이다. tvN <알쓸신잡3>가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나눈 나치 독일과 히틀러 그리고 ‘악의 평범성’에 대한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이유다.
먼저 인상적으로 다가온 건 프라이부르크 길거리 곳곳에 남겨진 ‘슈톨터스타인’이라는 당시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걸림돌’이었다. 당시 희생된 유대인들이 마지막으로 살았던 지점에 남겨진 그 ‘걸림돌’에는 그 분들에 대한 짤막한 기록들이 남겨져 있었다. 길거리에서 유시민과 김진애 그리고 유희열이 발견한 어떤 슈톨터스타인은 한 가족의 흔적을 그대로 읽을 수 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전쟁을 일으켰던 나치 독일의 잘못된 역사들을 바닥에 걸림돌의 형태로 기록해 늘 고개를 숙이며 들여다볼 수 있게 해놓은 것.
그런데 이처럼 철저하게 이뤄진 나치 독일이 저지른 야만에 대한 반성은 어떻게 해서 가능해진 걸까. 그건 그 지독한 악이 나치나 히틀러 같은 한 명의 ‘악’에 의해 벌어진 것이라 치부하지 않은 결과다. 프라이부르크에서 공부했던 한나 아렌트가 고민했던 ‘악의 평범성’이 그것이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으로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에 대한 기록을 담았던 한나 아렌트는 무려 600만 명을 가스실로 보낸 그가 너무나 평범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무능력이 바로 악’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시종일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 증언하는 아이히만에게서 악이 엄청난 동기를 갖고 벌어지는 일이 아니고, 따라서 그 때의 비극들이 히틀러나 괴벨스 같은 특정인들이 저지른 짓만이 아니라 독일인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설파한 것.
한나 아렌트의 이 통찰은 너무나 아파 당대 유대인들은 물론이고 독일인들에게도 비판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모두가 받아들여지는 이야기가 됐다. 여기에 김영하는 최근의 연구결과의 한 대목을 더해주었다. “순종적인 사람들이 나쁜 짓도 잘 순종해서 따른다”는 것. 이야기를 한참 듣던 유희열이 갑자기 “이 이야기를 듣는데 낯설지가 않아요”라며 “대한민국에서 수도 없이 들어왔던” 이야기라고 말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탈취한 개발시대 의 군부독재와 신군부독채 시절의 아픈 역사와 세월이 흘러 그 주범들이 청문회에 나와했던 아이히만 같은 발언들. 그럼에도 여전히 지지의 의사를 보냈던 사람들과 그래서 다시 대통령이 됐던 그 딸이 또다시 그 때의 역사를 반복했던 일들....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이 전후보상금으로 경제가 파탄나게 되면서 생겨난 혼란 속에서 탄생한 히틀러와 그가 등장하면서 처음부터 내건 “공익은 사익에 우선한다”라는 말이 개발을 내세운 박정희 독재 정권시대의 그 기조와 무엇이 다를까. 또 독일인들이 우수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우생학을 내세워 유대인들을 희생양으로 내몬 그 잔악한 범죄가, 전두환 신군부가 등장하며 무고한 광주 시민들을 폭도로 부르며 총칼을 휘두른 일과 무엇이 다른가.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잘 들여다봐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도 저질러졌던 그 악은 한두 명의 독재자들에 의해 이뤄진 저들만의 일이 아니라 거기에 항거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일정 부분의 책임이 있었다는 것.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혐오를 우리 스스로 인정하고 다스리려 하지 않는 한 또 다시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걸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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