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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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떴'의 참돔 논란, 그 핵심은?

D.H.Jung 2009. 11.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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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예능에서 설정이 가진 힘과 한계

때 아닌 참돔 하나가 '패밀리가 떴다'를 논란에 빠뜨렸다. 김종국이 아침식사를 위해 낚시를 하다가 잡은 20만 원 상당의 참돔이 조작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청자들의 단순한 의문부호에서 시작됐다. 초보자가 이처럼 거대한(?) 참돔을 잡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의견이었지만 이 이야기는 차츰 조작이 아니냐는 방향으로 커졌고, 여기에 대해 '패떴'측은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고 "잠수부가 미리 잡은 참돔을 끼워줬다"는 한 블로거가 쓴 우도 여행기로 인해 상황은 일파만파로 커져버렸다.

'패떴'측은 그런 일은 절대 없었고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 블로거의 글이 '패떴' 우도편이 방영되기 4일 전인 21일에 발행되었다는 점, 참돔은 본래 잘 잡히지 않고, 김종국이 잡은 참돔에 낚싯바늘이 바깥에서 안쪽으로 끼워졌다는 점을 들어 방송조작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편 모 매체에서는 "그 날 바다 속에 들어간 사람이 없다"는 우도 현지에 있는 다이빙 업체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기사화했다. 이것으로 상황은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지만 이번에는 참돔의 등지느러미가 또 논란이 되었다. 화면에 포착된 김종국이 잡은 참돔에 등지느러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참돔 한 마리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 지느러미까지 비교하게 되는 정도까지 커져가는 것에는 좀 과도한 느낌이 없잖아 있다. 사건의 진위가 어떻든 김종국이 20만 원 상당의 참돔을 잡은 것이 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이득이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우연히 잡은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패떴' 우도편을 살릴 만큼 커다란 사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참돔이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들과 그다지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즉 그 정도의 무리수까지 띄워가며 조작을 하기에는 결과가 너무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참돔 논란은 방송 내용으로 보자면 지엽적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사실 '패떴'의 열혈 시청자가 아니라면 때 아닌 참돔 논란은 우스개처럼 여겨질 정도로 과도한 인상을 받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참돔 논란의 진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논란이 이렇게 일파만파의 상황으로 커져가게 된 사정에 있다. 즉 '패떴'이 지금껏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일련의 모습들이 참돔 논란을 키운 원인이라는 점이다.

'패떴'은 지금껏 그것이 리얼이냐 아니냐가 늘 도마 위에 올려지곤 했다. 대본의 존재는 물론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대부분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패떴'의 주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설정을 통한 상황극이 가진 한계다. 상황극 예능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도 흔히 보는 것이고, 또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의 과도함은 의도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를 상쇄시키기도 한다. 처음부터 야생의 리얼을 주창하기보다, '패떴'은 인물들과 관계가 주는 웃음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설정을 통한 상황극이 주는 웃음은 반복을 거듭하면서 그 힘이 약화되었다. 즉 상황극이 자꾸 의도적인 느낌을 주게 된 것이다.

'패떴'에 갑자기 불어 닥친 참돔 논란은 그 자체보다도 이 프로그램이 지금껏 보여준 상황극 예능의 양상과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여진다. 최근 들어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은 무언가 웃음을 주기 위해 강박적으로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그저 내버려두고 바라보는 것으로 되도록 자연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자의 자격'이나 '천하무적 야구단', 또 '청춘불패'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큰 웃음에 집착하기보다는 소소한 리얼함으로 호평을 받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최근 들어 관계가 주는 상황만큼 새벽일을 두고 벌이는 게임에 더 주력하는 것은 '패떴' 역시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인지도 모른다. '패떴'의 참돔 논란은 과도하다. 하지만 그 과도함에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