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글들/네모난 세상

'오 마이 텐트', 김제동을 닮은 토크멘터리

728x90

소통의 세상을 향한 길 위의 희망가, '오 마이 텐트'

토크멘터리. 토크와 다큐멘터리가 엮어진 '오 마이 텐트' 스스로가 표방한 지칭이다. 다큐멘터리와 타 장르와의 퓨전이 새로운 경향으로 나오고 있는 요즘, '오 마이 텐트'의 토크멘터리 표방은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다큐멘터리와 예능이 만나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대단히 매력적인 형식을 창출해낸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예능이 다큐멘터리의 리얼리티를 끌어들이는 것과 다큐멘터리가 예능적인 요소를 끌어들이는 것은 역시 다르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그 특성으로서의 진지함이나 진정성이 예능적인 요소와 부딪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재미있어야겠지만 재미 그 자체보다는 어떤 의미가 목적이 되어야 그 형식이 다큐멘터리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게 된다. 즉 쉽지만은 않은 결합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프로그램을 김제동이 진행한다고 했을 때, 그런 걱정은 상당부분 상쇄되었다. 김제동은 순발력과 재치가 넘치는 토크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진지해질 줄 아는 개그맨이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처음에는 재치 있는 입담에 웃음을 터트리게 되고, 그 웃음의 끝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게 된다. 웃음이 의미를 만나 훈훈해지는 것이다.

'오 마이 텐트'는 바로 그 김제동을 그대로 빼닮은 프로그램이다. 손님을 초대해 이틀간 여행을 하면서 나누고 겪는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흔히 여행을 떠나면 그 함께 떠나는 사람에 따라 여행의 성격이 달라지듯이, 함께 떠나는 김제동을 닮아있다. 때 아닌 야구배트를 꺼내 야구선수들을 흉내내는 것으로 웃음을 주고, 허술하게 차리진 밥상머리에 식구들(매니저와 코디)과 함께 맛없는 밥을 먹으면서 연실 웃는 장면에서는 이야기 없이도 훈훈해지는 느낌을 전해준다.

김제동이 캠핑장에서 기타를 치며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를 듣는 캠핑족들의 표정 속에는 삶에 대한 어떤 공감이 묻어난다. 김제동 자신이 손님으로 초대된 첫 파일럿 프로그램에서는 그에게 몇 가지 질문들이 던져졌고 거기에 대한 김제동의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사실 이야기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상을 벗어난 이들이 공통으로 갖는 어떤 편안함과 관조적인 태도가 주는 일체감일 것이다.

'오 마이 텐트'가 굳이 토크를 하기 위해 길 위로 나선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이미 길을 함께 간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소통하고 있다는 것. 일상 바깥으로 나왔다는 것만으로 그 올바른 자신의 얼굴로 돌아간 자기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는 것. 그러니 그 위에 걸쳐지는 토크의 내용이 뭐가 중요할까. 일상 바깥에서 관계와 위치 같은 사회적 껍질을 벗고 나면 다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 토크 없이도 되는 토크. 김제동의 '오 마이 텐트'가 보여주는 것은 그 소통의 세상을 향해 내딛는 길 위의 희망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