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패떴', '남자의 자격', 그 삼색여행의 묘미
여행은 되는 아이템이다. 특히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에 여행이 갖는 메리트는 분명하다. 여행에는 현실에서 탈출한다는 판타지가 있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의외의 사건이 주는 리얼리티가 있으며 때론 현재의 나를 바꿔보기 위한 도전이 있다. 이 판타지와 리얼리티 그리고 도전의 요소는 그대로 작금의 리얼 버라이어티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무한도전'의 한 부분에서 파생되어 나온 '1박2일'의 성공은 '패밀리가 떴다', '남자의 자격'으로 그 여행 버라이어티의 범주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1박2일'은 스스로 야생버라이어티를 주창하고 나선 것처럼 '고생하는 여행'을 특징으로 한다. 까나리 액젓과 야외취침을 두고 벌이는 복불복 게임이 이 버라이어티의 백미인 것은 그것이 야기하는 생고생에 이 여행의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의미한 생고생만을 한다는 건 아니다. '1박2일'에는 마치 배낭여행이나 무전여행이 갖는 낭만과 체험의 의미가 바탕에 깔려 있다. '1박2일'의 여행이 갖는 묘미는 그 리얼리티에 있다. 갑자기 기상악화로 본래의 목적지에 가지 못하는 것조차 버라이어티의 한 부분으로 끌어들일 때, '1박2일'의 여행은 빛을 발한다.
반면 '패밀리가 떴다'는 리얼리티보다는 판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것이 이 여행이 현장을 리얼하게 체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장을 찾은 패밀리들의 단합대회(?)를 위한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여행에서는 외적인 현장 체험보다는 동반자와의 내적인 관계 체험에 더 몰두한다. 여행이라는 특별한 경험 속에서 일상적 관계들은 허공에 약간 들려진 듯한 들뜬 분위기로 새로운 판타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것은 이 버라이어티에서 중심적인 아이템으로 자리하고 있는 밥 해먹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일상적인 것이지만, 그렇게 일탈된 공간에서는 특별한 경험으로 치환된다.
한편 새롭게 시작한 '남자의 자격'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산사체험이나 군대체험 같은 류의 이 여행의 목적은 그 도전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고 또 나를 바꾸는 것이다. 중년의 남자들이 출연진인 점은 이 여행의 도전이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제 꺾어진 나이이기에 그 여행의 도전은 자신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가족을 위한 것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응원이 버라이어티 뒤편에 자리할 때, 이 여행의 울림은 더 커진다.
무전여행 '1박2일'과 MT '패밀리가 떴다', 그리고 도전여행 '남자의 자격'이 모두 일요일 저녁에 포진되어 있다는 점은 어쩌면 되는 아이템에 쏠리는 우리네 대중문화의 한 경향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여행의 결은 조금씩 다르며, 저마다의 특색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 이제는 돌아올 시간에 TV 앞에 앉아 여행을 대리하는 시청자들이 있다는 점은 그만큼 이 여행 버라이어티의 존재감을 높여준다. 리얼리티와 판타지와 도전을 제공하는 여행과 버라이어티의 절묘한 만남. 여행 버라이어티 3종세트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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