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1박2일', 새 멤버가 꼭 필요한 진짜 이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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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새 멤버가 꼭 필요한 진짜 이유

D.H.Jung 2011. 1. 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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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새 멤버의 자격, 의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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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사진출처:KBS)

'1박2일'의 새 멤버는 왜 그렇게도 채워지기가 어려운 걸까. 윤계상에 이어 송창의 역시 제6의 멤버로 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했다. 이유는? 바빠서다. 송창의는 이정향 감독의 새 영화 '노바디 썸바디(가제)'를 찍고 있다. 게다가 뮤지컬 '광화문 연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바쁠만 하지만 과연 그 이유만일까.

부담스럽기도 할 것이다. 지금처럼 제6의 멤버에 쏠린 시선이 뜨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목될 때 들어가면 잘 해야 본전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시청률이 떨어지거나 하면 오히려 집중포화를 받을 위험성은 너무나 크다. 선뜻 내키지 않는 제안일 수 있다.

하지만 제6의 멤버로 들어갈 인물이 어느 정도 예능의 베테랑이거나, 아니면 그나마 스케줄이 많지 않은 신인이거나, 부담감보다 더 절실한 동기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면 그 자리에 들어갈 인물은 줄을 설 것이다. '1박2일'의 영향력은 그만큼 크다.

그렇지만 '1박2일'측이 뽑으려는 제6의 멤버의 자격은 이것과는 정반대다. 예능의 베테랑이어서도 안되고, 신인보다는 어느 정도 이미지를 갖춘 인물이어야 하며, 단지 개인적인 동기만으로 '1박2일'에서 입지를 세우려는 인물 역시 거부 대상이다. '1박2일'은 이른바 '착한 캐릭터'를 원한다. 왜 제6의 멤버가 갖추어야할 자격은 이렇게 가장 어려운 조건을 통과해야하는 걸까.

가장 큰 것은 김C의 공백이다. 지금 '1박2일'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단지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승승장구'에 이경규가 나왔을 때 이수근이 농담처럼 얘기한 것처럼, 지금 '1박2일'은 어떤 지적인 느낌이 없다. 아니 꼭 지적일 필요는 없다고 해도 어떤 의미화를 만들어낼 만큼의 진지한 인물이 절실하다. 김C는 최고였다. 그는 아무런 멘트 없이 그저 진지한 표정만으로도 그 여행이 갖는 어떤 의미들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인물이었다. 아무리 주변에서 가볍게 만들어도 김C로 돌아오면 이 여행 버라이어티는 어떤 진지함과 무게감을 갖게 된다.

만일 '1박2일'이 캐릭터를 통해서 프로그램에 어떤 의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들의 복불복이나 미션들은 자칫 휘발될 수 있다. 이럴 때 김C 같은 도무지 예능과는 담을 쌓은 인물이 그저 묵묵히 혼자 복불복을 수행하며 길을 걸어가면 프로그램은 진지해진다. 김C의 그 걸음걸음 자체가 인생처럼 여겨지는 순간을 우리는 여러 번 보지 않았나.

따라서 김C 없는 지금 '1박2일'은 PD와 작가가 의미를 도출하고 있다. 제작진 없는 멤버들만의 여행이라는 콘셉트나 '외국인 근로자' 특집 같은 소재는 그간 해왔던 여행과는 달리 제작진의 철두철미한 준비가 엿보인다. 나영석 PD가 자꾸 주목되는 건 이런 제작진의 의도가 드러나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다행스러운 건 나영석 PD 역시 제6의 멤버 같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말 그대로 '착한 캐릭터'고 PD기 때문에 예능을 하려 하지 않지만 '1박2일'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역시 PD다. 언제까지 그가 빈 자리를 메울 수는 없는 일이다.

분명한 건 '1박2일'이 언제까지 다섯 명의 멤버로 움직이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지금 현재는 없는 '의미화가 가능한 인물'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이것이 바로 그토록 섭외가 어려운 제6의 멤버가 갖추어야 할 자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