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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그들 세상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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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바’, ‘바화’ 그리고 ‘그사세’, 그 삼박자 드라마들의 세상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초기 기획단계에서는 기대작이 아니었다. ‘태왕사신기’의 끼워팔기용 땜빵드라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 물론 이재규 감독은 이 기사가 오보라고 밝혔지만 그만큼 타 작품에 비한 기대감은 적었다는 말이다. 반면 ‘베토벤 바이러스’와 경쟁하고 있는 ‘바람의 나라’는 기획단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작품이다. 고구려 사극의 원조격인 김 진 원작의 동명의 이 드라마는 해외로케와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초반부터 시선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역시 답은 작품에 있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클래식이라는 마니아적인 소재를 갖고도 훌륭한 캐릭터와 탄탄한 대본, 그리고 환상적인 연출로 대중들의 지지를 얻었다. 마니아성과 대중성을 모두 얻은 데는 홍진아 홍자람 자매라는 작가의 역량과 ‘다모’를 연출했던 이재규 감독의 재기 넘치는 연출력, 그리고 무엇보다 김명민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이 삼박자를 이룬 데서 비롯된다.

한편 뒤늦게 시작해 시청률은 아직 낮지만 특유의 완성도 높은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바람의 화원’은 조금씩 그 세찬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신윤복 신드롬이 일어날 정도의 화제를 가져온 이정명 원작의 힘이 그 바탕에 있고, 그 작품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연출해내는 장태유 감독의 장인정신이 뼈대를 세웠으며, 그 위에 문근영을 위시한 연기자들의 신들린 연기가 살을 만들었다.

월화 드라마로 새롭게 시작하는 ‘그들이 사는 세상’ 역시 이 삼박자 드라마(?)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두 말할 필요가 없는 노희경 작가의 대본과 표민수 PD의 연출, 그리고 그 위에 한바탕 신명나는 연기를 펼칠 송혜교와 현빈이라는 연기자가 그 주역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이 작품을 노희경 작가는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확보할 역작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작년 ‘인순이는 예쁘다’로 시청률은 낮았지만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선보여주었던 표민수 PD의 촘촘하고 섬세한 연출력은 기대감을 더 갖게 만든다.

언제부턴가 우리네 드라마 판은 자본력과 스케일, 화제성 같은 것이 작품성 그 하나보다 더 중요해진 세상이 되었다. 압축적으로 영상미학을 보여주는 드라마보다는 50부, 100부작이라는 대작의 간판이 더 앞에 걸려지고, 해외 로케이션이나 사회적인 논란거리를 담은 소재 같은 것들이 작품 그 자체보다 우선되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결국 대본과 연출, 그리고 연기라는 이 삼박자 위에서 춤추지 않으면 거추장스러운 화제성의 옷만 걸쳐 입은 추한 춤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이 삼박자 드라마가 부디 ‘그들만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세상’이 되기를 기원하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