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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선덕여왕' 아역 남지현, 주목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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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에서 아역이 주목받는 이유

'선덕여왕'의 초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그 중심에 선 인물들은 미소 속에 숨겨진 섬뜩한 악역 미실(고현정)과, 그 정 반대편에 서서 어린 시절을 사막에서 보내고 있는 어린 덕만(남지현)이다. 미실은 이 사극이 앞으로 수행해 나가야할 전체 미션에 무게를 실어주는 역할을 하고, 어린 덕만은 조금씩 그 미션을 향해 나아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극의 시점이 악역이 아닌 선한 우리 편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주목받는 인물은 덕만일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사극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은 아역에 실리는 엄청난 무게감이다. '태왕사신기'에서 어린 담덕 역할을 통해 유승호라는 배우를 얻었던 것처럼, '선덕여왕'의 어린 덕만을 통해서 남지현이란 배우를 얻게 된 것은 그 때문이다. 거대한 운명을 다루는 사극의 스토리 속에서 그 운명의 첫 걸음을 걸어 나가는 아역은 그 자체로도 특별한 아우라를 갖게 마련이다.

이들은 탄생부터 신화적이다. '태왕사신기'의 담덕이 쥬신의 왕이 될 운명을 점지해주는 왕의 별과 함께 태어난 것처럼, '선덕여왕'의 덕만은 '일곱 개의 북두칠성이 여덟이 될 때 미실에 대적할 영웅이 나타난다'는 신탁을 받고 태어난다. 그리고 이 신탁은 탄생부터 이미 이루어진 셈이다. 덕만이 선덕여왕이 된다는 것은 이미 사극의 시작부터 예고되는 일이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덕만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오르느냐가 되기 때문이다.

어린 덕만은 탄생의 신탁이 주는 아우라와, 후에 선덕여왕이 된다는 기정 사실이 주는 아우라를 모두 갖고 사극에 등장한다. 그 성장과정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어린 덕만이 자신을 살해하려는 자들로부터 도망쳐 지내고 있는 중국의 사막과 훗날 돌아와 여왕의 자리에 오를 신국(신라)과의 거리만큼 덕만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어린 덕만은 기대감에 부응할 만큼 남다른 지혜를 가진 인물이라는 것이 '돌 뽑기 미션'이나 서역 상인들과의 자유로운 교류 등을 통해 드러난다. 그리고 그를 여전히 쫓는 터미네이터 같은 자객과의 대결은 어린 덕만의 존재감을 더욱 높여준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캐릭터에 부여된 아역 덕만이 갖는 매력을 그걸 맡은 연기자가 100% 소화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남지현은 그런 면에서 그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는 배우로 주목된다. 특별히 연기하는 것 같지 않는 천진함에 절절함이 묻어나는 눈빛을 보여주는 남지현은 어린 덕만이 겪어야 하는 고난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씩씩한 태도를 제대로 연기해 내고 있다. 이로써 사실상 사극의 한 축을 이루어야 하는 선한 우리 편의 존재감은 확실히 살아나고 있고, 이것이 미실의 악역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이 사극의 초반 시청률 상승의 주원인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들어 이처럼 사극에 아역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사극이 부여하는 아역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며, 또 한 편으로는 그걸 연기해내는 아역들의 연기력이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선덕여왕'의 성인 역할을 할 이요원은 어쩌면 남지현의 아역 연기를 통해 한층 부담을 느끼게 된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극을 통해 마치 배우의 운명을 신탁 받은 것 같은 또 한 명의 아역 연기자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