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인 것들의 결합, 담담하게 포착한 '청춘불패'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 만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청춘불패'에는 온갖 이질적인 것들이 공존하는 기묘한 풍경이 연출된다. 세련된 도시의 스타일을 표상하는 걸 그룹 아이돌들과 그들이 생활하게 되는 강원도 촌마을 유치리가 그렇고, 이 청춘의 아이돌들과 그들이 웃음을 주려 노력하는 시골 마을의 백세 장수 어르신이 그렇다.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을 것 같은 하얀 손들이 삽과 망치를 들고 있는 장면이 그렇고, 엣지 있는 스타일의 그녀들이 몸빼를 차려입고 시골 일에 나서는 장면이 그렇다.
소녀 아이돌들이 시골에 간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걸 그룹과 시골이라는 공간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청춘불패'는 소녀시대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공포영화제작소' 같은 코너에서 보여주었던 의도성을 최대한 배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출의 의도를 벗어버리고 이 프로그램이 하는 것은 그저 이 소녀 아이돌들의 시골생활을 담담히 보여주는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적응이 덜 되었다고 스스로 밝히는 남희석이 "이거 예능인데 너무 일만 하는 거 아냐"하고 말할 때, 이 프로그램은 드디어 '걸 그룹의 예능'이라는 틀에 박힌 선입견을 벗어버린다.
처음 걸 그룹의 아이돌들이 예능으로 모인다는 '청춘불패'의 예고를 들었을 때, 우리가 갖게 된 인상은 '1박2일'의 걸 그룹 버전일 거라는 호기심이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나르샤, 소녀시대의 유리와 써니, 포미닛의 현아, 카라의 구하라, 티아라의 효민, 시크릿의 한선화 등, 걸 그룹 열풍 속에서 쟁쟁한 이들의 출연만으로도 '청춘불패'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걸 그룹들이 지금껏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청춘불패'는 또 하나의 걸 그룹의 풋풋한 이미지를 활용한 예능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춘불패'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이러한 의구심을 깨버렸다.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는 강박관념을 벗어버린 것. 덕분에 이 쟁쟁한 아이돌들의 시골생존기는 자연스러움을 얻었다. 닭똥을 치우고, 은행을 따고, 집 주위에 울타리를 치고, 화장실과 닭장을 만들고, 고추를 따는 것이 그들이 프로그램에서 하는 일의 대부분이다. 심지어 어르신들 앞에서 장기를 선보이는 자리에서도 그들은 굳이 장기를 보여줘 예쁜 이미지를 남기려는 모습보다는 그저 어르신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담히 보여준다.
이렇게 되자 '청춘불패'는 아이돌 예능이 갖는 통상적인 틀을 벗어나 그네들이 일찍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생생한 얼굴들을 드러낸다. 어르신들에게 어색하게 절을 올리고, 그네들과 함께 묵묵히 일을 하는 장면은 큰 웃음이 없어도 훈훈해지고, 낯선 시골 생활에서 어색한 그들의 행동은 청춘의 풋풋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집안 어른들과 오랜만에 나누는 전화 통화에서 그간 숨겨왔던 마음이 더 절절해지는 건 그들이 이제 무대라는 화려한 가상공간을 벗어나 이 진정성이 살아있는 공간 속에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청춘불패'는 이처럼 걸 그룹 아이돌들을 출연시키지만, 그네들의 겉이 아닌 속을 들여다본다. 외형을 벗어던지고 알맹이에 접근하자, 그녀들은 오로지 청춘이라는 이름 하나로 이 이질적인 공간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루 동안 건강한 육체노동을 하고, 밥을 지어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진지하고 훈훈한 웃음이 피어나는 건 이 프로그램이 가진 담담함이 가져온 진정성의 힘이다. 그리고 이것은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발길을 향하는 자들이 가지게 마련인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과 다르지 않다. '청춘불패'가 아이돌 예능 그 이상을 보여주는 건 그 살아있는 진정성이 아이돌을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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