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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세상

어째서 ‘빅마우스’는 이종석, 임윤아를 캐스팅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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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 누아르에 들어온 멜로 배우들, 그 반전의 시너지(‘빅마우스’)

빅마우스

빚에 쪼들리면서도 입만 열면 뻥뻥 허세를 터트리는 빅마우스(Big mouth) 변호사. 어쩌다 재벌가와 언론사 권력자들의 사건에 휘말리고, 하루아침에 희대의 사기꾼이자 마약왕으로 불리는 빅마우스(Big mouse)가 되어버린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변호사, 감옥에서 벌어지는 사투와 성장, 진실과 정의를 위한 복수극.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는 누아르 장르의 복수극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서사를 풀어 놓는다. 

 

뻔해 보이지만 이 복수극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는 건 여러 가지 흡인 요소들이 겹쳐져 있어서다. 일단 거대한 사건에 휘말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렇고, 그 인물이 다름 아닌 권력자들에 의해 핍박받는 서민들이라는 점이 그렇다. 복수극이고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지만 <빅마우스>는 여기에 소시민들의 정서를 얹어 놓았다. 무엇보다 진짜 빅마우스가 누군가 하는 궁금증은 이 누아르에 강력한 추동력을 만든다. 벌써부터 누명을 쓴 변호사 박창호(이종석)의 아내 고미호(임윤아)와 장인인 고기광(이기영)이 진짜 빅마우스가 아니냐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전형적인 서사 구조를 갖고 있지만 드라마를 쫄깃하게 만드는 건 역시 능숙한 스토리텔링의 흥미진진함에서 나온다. 피와 살이 튀는 살벌한 누아르의 세계 속으로 뛰어 들어가지만 <빅마우스>는 리얼하게 그 세계를 그리기보다는 다소 이야기성이 가미된 허구라는 걸 슬쩍 슬쩍 꺼내놓으며 드라마를 풀어간다. 우리는 이 이야기가 비현실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이야기의 흥미로움에 빠져든다. 게다가 이런 현실과의 거리감은 박창호라는 인물이 겪는 잔혹한 상황들을 보는 것이 힘들 수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적당한 숨 쉴 여지를 만들어낸다. 

 

이를 테면 감옥에서 모든 걸 포기한 박창호가 아내에게 보험금을 남기기 위해 죽을 결심을 하고 조폭 두목과 희대의 사이코패스에게 시비를 거는 대목이 그렇다. 자신을 죽여 달라고 거는 시비지만 드라마는 그런 목숨을 거는 박창호의 ‘다이 하드’ 반전을 그려낸다. 즉 두목을 제끼고 사이코패스가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 그건 과장되고 어찌 보면 코미디가 섞인 스토리지만 이런 허구가 힘겨운 상황에 놓인 박창호를 보고 있어야 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요소다. 

 

이런 스토리텔링의 여유는 아무래도 김하람 작가와 함께 이 작품의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공력이 더해져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조영>부터 <자이언트>, <기황후>, <배가본드> 같은 대작들을 주로 써오며 끝없이 상황을 뒤집는 스토리 운용에 탁월한 작가들이다. <빅마우스>가 가진 적당한 긴장감과 이완의 균형은 이 스토리를 너무 힘들지 않게 보게 만드는 운용의 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고 흥미진진하게 만든 건 캐스팅이다. 누아르 장르와 이종석, 임윤아의 조합. 어찌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드라마는 첫 회에 이종석과 임윤아를 부부로 내세워 알콩달콩한 서민 멜로의 그림들을 채워 넣은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민적인 멜로의 풍경들이 전제되면서, 하루아침에 파괴되어 버리는 그 서민의 일상이 더 리얼해졌다. 

 

이종석의 얼굴이 점점 피로 물들어가고, 멍과 상처로 가득 채워질수록 시청자들은 이 인물에게 연민을 느끼며 빠져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멜로가 어울릴 법한 이미지를 가진 임윤아의 얼굴에 점점 단호한 의지가 엿보일 때 시청자들 역시 그 마음에 동참하게 된다. 거대한 권력자들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지는 서민의 얼굴, 그것도 달달한 멜로가 어울릴 것 같은 선남선녀가 피가 튀는 진창에 빠져 몸부림을 칠 때 이 드라마는 오히려 강력한 동력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이종석과 임윤아가 자신들의 보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는데도 효과적인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라인을 좋아하는 작가들의 성향 상 향후 이들의 정체 또한 어떤 반전 모습을 드러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배우로서도 충분히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스토리 속 인물들인 셈이다. 

 

그래서 이종석과 임윤아의 캐스팅은 마치 살벌한 누아르 속에 들어온 평범한 서민 멜로의 주인공들 같은 반전의 시너지를 만든다. 다소 익숙한 스토리라인이 뻔하게 흘러가지 않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 끌게 만든 건 이 캐스팅에 묘수가 있었다고 보인다. 앞으로 이들은 어떤 변화된 얼굴로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와 소름을 안길까. 이미 깔려진 판만으로도 기대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