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마스코트된 상근이, 그 명과 암
평범한 개에서 어느 날 불쑥 이름이 뜨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근이. ‘1박2일’의 마스코트였던 상근이는 이제 국민 마스코트가 되어가고 있다. ‘하룻밤 자고 났더니 스타가 되어 있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근이에 대한 관심은 갑작스레 커졌고, 그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월수입은 얼마나 되며 나이는 몇이고 결혼(?)은 했는지 같은 사생활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라디오 방송 출연에 발로 찍어서 하는 팬 사인회, 게다가 피겨스타 김연아와의 만남까지 상근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평범한 개로서는 상상도 못할 호사처럼 보인다. 벌써부터 연예기획사가 나서서 상근이를 매니지먼트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 정도니 그 관심은 같은 프로그램 출연자들마저 부러울 정도가 아닐까.
상근이는 그 존재만으로도 이제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국민견이 되었다. 그런데 이 즈음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상근이도 우리가 생각하듯 스타로서의 행복을 느끼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먼저 상근이가 어떻게 이런 국민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뜬금 없는 질문을 던져보자. 상근이와 한때 3D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아담 같은 사이버스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떠오르는 건 둘 다 독특한 캐릭터로 주목받았다는 점이다. 캐릭터 비즈니스에서는 심지어 괴물까지 캐릭터로 활용할 정도인데, 여기서 말하는 ‘독특한 캐릭터’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이 아니면서 인간 이상의 대우를 받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상근이는 은초딩(은지원)과의 대립구도를 통해 확고하게 캐릭터를 세웠다. 그것은 먼저 거대한 상근이, 작은 은초딩이라는 외관의 대비가 각자의 캐릭터를 강화시켰다. 상근이 옆에 서면 은초딩은 더 작아서 진짜 초딩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고, 반대로 상근이는 더 큰 존재처럼 보인다. 이러한 외관에 인간과 개의 대결구도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초등학생 같은 사고방식으로 상근이를 갖고 놀려는 은초딩의 모습과 이를 귀찮아하는 어른스러운 상근이의 모습을 대비시킨다. 때론 자신의 말을 듣다가도 상근이에게 번번이 당하는 은초딩은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개와 그런 승부를 겨루고 있다는 점 자체가 각각의 캐릭터를 강화하는 장치가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진짜 사람이름처럼 친근한 이름을 가진 상근이의 캐릭터가 인격화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상근이가 보여준 캐릭터가 아니라 연출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인격이다. 이것은 저 사이버 스타들의 그것처럼 부여된 것일 뿐, 본인이 원한 것은 아니다. 사이버 스타야 생명체가 아니기에 문제는 없지만, 상근이의 경우는 다르다. 인간은 아니지만 상근이는 엄연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말을 못하기에 항변조차 하기 힘는 생명체.
‘1박2일’, ‘아현동 마님’에 겹치기 출연을 하면서 모 광고CF도 찍고, 팬 사인회까지 하러 다니는 등의 바쁜 나날은 상근이가 원하지 않는 삶일 수도 있다. 그것을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은 상근이를 통해 대리충족을 하려는 욕구로 인해 인격을 부여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근이를 그저 자연으로 돌려보내자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상근이를 통해 얻은 행복만큼 좀더 상근이 입장에서의 행복을 고려하자는 말이다. 자칫 상혼에 찌든 비정한 연예비즈니스의 세계 속에 빠져 행복한 개가 아니라, 불행한 인간화된 개로 살아가지 않게 하자는 이야기다. 상근이는 다른 개들보다 좀더 행복한 개 정도로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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