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표정 하나로 스릴러를 끌고 가는 고현정의 저력고현정이 돌아왔다. 그것도 살인자의 섬뜩한 얼굴로. SBS 금토드라마 가 그 작품이다. 물론 최근 들어 고현정이 맡은 역할들은 ‘평범’이나 ‘사랑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반대로 그간 해왔던 이미지를 깨려 안간힘을 쓰는 게 느껴지는 역할들이다. 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사건으로 수감 된 죄수 김모미 역할을 연기했던 고현정을 떠올려 보라. 이번 의 정이신이라는 희대의 살인마 역할과의 연결고리가 느껴진다. 물론 정이신이라는 인물은 훨씬 더 복합적이다. 교미 후 수컷을 뜯어먹는 암컷 사마귀의 생태를 제목으로 삼은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톱으로 목을 썰어 죽일 정도로 잔혹한 연쇄살인마지만 정이신은 그렇다고 아무나 죽이는 그런 인물처럼 보이진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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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플라이’, 어째서 악역 김지훈이 이토록 도드라져 보일까
‘버터플라이’, 한국 로케이션 매력 돋보였지만, 디테일한 고증 아쉽다“미국 말투 없애려고 애 많이 썼구만. 이제 한두 마디는 제법 그럴 듯 하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시리즈 에서 은주(김태희)의 엄마(이일화)는 데이비드 정(대니얼 대 킴)이 하는 어색한 한국말에 그렇게 말한다. 그 장면은 캐디스 조직에 쫓기던 데이비드 정과 은주 그리고 그들의 딸 민희(김나윤)와 레베카(레이나 하디스티)가 은주의 아버지 김두태(성동일)의 집을 찾아와 그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이다. 그 대사처럼 데이비드 정은 에서 어색한 한국말을 종종 섞어 영어와 함께 쓴다. 실제로 한국계 미국인이라 한국말이 어색한 건 당연하다. 그리고 작중 인물인 데이비드 정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 어색함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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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민도 예사롭지 않다, ‘폭군’으로 문짝남 신드롬 만드나
‘폭군의 셰프’, 이채민이라는 참신한 배우가 내는 이 퓨전사극의 맛또 한 명의 ‘문짝남’ 신드롬의 주인공이 등장한 걸까. 로 변우석이 문짝남 신드롬을 일으킨 것처럼, tvN 토일드라마 의 이채민에 대한 반응도 예사롭지 않다. 무려 190cm인 ‘문짝’ 그 자체인 훤칠한 키에 작품 속 이헌(이채민)이라는 폭군 캐릭터에 걸맞게 때론 포악한 면을 드러내지만 그러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아려한 연민 또한 느끼게 만드는 모습을 이 배우는 제대로 입었다. 장태유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여서일까. 이헌이라는 미워할 수 없는 폭군 캐릭터를 입은 이채민의 얼굴에서는 여러 다양한 면모들이 포착된다. 눈에 힘을 주고 특유의 지엄한 목소리로 화를 낼 때는 폭군다운 열기가 느껴지지만, 때때로 드러내는 장난기가 가득한 어린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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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 저질스러웠던 80년대뒤집는 통쾌한 워맨스
'애마', 진선규가 완벽 재연한 80년대 저질 속물, 이하늬와 방효린도 빛났다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중장년들에게 이라는 영화는 머릿속에 각인된 선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을 게다. 나체로 말을 타고 달리는 이미지에, 후시녹음된 과장된 연기톤의 목소리 그리고 특유의 처연한 느낌이 묻어나는 OST까지... 지금도 그 포스터를 다시 보면 ‘애마에게 옷을 입혀라’, ‘완전성인영화시대의 화려한 팡파레’라는 선정적인 문구와 함께 가슴을 강조한 안소영 배우의 이미지가 이 시대의 선정성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80년대 민간인 학살을 통해 정권을 잡은 신군부가 대중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노골화된 3S(Screen, Sports, Sex) 정책으로 이른바 ‘벗기는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절,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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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아 매직, ‘폭군의 셰프’ 벌써부터 심상찮다
‘폭군의 셰프’, 셰프 임윤아, 폭군 이채민도 시청자도 사로잡았다‘이 식감 이 맛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맛.’ ‘고기가 씹히는 게 아니라 녹네..’ ‘입안 가득 담기는 육즙과 이 양념 맛은 대체 뭐란 말인가.’ 먹어보지도 않고 고기 몇 점 올라온 소반의 음식을 보고 대접이 소홀하다는 둥 일부러 트집을 잡는 채홍사 부자 임송재(오의식)와 임서홍(남경읍)은 일단 먹어보고 평가해달라는 연지영(임윤아)의 제안을 받아들여 한 점 고기를 입에 넣고는 그 맛에 절로 눈이 커진다. 같은 사극 배경에 쿡방과 먹방이 결합한 전형적인 요리 드라마의 한 장면 같지만, 이 요리를 만든 연지영이 그들의 반응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말들은 어딘가 사극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표고버섯의 구아닐산, 멸치의 이노신산, 그리고 ..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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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와 다리 밑소소하지만 빛나는 일상의 리뷰 2025.01.09 16:10
삶이 흘러가는 곳, 천변을 걸으며 다리 밑에 서니 다리 위가 보였다. 그 위에서 사람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간다. 출근 시간이라 대부분이 정장차림이다. 다리 밑에도 사람들이 천변을 따라 걸어간다. 그들은 다리 밑을 가로질러 천을 따라 오르거나 혹은 내려간다. 다리 위를 지나면 전철역이 나온다. 아침이면 사람들은 거기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출근한다. 다리 밑을 지나 천을 따라 오르면 저 앞에 북한산이 보인다. 사람들은 그 천변을 따라 구불구불 나 있는 산책로를 뛰거나 걷는다. 딱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 다리 위를 지나는 사람보다 다리 밑을 가로질러 가는 사람들의 나이가 많은 편이다. 아마 그들도 조금 젊어서는 그 다리 위를 매일 같이 지나갔을 게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어느 날 '어 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