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가 보여주는 선악, 갑을보다 직업적 성공 찾는 인물들
액면으로 보면 이들은 쓰레기 같은 인물을 변호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이 이기기를 바라게 된다. 이건 단순히 이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들이 하는 행동이나 선택에도 그만한 납득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일까.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를 보다 보면 관점에 따라 얼마나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는가를 실감한다. 그간 우리네 드라마에서 꽤 많이 등장했던 검사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들을 볼 때면 검거된 이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들은 도덕도 윤리도 없이 돈이면 다 되는 악당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이에나>의 주인공들인 윤희재(주지훈)와 정금자(김혜수)가 변호사로 등장하자 이제는 검사들이 이들을 몰아붙이는 악당들처럼 보인다.
그것도 윤희재와 정금자가 변호해야 하는 D&T 손진수(박신우) 대표는 정금자의 표현대로 “쓰레기” 같은 인물이다. 엄청나게 많은 퇴사자들은 모두 손진수가 퇴근도 없이 일을 시키며 직원들을 착취해왔고, 일종의 ‘가스라이팅(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행위)’을 해왔다고 증언했다.
증인으로 나선 김영준(한준우)의 다이어리에는 손진수의 그런 행위들에 대한 것들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고 특히 개인정보 도용을 지시한 내용도 들어있었다. 그대로 법정에 간다면 손진수의 유죄는 거의 확정적이었다. 그만큼 손진수는 선악으로 봐도 악당이었고, 갑을관계에서도 갑질을 하는 오너였다.
그런데 윤희재와 정금자는 바로 이런 악당이자 갑질하는 인물을 변호해야 하고, 무죄를 받아낸 후 D&T 상장까지 성사시켜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윤리적인 차원에서 또 사회정의의 차원에서 보면 처벌받아 마땅한 인물이지만, 드라마는 그런 윤리나 사회정의보다는 윤희재와 정금자가 처한 직업적 상황에 더 집중한다. 그들은 어떻게든 이 미션을 성사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쓰레기라도 해도 변호해야 한다는 것.
결국 정금자는 손진수가 쓰레기라는 걸 인정하는 것으로 이 소송의 실마리를 찾는다. 그렇게 해온 갑질들 때문에 김영준이 앙심을 품었을 수 있고 그래서 그가 쓴 다이어리도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정금자는 자살한 직원의 대화 내용을 확보해 틀어줌으로서 김영준이 개인정보 도용을 한 범인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즉 손진수가 쓰레기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에서 개인정보 도용을 한 범인은 따로 있다는 걸 밝혀낸 것.
<하이에나>가 손진수 같은 인물을 승소시키는 윤희재와 정금자의 공조를 다루고, 또 그 이야기에 우리가 몰입하게 되는 건 왜일까. 그것은 도덕교과서에 나올 법한 윤리적인 차원의 이야기들이 실제 현실과는 그만큼 거리가 멀다는 걸 드러내주면서, 이 살벌한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직업적 성취나 성공이 개인에게는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말해준다.
또한 악연으로 이어져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며 입장 차를 보이던 윤희재와 정금자가 함께 사건을 맡게 되고 그 공동의 목표로 인해 공조하는 이야기 또한 그렇다. 조직에서 함께 성공시켜야 하는 목표는 종종 개인의 입장 차보다 더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하기 싫어도 해야하고 개인적 가치에 어긋난다 해도 조직은 그걸 회피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이에나>가 그리는 현실은 훨씬 더 치열하게 다가온다. 윤희재도 정금자도 섣부른 정의감을 내세우지 않는 프로들이다. 그곳이 일단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금자가 손진수를 찾아가 김영준을 그만 밟으라 으름장을 놓는 건 이런 직업적 선택과 달리 윤리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윤희재와 정금자의 선택과 행동에 공감하고 빠져드는 건 그것이 우리네 현실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막연한 정의감이 주는 판타지가 현실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 개개인의 윤리적 선택이 달라도 일의 세계에서는 때때로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걸 <하이에나>는 윤희재와 정금자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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