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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화신> 김희선을 편안하게 했을까

 

김희선이 <화신>이라는 새로운 토크쇼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비교대상으로 떠오른 인물은 고현정이었다. 과연 김희선은 <고쇼>의 고현정과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물론 <고쇼>도 나름대로 고현정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는 토크쇼였지만 그다지 성공적이라 평하기는 어렵다. 시청률이 문제가 아니라 고현정이라는 메인 MC의 매력이 생각만큼 부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신'(사진출처:SBS)

이것은 기대감의 문제일 수 있다. 이름을 건 토크쇼의 경우, 예능의 프로들도 그 기대감의 무게를 견뎌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것은 이미 <박중훈쇼>의 실패를 통해서 일찌감치 드러난 바 있다. 게스트로 나왔을 때 그토록 재미있었던 박중훈은 막상 호스트 입장이 되자 재미없는 토크쇼를 보여주었다. 한 MC에 대한 부담감과 기대감은 이토록 쇼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승승장구> 역시 초반에 메인 MC였던 김승우가 고전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김승우가 메인이 아닌 다른 MC들 모두가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승승장구>는 제 궤도의 토크쇼를 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의 이름이 걸림으로써 전체 쇼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중압감이 생기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사자는 굳어버린다는 것을 이들 쇼들은 보여준 셈이다.

 

그렇다면 <강심장>의 후속으로 새롭게 시작한 <화신>의 김희선은 어땠을까. 지금껏 토크쇼에 많은 배우들이 진출했지만 김희선만큼 초반부터 편안한 매력을 선보인 이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여기에는 굳이 김희선을 전면에 메인 MC(사실상의 메인이라도)로 세우지 않은 <화신> 제작진의 배려가 엿보인다. <힐링캠프>에서 이경규라는 토크의 달인과 김제동 같은 진행의 귀재 사이에서 오히려 돌직구를 편안하게 날릴 수 있었던 한혜진이 부각될 수 있었던 것은 제작진에게 좋은 사례가 되었을 것이다.

 

신동엽이 전면에서 이끌어나가고 윤종신이 끊임없이 추임새를 달며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나가는 <화신>에서 김희선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위치에 설 수 있었다. 특히 신동엽은 콩트면 콩트, 토크면 토크, 애드립이면 애드립까지 능수능란한 말 그대로 토크쇼 대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요한 것은 김희선이 얼마나 이들의 이야기를 잘 받아주고 또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던질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김희선은 기대 이상(애초에 기대감을 뺀 것이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그 매력은 그녀가 "누구나 주차장에서 연애 한 번씩 해보지 않나요"라며 "층수가 깊을수록 좋다"거나, 남편에게 “밥을 잘 차려주지 않아 잘 모르겠다”는 식의 폭탄발언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편안함이다. 토크쇼 내내 김희선은 어색하거나 불편한 모습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토크에 잘 녹아든 느낌을 주었다. 바로 이것이 어딘지 불안해보였던 고현정과 김희선이 달랐던 지점이었을 것이다.

 

여기에는 <화신>이 가진 설문 방식 토크쇼의 장점도 작용했다. <고쇼>가 게스트의 카테고리만 정해져 있을 뿐 구체적인 토크의 주제가 잘 보이지 않았던 점은 고현정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화신>은 주제가 명확하다. 먼저 콩트로 설문을 바탕으로 한 문제를 제시하고 그 세대별 정답을 맞히는 포맷은 이미 <야심만만>을 통해 검증된 형식이기도 하다. 이 형식 속에서는 설문을 통해 공적인 여론을 주제로 얘기하면서 거기서 사적인 이야기를 덧붙이기가 용이하다. 그만큼 편하다는 얘기다.

 

<화신>으로 첫 토크쇼 MC를 시도한 김희선은 첫 단추를 잘 꿰었다. 그것은 신동엽이나 윤종신 같은 발군의 토크 기량을 가진 MC들이 멍석을 잘 깔아주었기 때문이며 또 설문 방식 같은 구체적인 주제를 던져주는 토크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그 위에서 김희선은 우리가 잘 보지 못했던 그녀만의 솔직한 매력을 선보이기만 하면 되었던 셈이다.

 

이렇게 보면 김희선이 메인 MC가 맞나 싶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거꾸로 이 토크쇼에서 김희선이 없다고 상상해보면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신동엽과 윤종신의 토크 능력이나 설문방식의 토크 형식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지만, 유독 김희선만은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화신>은 이 익숙함(능숙함)과 새로움(풋풋함)의 균형을 잘 맞춤으로써 김희선을 잘 부각시켰다.

Posted by 더키앙

‘박중훈쇼’가 결국 4개월만에 문을 닫는다고 하는 군요. 한없이 떨어지고만 있는 시청률을 타개해보고자 개편에 맞춰 집단 MC체제로의 전환을 제안했지만 박중훈은 이를 고사하고 하차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결국 '박중훈쇼'에 박중훈이 없게되니 폐지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데 기사로 나온 걸 보니, '박중훈, "패배를 깨끗이 인정한다"-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는 제목이 눈에 띄는군요. WBC가 막 끝난 시점이라서 그런 것이었을까요. 박중훈씨는 왜 굳이 '패배'라는 단어를 썼을까요. 적당한 말은 '실패'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말입니다.

'패배'라면 누군가와 대적을 했다는 말이고, 그 상대는 다름아닌 '박중훈쇼'가 그토록 시청률 하락의 원인으로 애기하던 '자극적인 토크쇼', '집단 MC체제 토크쇼', '불친절한 토크쇼'로 상정될 것입니다. 실제로 '박중훈쇼'의 제작진들은 실패의 원인으로, 1인 MC체제 토크쇼가 시기상조였고, 작금의 자극적인 토크쇼들과는 다르게 친절한 토크쇼를 지향했던 점, 형식에 있어서 작금의 스피드에 경도된 토크쇼들과는 다르게 심도 있는 대화에 중점을 두고 느림과 여백의 미를 살리려 했던 점 등을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패인 분석이 온전한 것인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진정 '박중훈쇼'가 1인 MC체제의 한계 때문에, 혹은 너무 친절했기 때문에 또 느림과 여백의 미를 표방했기 때문에 4개월만의 폐지라는 결과를 가져왔을까 하는 점입니다.

1인 MC체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불황기를 맞아서 집단 MC체제가 갖는 비효율성(비용이 많이 들죠)은 늘 문제로 제기되어 왔던 일이고, 또 현재 SBS에서는 '강호동쇼'가 추진되고 있다고 하죠. 나름대로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1인 MC체제가 문제가 아니라 그 1인이 누구냐가 더 문제가 아닐까요.

'친절한 토크쇼' 역시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친절함과 재미는 반댓말이 아니죠. 친절하면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놀러와' 같은 토크쇼는 친절하면서 재미도 있죠. '상상플러스' 역시 '친절한 4형제'라는 컨셉트로 친절을 표방하고 있지만 나름대로의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요는 친절하냐, 친절하지 않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느냐, 아니면 저들이 원하는 것만을 보여주느냐 하는 것입니다.

느림과 여백의 미는 진정으로 그 느림과 여백이 아름답게 느껴져야 느낄 수 있는 것이죠. 즉 토크의 심도가 깊어지고 진정성이 뚝뚝 묻어날 때는 카메라와 진행자는 멈춰서서 침묵하며 그 여백까지 담아내는 것으로 그 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답 같은 말들만 나열하는 이야기 속에서 심도와 진정성은 느껴질 수 없습니다. 의미없는 대화가 되고 말죠. 느림과 여백은 지루함으로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중훈쇼' 폐지에 즈음해, '패배'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 쇼의 문제가 이처럼 외부적인 것(이를테면 토크쇼의 환경, 사회적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쇼 내부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박중훈쇼'의 '패배' 아닌 '실패'는, 바로 이런 자신의 문제에 귀기울이지 않고 외부의 문제로 탓을 돌리는 그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Posted by 더키앙

쇼가 게스트에 전전할 때

'박중훈쇼'에 소녀시대가 출연한다고 합니다. 어쩌다 이처럼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게스트와 기대감이 전무한 쇼 프로그램이 만나게 되었을까요. '박중훈쇼'의 이같은 사정은 첫 회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TV쇼에서 좀체 보기 힘들다는, 장동건, 정우성, 김태희, 안성기, 주진모, 차태현, 최양락, 김혜수 같은 쟁쟁한 게스트들을 모셔놓고도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죠.

만약 이들이 '황금어장'이나 '해피투게더' 같은 프로그램에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이것은 '박중훈쇼'라는 토크쇼가 가진 화법이 작금의 달라진 토크쇼들의 화법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 같습니다. '박중훈쇼'는 여전히 게스트를 홍보하려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그것을 '예의'라고 말하고 있는 토크쇼입니다. 시청자들을 위한 예의, 즉 보고싶은 것을 보여주는 그 예의는 찾아보기가 힘들죠.

'박중훈쇼'는 자신의 정체성을 예능이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박중훈쇼'의 문제는 웃음을 주고 안주고의 문제가 아니라, 토크쇼가 갖는 기본적인 재미 즉 게스트에 대해 알고싶은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요즘의 시청자분들은 딱딱한 다큐멘터리에서도 나름의 재미를 찾아낼 정도로 웃음에만 목매지 않고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고 있죠.

게스트에 목을 매는 '박중훈쇼'의 모습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어떤 매너리즘에 부딪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당장 드러나는 것은 게스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죠. 이것은 게스트의 틈입이 주는 신선함이 프로그램에 어떤 자극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1박2일'은 박찬호와 시청자분들을 게스트로 출연시켜 자칫 고형화될 수 있었던 형식을 성공적으로 깨버릴 수 있었죠.

'무릎팍 도사'는 초창기 그 신선한 형식(점집 분위기에 직설어법을 날리는 도사와 게스트의 대결구도 같은)이 주목을 받았지만 지나치게 논란 연예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면죄부 도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 후로 비연예인 게스트로 지평을 넓히면서 이런 비판이 사그러들었죠. 하지만 최근 들어서 다시 이 오래된 홍보의 망령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최근 방영되었던 원태연 편은 영화 홍보용이었다는 비판을 받았죠.

주말 버라이어티의 강자로 군림했던 '패밀리가 떴다'도 최근 들어 이런 징후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패밀리가 떴다'는 제목대로 패밀리의 관계에 집중적인 재미를 투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최근 이 관계들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지나치게 게스트에 전전하는 느낌을 주고 있죠. 혹자들은 이것을 김종국이 패밀리 메인으로 들어오며 깨져버린 패밀리 관계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기도 하죠.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이 게스트에 목을 매기 시작하는 그 지점이 바로 그 프로그램의 위기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프로그램이 본래 재미를 주었던 그 독특한 개성이 이제는 익숙하게 되면서 그저 반복적인 느낌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럴 때 흔히 나오는 이야기가 "초심을 잃었다"는 것인데, 그 초심이란 프로그램 고유의 형식적, 내용적인 개성을 말합니다. 게스트라는 변수가 아닌 프로그램의 기획의도 같은 상수를 의미하는 것이죠.

물론 소녀시대가 출연하는 '박중훈쇼'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소녀시대를 보기 위한 시청자들만으로도 '박중훈쇼'의 의기소침해온 시청률 수치가 조금은 높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이러한 순간적인 처방은 그것이 본래 프로그램이 갖고 있던 초심(프로그램 본래의 형식적 재미)을 다시금 강화해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죠. '박중훈쇼'의 문제는 그 초심이 무엇인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는 데 있을 것입니다.

초심을 만들어주는 것은 초특급 게스트의 몫이 아닙니다. 그것은 프로그램의 메인 MC와 제작진의 노력(기획, 아이디어 같은)의 영역입니다. '박중훈쇼'가 지금 골몰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소녀시대의 출연을 통해 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혹은 소녀시대마저 그저 삼켜버릴 것인지 여러모로 금번 쇼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가는 시점입니다.

Posted by 더키앙

‘박중훈쇼’가 ‘해피투게더’를 통해 생각해봐야 할 것들

‘박중훈쇼’에 대한 시청자들의 “재미없다”는 반응에 대해서 박중훈은 ‘무례한 시대’라는 표현을 썼다. 그 말의 요지는 젊은 세대들이 무례하지 않은 것에 익숙하지 않으며(그래서 무례한 트렌드가 아니면 재미를 못 느끼고), 재미는 웃음 자체가 아니라 여러 가지 재미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박중훈쇼’는 무례하지 않으면서 따뜻하게 핵심을 전할 수 있는 토크쇼가 될 것이라는 거였다.

이 말들은 하나씩 떼어서 생각하면 꽤 의미가 있고 곱씹어볼만한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 가까운 말은 토크쇼의 재미없음에 대해서 그 문제를 자신들에게서 찾기보다는 시대와 세대를 탓하고, 시청자가 원하는 재미, 즉 웃음을 어떻게 끌어낼까 고민하기보다는, 그 시청자가 원하는 재미가 너무 편협하다고 가르치는 말로도 들린다. 하지만 박중훈이 지적한 게스트들에게 바늘방석을 내미는 트렌드화된 무례한 토크쇼의 범주 밖에서도 즐거움을 주는 토크쇼는 얼마든지 있다. 게스트들에게 적극적으로 멍석을 깔아주는 ‘해피투게더’는 무례하지 않고 따뜻하게 핵심을 전하면서도 또 재미를 포기하지 않는 프로그램으로서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현재의 ‘해피투게더’는 메인 MC인 유재석의 배려해주는 캐릭터를 프로그램화한 토크쇼다. 대중목욕탕이라는 공간은 일반적인 스튜디오 속의 토크쇼가 갖는 긴장감을 와해시킨다. 찜질방에 온 듯한 편안하고 통일된 복장은 거기 앉아있는 게스트들과 MC들 사이의 거리감을 좁힌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 메인 MC 유재석은 뽀글가발을 쓰고 마치 동네 아줌마같은 행색으로 쪼그리고 앉아 있다. 로커룸의 좁은 공간에 앉아있는 게스트와 MC들은 한 카메라에 포착되기 위해서 다닥다닥 살을 맞대고 앉아야 한다. 이 상황은 전형적인 토크쇼가 갖는 의례적인 형식의 어색함을 상당부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의 MC들은 저마다 각자의 캐릭터로 게스트들이 좀더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유재석은 특유의 복기개그로 무심코 게스트들이 내뱉은 말을 한번 되새김질(재해석) 해줌으로써 웃음을 만들고, 그 웃음 속에서 뽑아내진 게스트의 캐릭터를 설정하기까지 한다. 전혀 웃음의 목적을 가지지 않고 출연한 게스트라고 해도 유재석의 이 레이다망에 잡히면 순식간에 ‘웃기는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뜻밖의 수확도 얻을 수 있게 된다.

박명수는 ‘무한도전’에서의 거성 혹은 버럭 캐릭터가 갖는 위압감을 이 프로그램 속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해피투게더’에서 그는 바보캐릭터로 스스로 무너지면서 게스트들을 돋보이게 한다. 물론 게스트가 한 이야기가 썰렁할 때면 버럭 소리치는 것으로 그 상황을 모면시켜준다. 바보가 하는 호통이니 그다지 기분 나쁠 것도 없다. 한편 박미선은 게스트들의 연령대를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아줌마들이 갖는 편안함을 만들어주고 본인 스스로 나이가 많은 것을 캐릭터화해서 연령대가 많은 게스트들과 공감을 나누기도 한다.

신봉선은 게스트들에게 선망의 눈빛을 던지면서 특유의 몸 개그를 활용해 게스트들을 돋보이게 해준다. 춤에 능한 그녀는 특히 가수들이 출연했을 때 빛을 발하는데, 그녀의 춤 따라하기는 그 자체로도 화제를 일으키면서 게스트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준다. 이처럼 ‘해피투게더’는 프로그램명처럼 게스트들에게 확실한 멍석을 깔아줌으로써 속에 있는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오게 만드는 토크쇼다.

이 멍석 위에서 토크쇼가 주는 것은 웃음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게스트의 진솔한 이야기가 감동을 주기도 하고, 아팠던 과거사에는 눈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정적일 수 있는 토크쇼에 동적인 면을 주기 위해 춤과 노래가 삽입되고 직접적으로 얘기하기가 애매한 민감한 사안들은 때론 설정토크쇼라는 형식 속에서 얘기되어지고, 친절하게도 마지막에 유재석은 “콩트는 콩트일뿐 오해하지 말자!”는 구호까지 외쳐준다. 끌어내고 싶은 이야기는 다 끌어내되 거기에 또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놓는 치밀함이 돋보인다.

박중훈이 지적한 무례한 토크쇼들이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무례한 토크쇼들도 게스트들의 홍보전략을 원천봉쇄해 시청자들이 진정으로 알고 싶은 내용에 접근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예를 갖춘 ‘해피투게더’같은 토크쇼는 게스트들의 재미있는(웃음은 물론 감동까지)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꽤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박중훈쇼’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애초부터 초특급 배우들을 게스트로 출연시키며 예능 프로그램처럼 스스로를 포장하고도 재미가 없었던 ‘박중훈쇼’. 재미없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쓴 소리를 하기보다는 그 재미없음의 진짜 이유를 곰곰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더키앙

예능 속에서 보이는 달라진 시대의 화법

1인 토크쇼의 부활을 알리며 화려한 게스트로 기대를 모았던 ‘박중훈쇼’는 기대만큼 쉽게 허물어져 버렸다. 1인 토크쇼가 일종의 복고주의 토크쇼라면, 그저 과거의 토크쇼를 답습하는 형태에 머물러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중훈쇼’는 전형적인 1인 토크쇼의 예상 가능한 ‘친절한 질문들’과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짜여진 핑퐁식 대화로 장동건, 정우성, 김태희 같은 초특급 게스트를 모셔놓고도 지루한 시간만을 연출했다.

박중훈의 ‘친절한 질문들’에 게스트들도 정답에 가까운 얘기만을 반복했다. 그나마 정우성은 그 틀을 깨려고 꽤나 노력한 면이 있지만 다른 게스트들의 답변은 거의 예상 가능한 것들뿐이었다. 그 게스트들이 ‘박중훈쇼’에 출연한다는 것이 화제가 된 것은 바로 그들이 자의든 타의든 갖고 있는 신비주의의 속살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쇼는 평범한 그들의 모습을 비춰주려고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그 담화는 아침 토크쇼의 수준을 넘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그 신비주의를 더욱 공고하게 했다.

‘박중훈쇼’의 초특급 게스트들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갑자기 언급된 프로그램이 있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 도사’다. ‘무릎팍 도사’가 그토록 섭외하려고 했으나 끝내 고사한 장동건이 ‘박중훈쇼’에 등장했다는 것이 그 표면적이 이유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이유는 이 초특급 게스트들이 ‘박중훈쇼’보다는 차라리 ‘무릎팍 도사’에 나와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깔려 있다.

가정이지만 만일 이들이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다면 상황은 꽤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강호동의 탐문식 질문들 속에서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도 꽤 버거워하는 그 신비주의의 틀을 일부 깨뜨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박중훈쇼’에 출연한 이들은 모두 하나 같이 자신들도 똑같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신비주의의 껍질은 그런 강변 하나로 깨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좀더 본질적인 상황이나 그런 상황에 대한 질문들을 통해 조금씩 허물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1박2일’에 출연해 강호동의 리드 하에 신비주의의 탈출에 성공한 박찬호의 경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박2일’박찬호 특집은 ‘무릎팍 도사’의 버라이어티쇼 버전과 같다. 강호동은 스포츠 선수로서의 선후배를 들먹이면서 조금씩 분위기를 잡아나갔고, 게임을 통해 때론 박찬호를 자극했다. 거기에 화답하듯 박찬호는 강호동을 업고 산을 오르기도 하고, 서슴없이 옷을 벗고 차가운 계곡 물에 몸을 담그기도 했다. 이 둘이 함께 계곡 물 속에서 자존심 대결을 하는 장면은 강호동과 박찬호의 성공적인 만남을 예시하는 것이었다. 박찬호는 ‘1박2일’을 만나 동네형 같은 이미지를 얻었다. 그리고 그것을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강호동 속에 꿈틀대는 ‘무릎팍 도사’의 근성이었다.

‘박중훈쇼’의 화법과 장동건 같은 게스트들의 화답에 대한 대중들의 냉담함은 거꾸로 ‘1박2일’과 ‘무릎팍 도사’의 강호동의 화법과 박찬호 같은 게스트들의 화답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과 정확히 대조된다. 말로 아무리 자신이 보통사람임을 얘기한다고 해서 대중들이 갖고 있는 그에 대한 이미지는 좀체 깨지지 않는다. 그것은 의도되지 않은 어떤 틈입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보여졌을 때 깨지는 것이다. 늘 그렇게 의외성을 갖고 있는 강호동의 화법이 왜 지금 시대에 통하는 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장동건-박중훈식의 토크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강호동-박찬호식의 토크시대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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