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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빈센조', 단지 겉멋에 송중기를 마피아로 설정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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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더해".. '빈센조', 송중기를 마피아 변호사로 세운 속내

 

"여기 정말 양아치네요. 야쿠자, 마피아가 하는 짓은 다하고 있어요." 바벨건설 자료를 보던 빈센조(송중기)는 이들을 마피아에 비교한다. 그 말에 법무법인 지푸라기의 홍유찬(유재명) 변호사는 동감을 표한다. "바벨은 마피아와 다를 게 없습니다. 바벨의 파트너인 우상 로펌도 마찬가지구요. 엄밀히 말하면 우상은 그 양아치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입니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이 드라마가 어째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라는 빈센조라는 인물을 설정해, 그것도 한국행을 하게 만들고 이곳에서 금가프라자를 어쩌다 지켜내는 히어로로 세웠는가 하는 그 의도를 드러낸다. 이 드라마는 최근 대중들이 흔히 '관피아'니 '검피아'니 하며 부정한 저들의 카르텔을 표현하는 우리네 현실을 빈센조라는 마피아를 직접 세움으로써 풍자하고 저격한다.

 

검사였지만 윗선에서 대놓고 성추행 사건을 무마하라는 지시를 받은 최명희(김여진) 변호사는 '검피아'로 불리는 카르텔의 실체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는 자기만 당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검사직을 때려치우고 우상 로펌에 들어온다. 로펌의 대표 한승혁(조한철)은 최명희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정리한다.

 

"서부지검장, 서부장. 이 사돈지간이 남부지검에 가족카르텔 만든다는 소문 다 퍼졌어요. 개혁이고 공수부 절대 못 뚫고 들어가는 카르텔! 근데 거기에 선배를 끼워주겠어? 아니. 그냥 부려먹다가 오늘처럼 한 방에 날려 버리는 거야." 그 카르텔이 자신을 결코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최명희 같은 검사가 우상 로펌 같은 곳의 수석 변호사가 되어 가진 자들의 밑을 닦아주고 약자들을 짓밟는 과정 역시 마피아 같은 카르텔을 가진 우리네 사법 현실을 보여준다.

 

<빈센조>의 풍자 코미디가 신랄하고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한 건, 단지 빈센조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말과 액션 때문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관피아, 검피아로 불리며 대중들에게는 그들만의 카르텔로 정의가 아닌 이익을 위한 집단처럼 보이는 권력들에 대한 속 시원한 일갈이 담겨 있다. 진짜 마피아가 나타나 그들 방식대로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과정이 주는 사이다의 맛이란.

 

"여기가 이탈리아였으면 너희는 지금 아무도 모르게 포도밭 거름 되어 있을 거야. 그리고 싸구려 와인으로 어디서 1+1에 판매되고 있겠지. 난 협상이 아니라 경고를 주러 온 거야. 이젠 우리도 가만있지 않을 거거든." 빈센조가 우상을 찾아와 마피아식의 경고를 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큰 카타르시스로 다가온다.

 

사실 극중에 등장하는 이탈리아 마피아는 총을 쏘고 불을 지르는 잔인한 존재들로 그려지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는 저 권력과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바벨건설 같은 존재들은 눈에 보이지 않게 '합법을 위장해' 법망을 빠져나가며 약자들의 삶과 터전을 몰아낸다는 점에서 더더욱 잔인하다. 이들이 하는 방식은 실로 교묘하다.

 

우상의 사주를 받은 앤트 재무관리는 사람이 없는 건물 부분을 헐어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그래서 세입자가 도망을 치면 건물을 한방에 철거해버리는 방법을 쓴다. 물론 위법은 우상이 모두 커버한다. 그리고 그 우상 뒤에는 바벨건설이 그 뒤에는 검사 같은 법 권력자들이 카르텔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

 

<빈센조>는 그래서 괜히 겉멋에 마피아라는 소재를 더해 놓은 게 아니다. 거기에는 우리네 부조리한 현실의 권력 카르텔에 대한 강렬한 풍자가 자리해 있다. 그래서 그 풍자 속에 등장하는 빈센조라는 인물이 서민들을 위해 싸우는 그 과정은 더더욱 시원해진다. 간만에 느끼는 제대로 된 풍자 블랙코미디의 맛이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