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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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의 성패는 재미? 이제는 공감이다!

D.H.Jung 2009. 11. 2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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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탐구생활', 공감 버라이어티 시대 여나

내 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어쩜 저렇게 내 속 같은 얘기만 할까. 케이블채널 tvN의 '재밌는 TV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의 마음에 짝짝 달라붙는 맛깔스런 내레이션을 듣다 보면 드는 생각이다. 같은 상황에 대한 남녀의 서로 다른 내밀한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예능 프로그램이 말 그대로 빵 터진 건 바로 이 공감에 있다.

'남녀탐구생활'이 이 공감을 가져오기 위해 취하고 있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실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이른바 대세가 되어버린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의 정반대 지점에 이 코너가 서 있다는 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리얼에 포인트를 맞춰 대본을 최소화하고 현장에서 포착한 장면과 대사들을 가져와 그것을 편집과 자막을 통해 웃음과 스토리를 강화한다. 하지만 '남녀탐구생활'은 먼저 내레이션을 만들고 거기에 맞춰 영상을 연출하는 철저히 사전 기획된 내용을 담는다. 그래서 결과는? 공감 백배의 영상이다.

이것은 기획되지 않은 날 것의 영상들만이 진정성을 담아내고, 그것이 결국 공감까지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만드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가 된 세상에 대한 역발상이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의도되지 않은 장면을 통해 리얼한 공감을 주고 자막 등 후반작업을 통해 그 공감이 증폭된다면, '남녀탐구생활'은 먼저 딱 맞는 내레이션이 철저히 기획되어 만들어지는 지점에서 먼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거기에 맞춘 영상은 그 공감을 증폭시킨다. 방향은 반대지만 목적은 같다. 공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가 된 것은 그것이 리얼해서 재미있기 때문이 아니라 리얼해서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그 웃음이 거짓이 아니고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먹을 것을 놓고 복불복을 해도 그것이 진짜 배고플 때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을 때 하는 것에는 공감의 차이가 생긴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바로 이러한 리얼한 상황들을 엮어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는 바로 그 리얼함 때문에 공감을 얻는다. 그러니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리얼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목적은 공감이 된다.

예능 프로그램이 이처럼 공감을 목적으로 하게 된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가진 스토리텔링의 특징이기도 하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일정한 캐릭터를 구성하고, 상황 속에서 리얼한 반응들을 엮어서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한다. 이것은 매 회 다른 이야기를 가지면서 또 전체를 관통하는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드라마적인 스토리와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점은 그것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 정도일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스토리를 가진 예능들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것처럼 공감을 추구하게 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남녀탐구생활'이 이 굳이 리얼을 내세우지 않고도 공감을 가져왔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이것은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에 이 코너의 선택이 리얼을 주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남녀탐구생활'은 남녀의 숨겨진 내밀한 심리라는 누구나 보편타당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소재를 가져와 대중들과 공감했다는 점이 성공의 핵심 포인트다. 사실 이제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리얼이라는 말조차 식상해진 시점이다. 리얼에 대한 강박은 이제 그것이 진짜냐 가짜냐 하는 식으로 오히려 사회적 논란만 야기시키는 아킬레스건으로 전락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은 공감이다. '남녀탐구생활'은 그 가능성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웃기기만 하면 된다고 치부되던 시대는 이제 갔어요. 예능도 이제는 공감이 필요해요." 이제 공감 버라이어티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