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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네모난 세상

'학교란 무엇인가', 드라마보다 더 감동적인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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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재발견, '학교란 무엇인가'

선생님이 울었다. 아니 참회했다.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했는데 그 열정이 지나쳤던 지 선생님의 입에서는 자신도 좀 심하다 생각되는 그런 말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좋은 선생이 되고자 용기 있게 자신의 수업을 공개하겠다고 나섰지만,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다큐가 제안한 이 코칭 프로그램이 자신을 이토록 아프게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선생님은 녹화된 자신의 수업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상처되는 말을 했는가를 깨닫고는 하염없이 울었다.

또 다른 선생님은 부정했다. 코칭을 해주는 교육전문가는 선생님에게 충격적인 말을 했다. 선생님의 수업에는 학생이 없다는 것이었다. 녹화된 영상에서 선생님은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팔짱을 낀 채 거리를 두고 있었다. 결국 코칭 프로그램을 그만 두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선생님은 그러나 며칠 후 교육전문가에게 SOS를 청했다. 다시 만난 교육전문가 앞에서 선생님은 말없이 울었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표현이 되지 않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자각은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의 고투 끝에 선생님들은 더 활기차게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 있었다. 늘 조심조심 아이들을 배려하며 얘기하고 있었고, 아이들과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눈을 맞추기 위해 심지어 아이들 앞에 무릎을 꿇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비로소 아이들과 한 반에서 선생님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코칭 프로그램이 끝나는 날, 교육전문가는 이런 말을 했다. "모두에게 공통점이 있네요. 선생님들께서 조금 변하셨어요. 근데 그 결과로 우리 학생들의 모습이 많이 변했네요. 학생들 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변해야 된다는 것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 된 것 같습니다."

흔히들 학교는 위기라고 말한다. 그 위기의 원인을 혹자는 아이들에게서 찾고 혹자는 권위가 사라진 선생님에게서 찾고 또 혹자는 입시교육으로 인해 학원으로만 몰리는 현 교육 정책에서 찾는다. 모두가 누구누구의 탓을 할 때, 자신의 문제를 되돌아보는 이는 드물다. EBS가 교육대기획 10부작으로 제작한 '학교란 무엇인가'는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교육 다큐멘터리다. 5부 '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는 이 다큐가 가진 접근방식을 잘 보여준다. 내부의 문제를 부정하지 않고 먼저 자각하고, 그런 후에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은 그 발견과 성장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감동적이다.

1,2부를 통해 보여주었던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교육의 길로 인도하려 노력하고, 엇나가는 아이들조차 학교가 품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나서는 선생님들의 노력과 헌신은 우리의 학교에 여전히 희망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3,4부에서 이우학교의 실험과 민족사관학교를 포함한 미국, 인도의 최고 고등학교를 소개하면서 어떤 교육의 대안을 보여준 다큐멘터리는, 5부에서 선생님의 변화를 촉구하고는, 6,7부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서 칭찬의 역효과와 책읽기의 중요성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8,9부를 통해 이른바 상위 0.1%의 공부 방법을 소개하면서 우리네 사교육의 문제와 자기주도형 학습의 필요성을 강변한 후, 10부에서 서머힐 학교를 예로 들어 배움의 미래를 살펴보았다.

마치 우리 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들의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듯한 이 다큐는 바로 그 해법의 중심에 '학교'가 있다는 것을 재발견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고 공부하며 성장하는 곳이 학교라는 사실. 입시교육이 가져오는 그 잘못된 욕망들로 인해 공부가 왜곡되면서 차츰 학교라는 존재 또한 왜곡되어버렸고 그 속에서 지내는 선생님도 학생들도 그리고 학부모들도 왜곡된 교육의 틀 속에서 고통스러워했던 것이 아닌가. 이 다큐멘터리는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짐으로써 본연의 학교를 되찾아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양한 실험과 설문조사 그리고 무엇보다 그 속에 실제로 담겨진 수많은 사례들이 깔끔한 연출로 정돈된 이 교육 다큐멘터리는 그래서 그저 하나의 TV 프로그램 그 이상을 담아낸다. 잘못된 길로 접어든 교육을 본래의 자리로 되돌리려는 노력과 변화의 흔적들이 그 속에는 그대로 녹아있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 숨 쉬며 살아가는 학생들과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들이 그동안 억눌리고 막혀있던 교육에 대해 소통하면서 실제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이 다큐가 드라마보다 더 감동적인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