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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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도 뜬다, '선덕여왕' 경주, '해운대' 부산

D.H.Jung 2009. 8. 1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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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대중문화로 주목받는 촬영지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지가 주목받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올해 휴가철을 맞아 가장 주목받는 곳은 어딜까. 최근 이른바 뜨고 있는 작품들을 염두에 둘 때, 떠오르는 두 지역이 있다. 그것은 현재 시청률 40%에 육박하고 있는 '선덕여왕'의 경주와, 역시 1천만 관객을 예고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해운대'의 부산이다.

물론 '선덕여왕'의 촬영지는 경주만이 아니다. 용인의 MBC세트장에서도 촬영을 하고, 양평에서도 야외 촬영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경주가 '선덕여왕' 촬영지로 주목받는 것은 그 곳 보문단지 내에 조성된 신라밀레니엄파크 내에 있는 세트장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껏 사극이 조명하지 않았던 신라를 온전히 품고 있는 곳으로서의 경주가, '선덕여왕'으로 주목받는 여행지가 되는 이유다.

따라서 드라마 '선덕여왕'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세트장에서만이 아니다. 선덕여왕 하면 우선 떠오르는 첨성대가 그렇고, 지금까지는 조금은 쓸쓸하게 존재해온 선덕여왕릉이 그렇다. 그 곳에 가면 드라마가 왜 그다지도 천문에 관심을 두는가를 직접 느껴볼 수 있다. 드라마의 이야기지만 미실(고현정)과 덕만(이요원)이 천문을 두고 벌이는 대결구도는 실제로 선덕여왕이 얼마나 여기에 관심이 많았는가를 거꾸로 알려주는 대목이다.

첨성대가 있는 대릉원 주변에는 실제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가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주변에 조성된 지천으로 피어난 연꽃들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그 앞에 서면 카메라를 꺼내고픈 욕망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드라마 포스터에 선덕여왕이 쓰고 있는 금관과 금귀고리를 보려면 대릉원 맞은편에 있는 천마총에 가보면 된다. 천마총도 천마총이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에 조성된 소나무 군락이 장관이다.

경주가 '선덕여왕'으로 들썩이고 있다면, 부산은 영화 '해운대'로 들썩인다. 1천만 관객을 앞두고 있는 '해운대'는 그 제목 자체가 해운대이기 때문에 이 공간이 갖는 특별함은 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영화 '해운대'의 포스터가 즐비하게 걸려 있어, 영화 속 장면과 실제 장면의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해운대를 통째로 잡아먹는 쓰나미를 잡아낸 영화는, 해운대를 인파의 쓰나미로 법석대게 만든다.

해운대라는 공간이 영화적으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앞으로는 바다가 있고 뒤로는 호텔과 빌딩들이 서 있는 그 공간적 특수성에 비롯된 바, 해운대의 묘미는 바닷바람 맞으며 호텔 잔디밭에서 벌어지는 쇼를 감상하는 것이다. 누리마루에서 보는 멋진 풍광은 영화 해운대에서 엄정화가 다가오는 쓰나미 앞에 이리 뛰고 저리 뛰던 그 장면을 이야기하게 만든다. 영화 '해운대'가 보여준 부산만의 지역적인 재미, 특유의 활력은 해운대라는 공간에 서면 현실로서 보여진다.

문화 컨텐츠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익히 알려진 바다. '주몽'의 성공이 그 테마파크가 있는 전라도 나주를 일으켜 세웠듯이 '선덕여왕'은 경주를 재발견하게 만들고 있고,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 한 편이 강원도 영월을 우리에게 새롭게 보이게 했듯이, '해운대'는 부산을 우리 앞에 새로 꺼내놓고 있다. 휴가철, 이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단순한 여행지, 그 이상의 문화가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