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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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야구 말구', 이영표와 박찬호 정말 초보 맞나요?

D.H.Jung 2020. 11. 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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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야구 말구', 스포츠와 예능 모두 잡은 박찬호와 이영표

 

KBS <축구 야구 말구>는 요즘 많이 등장하고 있는 스포츠 예능들과 비교해보면 '미니멀'한 느낌을 준다. 일단 출연자와 기획이 단출하다. 박찬호와 이영표. 두 사람이 간단하게(?) 훈련을 받은 후 전국에 있는 생활체육 고수들(?)을 찾아가 한 수 배우는 것이 그 콘셉트다.

 

생활체육을 모토로 가져왔던 KBS <우리동네 예체능>과 비교해 보면 <축구 야구 말구> 스케일이 훨씬 작다. 하지만 스케일이 작다고 해서 그 재미 역시 적은 건 아니다. 모든 걸 줄이고 대신 박찬호와 이영표에 집중하기만 해도 의외로 빵빵 터지는 재미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일단 이 프로그램은 제목부터가 심상찮다. 물론 그 제목은 축구, 야구가 아닌 생활체육을 지향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지만, 박찬호와 이영표가 첫 만남에 야구를 앞에 쓸 것이냐 아니면 축구를 앞에 쓸 것이냐는 두고 팽팽한 논쟁(?)을 벌이는 진풍경을 만들어낸다. 결국 논리로는 답이 나올 수 없어 공기로 대결을 벌여 이영표가 이기는 바람에 제목이 그렇게 정해졌지만, 이들의 묘한 경쟁과 대결구도는 이 프로그램이 느슨해지지 않게 되는 이유로 작용한다.

 

레전드는 역시 다른 분야에서도 통하는 게 있는 것일까. 놀랍고도 흥미로운 건 박찬호와 이영표가 처음 배웠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습득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친 이형택은 곧바로 두 사람이 랠리를 벌이는 걸 보고 감탄하고, 박찬호가 투구하듯이 서브에 스핀을 넣는 모습에 "레전드는 다르다"는 걸 토로한다. 배드민턴을 가르친 이용대는 수박을 셔틀콕으로 수박을 깰 수 있다며 그걸 실제 보여줌으로써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더 놀라웠던 건 박찬호도 이영표도 그걸 해냈다는 사실이었다.

 

탁구를 가르치러 온 유승민은 보통 6개월은 해야 할 수 있는 드라이브를 척척 해내는 박찬호와 이영표에 놀라고, 10점을 잡아주고 한 경기이긴 했지만, 두 사람이 복식으로 한 경기에서 지고는 그들의 남다른 운동 능력을 칭찬했다. 관찰력이 남다른 이영표는 금세 습득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남다른 투지를 가진 박찬호는 안 되도 여러 시도를 통해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

 

두 사람만 서 있으면 어딘지 딱딱할 것 같은 분위기를 오마이걸 승희가 중간에 자리에 부드럽게 해주고, 마치 여동생처럼 이들의 경기를 관전하며 찐 리액션을 더해준다. 그러니 그 현장의 놀라움이 승희의 표정과 말, 비명소리(?)에 고스란히 묻어 전달된다.

 

그런데 이들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초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재미와 의미를 선사한다. 물론 박찬호는 예전부터 예능 나들이를 해온 바 있고, 이영표도 최근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선배 힘들게 하는 후배 캐릭터로 웃음을 준 바 있다. 하지만 <축구 야구 말구>에서 이들의 케미는 스포츠선수로서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더 흥미진진함을 안긴다. 선배로서 깍듯하지만 경기에 있어서는 가차 없는 이영표와 시작부터 '투 머치 토커'로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말을 쏟아내지만, 밤에는 꼭 일기를 쓰고 아침에는 명상을 하는 모습에서는 그만의 삶에 대한 방식들이 묻어난다.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최근의 예능들은 웃음만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한다. 박찬호가 명상 도중 승희에게 들려준 자신이 가장 힘들 때 자신에게 했다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에는 그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삶을 걸어왔다는 걸 느끼게 해 보는 이들의 찡한 공감대를 만들었다.

 

3회까지 특훈을 마친 이들은 이제 다음 회부터는 지역의 생활체육 고수들을 찾아가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종목은 다르지만 스포츠 레전드들이 생활체육 고수들과 벌이는 대결이 일단 기대되고, 그들이 그 여정을 통해 나누는 이야기들과 벌이는 해프닝에서 묻어날 소소한 재미와 삶의 의미들이 궁금해진다. 진정 박찬호와 이영표의 스포츠는 물론이고 일상에서의 매력을 이만큼 잘 끌어내는 프로그램도 없지 않나 싶다.(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