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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천하무적 야구단', 야구와 예능의 행복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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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야구단', 야구는 예능과 어떻게 만났나

찰떡궁합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와, 역시 각본 없는 웃음을 주는 예능이 잘 어울린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야구와 예능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천하무적 야구단'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아마도 어디서부터 해야할 지 난감했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달려라 슛돌이'의 축구와 '천하무적 야구단'의 야구는 확실히 다르다. 축구는 공을 상대방 골에 넣으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룰을 갖고 있지만, 야구는 책으로 공부해야 할 정도로 룰이 복잡하니까.

예능 프로그램이 일부 야구팬들만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 '천하무적 야구단'은 복잡한 룰을 전혀 야구를 접해보지 못한 일반인들까지 대상으로 보여주면서, 야구도 하고 또 예능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천하무적 야구단'에 들어온 인물들도 야구를 아예 모르는 초보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마르코는 룰 자체를 몰랐고, 김준은 겉보기와 달리 거품(?)이었으며, 마리오는 외모는 메이저 리그였지만 실력은 동네야구 수준이었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야구 룰은 알고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늙은 사자 이하늘, 의욕은 충만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과욕이 되곤 하는 김창렬, 나이 어린 동호, 부실한 몸의 한민관... 그나마 야구를 곧잘 하는 오지호와 김성수가 있었지만, 그것은 공격 이야기고 수비로 들어가면 이들 역시 구멍이었다.

그러니 전적은 지금껏 3승이 고작인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바로 이 해야할 일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 '천하무적 야구단'에는 오히려 약이 되었다. 이 예능은 바로 이 실제 야구와 현실인 예능 사이의 거리만큼 리얼 버라이어티쇼로서의 성장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었다. 매번 마르코를 내세워 경기 룰을 가지고 퀴즈를 내고, 후에는 백지영을 단장으로 포섭해 상대적으로 야구에 관심이 덜 한 여성 시청층까지 공략했다. 그들이 차근차근 룰을 공부해가고 경기를 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야구는 조금씩 시청자들에게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야구는 오히려 축구보다 좋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소재가 되었던 것.

바로 이 점은 야구라는 스포츠에도 그대로 큰 도움을 주었다. 야구라는 조금은 거리가 있어보이는 스포츠의 저변을 넓히는데 이만큼 강력한 방법은 없었던 것. 리얼 예능이 가진 독특한 스토리 방식, 즉 웃음을 주면서도 쉬운 것에서부터 차츰 복잡한 것으로까지 이야기를 넓혀나가는 이 스토리의 힘은 야구를 보다 가까이 시청자들 앞에 가져다 놓았다. 프로야구협회에서 '천하무적 야구단'에 상을 주고, 7명의 내로라하는 프로야구 감독들이 이들을 위한 일일코치를 자처하는 등의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두산 베어스의 김경문 감독은 가르쳐주는 입장에서도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거듭 전했다. 그리고 이 감독들의 일일코치를 담은 영상들은 하나의 쉽고 재밌는 야구교본을 방불케 했다.

야구의 저변을 넓히는 것 이외의 효과로서 프로야구경기에 '천하무적 야구단'이 부여한 '야구에 대한 실감'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마도 '천하무적 야구단'을 시청해온 분들이라면 2009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을 것이다. 우리는 '천하무적 야구단'이라는 리얼 스포츠 버라이어티쇼를 통해 야구가 누구나 공을 던지고, 때릴 수 있는 그런 쉬운 경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프로야구에서 흔히 보이던 더블 플레이 하나에도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보고 감탄을 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프로야구가 보여주는 실책 없는 경기나 담장을 넘기는 홈런에 남다른 실감을 가질 수 있었다.

'천하무적 야구단', 이 야구와 예능의 만남은 양쪽에 모두 행복한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예능은 특별한 이야기를 구성하지 않고도 야구 자체가 가진 재미를 통해 특유의 리얼 성장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었고, 야구는 이 예능을 통해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매력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이 좌충우돌 야구단은 한 발 더 나아가 보다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사회인 야구를 위해 '꿈의 구장'을 지으려는 것. 야구와 이 예능이 가진 찰떡궁합의 행복한 공존을 통해 볼 때, 이것이 결코 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꿈은 이루어진다. 꿈꾼다는 것만으로도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꿈을 향해 달려가는 성장 스토리를 근간으로 삼는 리얼 예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