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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빈의 엄마 고래 이야기가 특히 슬펐던 건(‘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동그란 세상 2022. 7. 1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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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의 부모가 그려낼 장애에 대한 두 시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고래사냥법 중 가장 유명한 건 새끼부터 죽이기야. 연약한 새끼에게 작살을 던져 새끼가 고통스러워하며 주위를 맴돌면 어미는 절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대. 아파하는 새끼를 버리지 못하는 거야. 그 때 최종 표적인 어미를 향해 두 번째 작살을 던지는 거지. 고래들은 지능이 높아. 새끼를 버리지 않으면 자기도 죽는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래도 끝까지 버리지 않아.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박은빈)는 함께 탈북자의 폭행상해 사건을 맡은 동료 변호사 최수연(하윤경)에게 엄마 고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남다른 고래에 대한 애정을 보이고 그래서 업무 중에도 불쑥 고래 이야기가 튀어나오곤 하는 우영우. 이 드라마에서 고래는 여러 가지 상징으로 사용된다. 바다에서 살지만 포유류라는 다소 이질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자폐스펙트럼을 갖고 있지만 사회에 나와 살아가는 우영우를 상징하기도 하고,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 이야기를 통해 여전히 사회에서의 편견에 갇혀 있는 우영우를 말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영우가 엄마 고래 이야기를 꺼내놓은 것처럼, 이 드라마에서 고래는 ‘위대한 엄마’의 상징이기도 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새끼를 버리지 않는 엄마. 하지만 자신에게는 없는 그런 엄마. 우영우가 맡은 폭행 상해 사건의 가해자인 탈북여성은 또 다른 엄마 고래 같은 존재다.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어쩌다 사건에 휘말리게 됐지만, 이 엄마는 아이 때문에 5년 간이나 도망자 생활을 한다. 아이가 너무 어려 엄마를 기억하지 못할까봐 그렇게 5년 간 지낸 후, 죗값을 받기 위해 자수한다. 처벌을 받는 두려움보다 아이를 잃을까 싶은 두려움이 더 큰 모성이다. 

     

    그런데 우영우의 엄마 고래 이야기는 탈북여성에 대한 이야기에서 꺼내진 것이지만, 실상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라는 말이 아프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우영우는 버려졌다. 그런데 그는 왜 엄마로부터 버려졌을까. 이 부분은 드라마가 차후에 조금씩 사연을 풀어놓을 것이지만, 어쩌면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장애에 대한 시선과 이를 갖고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 그리고 이를 도외시하고 있는 사회의 엇나간 편견 같은 것들을 담은 것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 단서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우영우의 아버지 우광호(전배수)를 통해 찾아진다. 엄마는 버렸지만 아버지는 많은 걸 희생해가며 우영우를 끝까지 지키고 키웠다. 재혼을 한다거나 하는, 자신을 위한 삶보다 딸을 위한 삶을 선택하고 그의 재능을 알아내고 관심 있어 하는 법 공부를 시켜 변호사가 되는 길을 열어 주었다. 한 사람의 희생이 장애를 가진 이의 가능성을 살려냈다. 

     

    그런데 엄마는 왜 버렸을까. 아직 그 엄마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드라마의 스토리텔링 구조로 봤을 때 우영우의 엄마는 법무법인 한바다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태산의 대표 태수미(진경)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건 아직까지 추정이지만 이런 추론은 라이벌 관계를 가진 두 회사의 이름으로도 어느 정도 유추된다. 우영우라는 고래를 받아준 건 ‘한바다’다. 태수미가 대표로 있는 회사 ‘태산’은 고래가 살 수 없는 곳이다. 위로만 올라가려 해서 더 이상 고래를 받아줄 수 없는 곳. 

     

    만일 태수미가 우영우의 엄마이고, 남다른 야망으로 더 높이 오르기 위해 장애를 가진 아이를 버렸다면 그 상황은 장애에 대해 사회가 갖는 편견이 드리워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성공을 위해 앞으로만 달려가는 사회는 장애를 가진 소수자들을 마치 없는 것처럼 치부하지 않던가. 

     

    모성으로 표현됐지만 사실 이건 좀 더 확장해서 장애를 사회가 어떻게 수용하고 끌어안는가에 대한 화두처럼 보인다. 단순하게 보면 장애가 있어도 끝까지 옆에서 지켜준 우광호와 끝내 버린 엄마를 대척점으로 세워 어떤 선택이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길로 갈 것인가를 묻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한바다의 정명석(강기영), 한선영(백지원), 이준호(강태오), 최수연(하윤경)처럼 장애가 있어도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아이를 버리고 떠나버린 우영우의 엄마 같은 사람이 될 것인가. 

     

    우영우가 꺼낸 엄마 고래 이야기가 특히 슬픈 건 그래서다. 그는 그래도 몇 프로 안 되는 서번트 증후군이고, 그래서 사회에 어느 정도 적응해 잘 살아내고 있는 인물이며 나아가 이건 드라마로서 어느 정도 판타지가 더해진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려진 존재’라는 상처가 거기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그래서 슬프면서도 이 인물을 보듬고 싶고 세상 밖으로 당당히 나오게 하고픈 마음이 일었을 게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지워져온 그 삶이 “저는 우영우입니다.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라고 당당히 소개될 수 있게.(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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