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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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버라이어티, 리얼을 넘어 이젠 진심이다

D.H.Jung 2010. 9. 6.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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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1박2일' 그리고 '남자의 자격'이 보여준 진심의 힘

링 바깥에서 극도의 긴장감에 연실 토하면서도 링 위에서 애써 건재함을 보이려한 정형돈. 통증으로 경기 1시간 전에 응급실에 누워 있었지만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링 위에서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여준 정준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족했던 기술을 고통스럽지만 한 번 더 하라고 말하는 하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완벽한 악역을 소화해내는 길. 부족한 기술이지만 특유의 쇼맨십으로 장내를 장악해버린 박명수와 노홍철. 리더로서 팀원들을 독려하고 걱정하며 늘 솔선수범하는 유재석과 손스타. 이들이 살과 살의 부딪침으로 연출해낸 '무한도전 WM7'은 그저 '리얼'이라는 수식어로는 담아지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은 마음이다. 정형돈이 괴로워할 때, 저 링 위에서 싸이가 부르던 '연예인'이라는 노래의 가사,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항상 즐겁게 해줄게요"가 오버랩될 때 느껴지던 그 진심.

바로 이 진심은 '남자의 자격'에서 각양각색의 합창단원들을 진두지휘하는 박칼린의 눈빛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때론 자애로운 눈빛으로 단원들을 독려하고 때론 엄하게 꾸짖으며 단원 한 명 한 명을 마치 악기 조율하듯 섬세하게 매만지는 그녀의 눈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하모니'에 대한 강렬한 열정이다. '남자의 자격-남자와 하모니'편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합창이라는 소재가 갖는 힘이기도 하다. 한 사람 한 사람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합창단에 합류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던 그들이 하나의 음악 속에서 완벽한 하나가 되는 그 기적 같은 경험.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쉴 새 없이 던져지는 농담 속에서도 늘 진지함을 잃지 않는 박칼린과, 그녀의 지휘에 따라 합창단 전체의 마음이 노래 속에서 하나가 되는 그 과정을 어찌 '리얼'이라는 단어로 다 말할 수 있을까.

'1박2일'의 멤버들이 다섯 코스로 나뉘어 둘레길을 따라 걷는 그 여정에서도 우리는 곳곳에 묻어나는 진심을 읽을 수 있다. 강호동과 은지원이 길 위에서 만난 혼자 길을 걷는 청년에게서도, 그들이 민박집에서 만난 가족들에게서도, 또 늦은 시간에도 한상 떡 차려 내어주시는 인심 좋은 민박집 주인에게서도 그 따뜻한 진심이 묻어난다. 이승기가 한 정자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와의 특별한 인연은 물론이고, MC몽에게 참치캔을 내어주던 청년들, '1박2일' 팬이라며 이수근에게 잠자리와 먹을 것을 내어주시던 이장님까지, 이 조미료 쏙 뺀 다큐 예능이 보여준 것은 그들의 마음이었다. 길 위에서 팀원들이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거기서 만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세우는 모습은 '1박2일'이 본연의 여행이라는 취지의 버라이어티로 돌아왔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어두운 밤길에 여전히 자신을 알아볼까 저어하는 김종민에게 지나치며 '파이팅'을 외쳐주는 행인들의 그 마음은, '다큐'라는 타이틀을 내걸은 것처럼 리얼 그 이상의 따뜻함을 담아낸다.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말은 이제 너무 흔해져버렸다. 그래서 이 진심까지 잡아내고 그 마음을 전해주는 버라이어티쇼를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표현이 되었다. 버라이어티쇼는 이제 재미는 기본이고 교감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그 어떤 말보다 살과 살이 부딪치는 것으로 정직하게 그 마음을 전하는 '무한도전'이나, 합창을 통해 저마다의 마음이 하나로 묶여지는 기적 같은 경험을 전해주는 '남자의 자격', 그리고 길 위에서 그 길을 걷지 않았던들 경험해보지 못했을 소중한 만남의 따뜻함을 전하는 '1박2일'이 모두 감동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때 인위적인 웃음이었던 예능은 '리얼'로의 변신을 통해 마치 다큐 같은 실제상황을 끌어들였고 이제는 그것을 넘어 그 날것이 전해주는 신산한 진심까지 담아내고 있다. 웃음을 주는 버라이어티쇼를 보며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경험은 이제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