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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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테이터의 시대, 해설이 예능보다 재밌다

D.H.Jung 2011. 2. 1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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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랭크쇼 '열광', '명작스캔들', 코멘트로 즐거워지는 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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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스캔들'(사진출처:KBS)

코멘테이터(commentator). 쉽게 말해 '해설자'다. 흔히 우리가 보는 코멘테이터는 스포츠 해설가다. 경기를 보면서 흐름과 전략 등을 짚어주고 전체의 맥을 그려준다. 코멘테이터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축구경기를 볼륨 없이 보면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한 해설은 그 사안 자체를 더 즐기게 해준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방송에 이 코멘테이터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물론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에서 코멘테이터들은 늘 등장해왔다. 하지만 정보에 재미가 겹쳐지면서 코멘테이터로 방송 출연하는 전문가들은 정보만이 아니라 재미까지 전해주고 있다.

시사랭크쇼 '열광'은 아예 엔터테이너에 가까운 코멘테이터들의 각축장이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의 저자이자 명지대 여가문화연구센터 소장인 김정운 교수는 깊이 있는 해설과 함께 재치 있는 예능감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열광'은 시사를 소재로 끌어온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러한 예능감을 가진 코멘테이터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는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은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다. 거의 모든 사안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잡학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는 방송 내내 쉴 새 없이 이야기에 토를 단다. 심지어 김정운 교수가 혀를 내두를 정도. "얘기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더 힘들다"고 할 정도로 재치 있는 코멘테이터로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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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랭크쇼 열광'(사진출처:tvN)

클래지콰이의 호란 역시 독특한 코멘테이터다. 연세대 심리학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겉보기에는 섹시한 이미지를 풍기지만, 일단 어떤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 누구보다도 지적인 변신을 보여준다. 사실 코멘테이터로서 이런 양가적인 모습을 모두 갖추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진지함과 솔직함이 그녀가 던지는 코멘트의 매력이다.

최근 KBS에서 새로 시작한 '명작스캔들' 역시 코멘테이터들의 프로그램이다. '열광'에 이어 이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김정운 교수는 조영남과 함께 그 날 그 날 소개되는 명작들에 대한 재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명작을 놓고 다차원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독특한 이 프로그램의 형식 상, 다채로운 코멘터이터들은 필수적이다. 드가의 '스타'를 놓고 발레리나 김주원의 코멘트를 듣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미술관에 도슨트(Docentㆍ안내인)가 명작 감상에 깊이를 더해주듯이 '명작스캔들'의 코멘테이터들은 좀 더 즐겁게 명작에 빠져들게 해준다.

코멘테이터들의 시대가 오는 이유는 그 어느 때보다 정보에 대한 지적인 갈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정보는 더 이상 배워야할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식은 물론이고 끼로 무장한 코멘테이터들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예능보다 재미있는 해설이 가능해진 요즘, 시사나 교양 프로그램 역시 고리타분함을 벗어던지고 부쩍 대중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코멘테이터가 코멘테이너(코멘테이터+엔터테이너)로 넓혀져 가는 과정. 어쨌거나 대중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