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1박2일', 그들의 눈물이 우리에게 준 것들 본문

옛글들/명랑TV

'1박2일', 그들의 눈물이 우리에게 준 것들

D.H.Jung 2011. 1. 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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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의 시선에서 같음의 시선으로

사랑해요. 고마워요. 그리워요. 보고 싶어요. 화면 속 가족들은 이역만리에서 고생하는 그들의 남편, 아빠, 아들에게 그 단순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마음을 전했다. 까르끼의 아내는 "정말 사랑해요. 여보 빨리 오세요."하며 환하게 웃어주었고, 예양의 아버지는 "우리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동생아 많이 보고싶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칸의 누나는 "너 먹는 것 많이 좋아하잖아. 그런데 우리가 해줄 수가 없구나"하며 말을 잇지 못했고, 쏘완의 아내는 "우리는 모두 잘 지내고 있다"며 "당신이 매월 보내주는 돈으로 우리는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아낄의 부모님은 "우린 너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네가 보고 고 빨리 만나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그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시베리안 야생 수컷 호랑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역만리 떨어진 가족들을 담아온, 나영석 PD가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한 그 영상을 보며 외국인근로자 친구들은 눈물을 흘렸고, '1박2일' 출연진들은 그들의 눈물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늘 자신이 걷던 길,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눈가가 촉촉해진 부모님들을 보며 파키스탄에서 온 아낄은 서투른 한국말로 "가장 큰 선물 같아요. 작은 선물 아닙니다. 이거."라고 말했다. 그랬다. 그들에게 가족만큼 큰 선물은 세상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전주곡에 지나지 않았다. 화면으로 가족들을 확인한 외국인근로자 친구들이 그 그리움에 헛헛한 발걸음을 숙소로 옮길 때, 거기에는 새로운 기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꿈속에서도 그렸을, 화면 속에 있던 그 가족들이 거기 있었다. 유난히 덩치가 산만해 그 뒷모습이 유독 쓸쓸하게 보이는 까르끼가 그토록 보고 싶던 아내와 아이들을 보고는 온몸으로 흐느끼는 모습을 본 강호동은 결국 속절없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까르끼의 아내는 까르끼를 꼭 껴안고 마치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깍지를 낀 채, "같이 살자"는 말을 반복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칸의 노모는 볼을 맞댄 채 "우리 아들, 우리 아가"하며 눈물을 흘렸고, 파키스탄에서 온 아낄의 어머니는 '고생하는 아들'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그들을 보며 은지원은 "못 알아들어도 무슨 말인지 다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장난기어린 눈시울도 붉어졌다. 미얀마에서 온 예양의 아버지는 눈물을 흘릴까봐 차마 아들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며 예양을 안고 있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캄보디아에서 온 쏘완은 수줍게 아내를 안아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왜 우리는 눈물을 흘렸을까. 거기서 우리 자신들의 가족들을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그 뜨거운 인간애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인근로자 친구들과 함께 한 '1박2일'이 보여준 것은 그래서 공감과 공존이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국적이 다르다고, 조금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심지어 이제는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다르게 바라보던 그 차별적인 시선은 거기엔 없었다. 그들은 우리처럼 누군가의 가장이었고, 누군가의 사랑스런 아들이었으며, 누군가의 자랑스런 아버지였다. '1박2일'은 공감과 공존의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봄으로써, 차별에 대한 그 어떤 저항적인 외침보다 더 강한 울림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그래서 그 짧은 '1박2일'은 그 길디 긴 차별적 시선의 시간들을 단번에 뛰어넘은 기적의 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