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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세상

돌담병원 메기 유연석, 그는 낭만과 현실 봉합해낼까(‘낭만닥터 김사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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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3’, 유연석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바뀐 돌담병원 공기

낭만닥터 김사부3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왜 죽는 줄 알아? 보폭 때문이 아냐. 황새를 쫓겠다고 종종 거리고 달리다가 방향을 잃기 때문이야. 방향을 잃는 순간 모든 게 끝이거든. 이 세상에서 사부님처럼 될 수 있는 사람은 사부님 한 사람 뿐이야. 괜히 그 걸음을 쫓겠다고 정신없이 달려가지 마. 다음엔 손이 아니라 다른 걸 잃을 수도 있어.”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에서 돌담병원으로 돌아온 강동주(유연석)는 그에게 반기를 드는 서우진(안효섭)에게 그렇게 일갈한다. 당장 눈앞에 있는 위급한 환자를 향해 달려가는 것만이 의사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자신마저 위험할 수 있는 붕괴 현장에도 뛰어들었다가 손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던 서우진이었다. 서우진은 강동주의 그 말에 주춤한다. 

 

떠나간 차진만(이경영) 대신 돌담병원 외상센터를 맡게 된 강동주가 처음 가져온 변화는 ‘원칙’대로 센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었다. 그간 위급한 환자가 오면 외상센터에서 받지 않아야 될 환자들도 받아서 치료를 하곤 했지만, 강동주는 그런 환자들을 모두 돌담병원 응급실로 보내버렸다. 마침 서우진도 손을 다쳐 재활을 하고 있는 상황, 김사부(한석규)는 쏟아져 들어오는 환자들을 받아내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고, 마침 위급한 환자가 생기자 외상센터의 차은재(이성경)는 강동주가 지키라고 한 룰을 어기고 돌담병원 응급실로 가 수술을 감행한다. 

 

하지만 그 순간 강동주가 왜 그토록 원칙을 강조했고 그래서 비외상 환자를 외상전담 전문의가 치료하면 안된다고 했는가에 대한 이유가 설명되는 상황이 전개됐다. 인근 터널에서 발생한 3중 추돌사고로 외상센터에 위급한 환자들이 쏟아져 들어온 것. 차은재는 뒤늦게 상황이 잘못된 걸 알게 됐지만 이미 수술에 들어가 외상센터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강동주는 수술을 하는 차은재에게 전화해 그를 질책했고, 그 이야기를 듣다 못한 서우진이 나서자 강동주는 사부님을 쫓기만 하는 일이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는 일이라며 일갈한 것이었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을 이끌었던 강동주가 돌아왔다. 그는 돌담병원에 등장하자마자 순식간에 공기를 바꿔 버렸다. 연애 리얼리티에서 뒤늦게 나타나 관계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메기처럼, 강동주의 존재감은 향후 돌담병원에서 벌어질 새로운 서사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거 아십니까? 사부님은 우리의 정신은 될지언정 우리의 목표가 돼선 안됩니다. 그래선 아무 것도 성공시킬 수 없을 겁니다.’

 

시즌3의 이야기가 이전 시즌보다 더 깊어질 수 있었던 건 ‘가치관의 대결’을 다뤘기 때문이다. 현실닥터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차진만과 낭만닥터 김사부의 대결구도가 드라마의 전반부를 이끌었다면, 이제 후반부는 강동주가 가진 새로운 가치관이 만들어낼 돌담병원의 성장통이 될 거라는 걸 이 에피소드는 보여준다. 

 

강동주는 김사부의 낭만과 차진만이 주창했던 현실을 봉합하려는 가치관을 드러낸다. 김사부가 가진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그 낭만이 의사들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정신인 건 틀림이 없지만, 그것을 외상센터 같은 의료기관을 통해 실현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현실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원칙을 지키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김사부의 낭만이란 그의 초능력 같은 실력이 전제됨으로써 현실화가 가능한 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강동주의 말처럼 모두가 김사부 같은 실력을 가질 수는 없고 또 그처럼 살아갈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각자 의사들이 김사부 같은 인물을 통해 본분을 잊지 않으면서도 보다 현실적인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길을 찾아내야 하는 게 합리적이다. 강동주는 이런 방식으로 낭만과 현실의 균형을 맞추려 한다. 

 

과연 강동주는 돌담병원 외상센터를 통해 자신의 이러한 가치관을 실현시켜 나갈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김사부는 어떤 태도를 보일까. 강동주를 지지할까 아니면 자신의 낭만을 밀고 나갈까. 강동주라는 존재감 확실한 메기의 등장으로 <낭만닥터 김사부3>의 후반부 서사가 다시 쫀쫀해졌다.(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