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괴물', 신하균을 만난 그들은 그렇게 연기 괴물이 되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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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신하균을 만난 그들은 그렇게 연기 괴물이 되었다

D.H.Jung 2021. 4. 1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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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균 이외에도 '괴물'이 끄집어낸 연기 괴물들

 

신하균만이 아닌 모두가 연기 괴물들이었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은 그래서 드라마 말미에 되돌아보면 그 제목이 마치 이들 연기 괴물들을 지칭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첫 회부터 끝까지 드라마의 추동력을 중심에 잡아준 신하균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괴물이다. 그는 이동식이라는 피해자 가족이자 형사 역할로 범인과 사체를 찾으려는 절박한 심정을 그 눈빛 하나 표정 하나에도 담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동식의 파트너이자, 동시에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든 한주원(여진구)은 <괴물>을 이끄는 또 한 축이었다. 지극히 공적인 형사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는 모습과 점점 사건의 진실을 파고들수록 사적인 관계와 충돌을 일으키는 한주원이라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여진구는 너무나 생생하게 잘 표현해 줬다. 배우는 함께 하는 배우로부터 배운다고 하던가. 신하균을 만난 여진구는 그래서 그 관계의 시너지를 통해 한껏 성장하는 배우가 됐다.

 

<괴물>은 신하균과 여진구 이외에도 다양한 '연기 괴물들'을 선보였다. 다리를 저는 평범하고 소심한 인물처럼 보였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의 정체를 드러냄으로써 <유주얼 서스펙트>급 반전 소름을 안긴 강진묵 역할의 이규회, 이동식의 절친이지만 그의 여동생을 차로 쳐 죽였다는 드러낼 수 없는 비밀과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박정제 역할의 최대훈도 이 작품이 끄집어낸 빛나는 배우들이다.

 

특히 최대훈은 <괴물>이라는 심리가 더해진 범죄스릴러의 색깔을 잘 드러내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범죄에 가담하게 된 인물이면서, 그 피해자가 절친의 여동생이라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는 인물. 그 복잡한 심리는 <괴물>이 범죄스릴러이면서도 보다 깊은 감정과 정서적 쓸쓸함 같은 걸 더할 수 있게 된 이유였다. 그런 점에서 조역이지만 최대훈의 연기는 주역만큼 중요하고 도드라졌다 평가된다.

 

후반부에 들어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도해원과 이창진을 각각 연기한 길해연과 허성태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개인의 넘쳐나는 욕망과 자식을 향한 모성애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도해원이나, 그럴 듯한 사업가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언제든 야수의 본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이창진은, 이 드라마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최강 빌런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복잡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낸 길해연과 허성태의 연기자로서의 저력 또한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신인 같지 않은 신인 최성은을 빼놓을 수 없다. 만양정육점 주인으로 실종된 엄마를 기다리는 유재이 역할을 소화해내는 최성은은, 역시 이 지역의 살풍경하고 쓸쓸한 정조를 잘 드러내는 연기를 보여줬다. 신하균, 여진구, 이규회 같은 배우들과 함께 합을 맞춰 연기하는 모습 속에서 그는 신인이라는 느낌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냈다. 아마도 그로서는 <괴물>이 연기자로서의 성장에 중요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괴물>이 이처럼 다양한 연기 괴물들을 발굴해내는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건, 이 드라마가 그리는 인물들이 누구 하나 전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물들은 저마다의 비밀이나 아픈 상처 혹은 숨겨둔 욕망들을 갖고 있어 복합적이고 입체적이었다. 그러니 이를 소화해내는 연기자들의 잠재력이 인물들을 통해 끄집어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괴물>은 그래서 작품으로서도 괴물 같은 완성도를 만들어냈지만, 연기 괴물들을 쏟아낸 작품으로도 주목받는 작품이 됐다.(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