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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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 어쩌다 군 생활까지 생중계하게 됐나

D.H.Jung 2011. 4. 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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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을 두고 벌어지는 군과 방송 사이의 역학관계

'현빈'(사진출처:OSEN)

역시 현빈 파워일까. 아니면 그간 상류층이나 연예인들의 군 기피에 대해 대중들에게 쌓여있던 불만의 폭발일까. 현빈이 해병대에 자원입대하기로 했을 때 쏟아졌던 찬사 속에는 사실 이 두 가지가 모두 뒤섞여 있다. 보통 군대를 가는가, 가지 않는가에 집중되던 과거의 양상과 비교해보면 이미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작금의 현빈에게 쏟아지는 카메라 세례는 과도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신병교육을 받는 장면이 일일이 보도되고, 심지어 9시 뉴스에까지 현빈의 행보가 보도되는 상황은 지나치다 싶다.

아마도 군 입장에서는 군대를 홍보하는데 있어서 현빈 만한 기회가 없다고 본 것일 게다. 전체 6주 신병 훈련이 끝나기도 전에 4주차에 서둘러 현빈을 해병대사령부 모병홍보병으로 분류한 것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그것을 굳이 발표하고 여론이 나빠지자 다시 백령도 6여단 일반 보병 전투병으로 바꿨다고 밝힌 것은 해프닝으로 넘어가기엔 군의 눈치 보기가 너무 심하다고 여겨진다.

물론 군에서는 현빈을 특별대우하는 듯한 분위기 자체가 현빈 자신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이미 현빈은 홍보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을 하든 군대 생활까지 카메라가 들어오고 있고(혹은 사진이 유출) 군이 그것을 그다지 나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현빈 다큐 논란이 벌어진 건 이 현빈을 둘러싼 군과 방송의 역학관계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5월1일 방영될 예정인 '다큐3일'에 현빈이 등장한다는 것에, 이른바 '현빈 다큐'가 군에서까지 만들어져 대중들에게 보여진다는 비판 여론이 생겨났던 것. 여기에 대해 '다큐3일' PD는 "현빈 다큐가 아니라 해병대의 훈련을 담는 다큐에 현빈의 모습이 들어간 것뿐"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전후가 어떻든 현빈이 그 중심에 서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다큐3일' 입장에서도 또 군 입장에서도 현빈을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현빈의 군 생활 일거수일투족이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상황은 연예인들의 군 기피 문제에 얽혀진 정서와 이른바 '현빈앓이'라 불리는 현빈에 대한 관심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군 입장에서는 현빈을 통해 군대를 홍보하려 하는 것이고, 방송 입장에서는 현빈을 통해 방송을 띄우려는 의도가 강하다. 그런데 이렇게 군과 방송이 모두 현빈을 홍보모델화 하는 과정에서 본래 의도, 즉 군의 이미지 제고 같은 목적은 왜곡되고 현빈의 바른 이미지는 급격히 소비되기 마련이다. 이미 그렇게 카메라에 담겨지는 자체가 대중들에게는 '특별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왜 일반사병들처럼 묵묵히 군 생활을 할 수 있게 가만 놔두지 못할까. 현빈 입장에서도 이것은 이중고가 될 수밖에 없다. 군과 방송이 자신을 홍보로 활용하려는 그 입장을 무시할 수도 없고, 또 결과적으로 다른 대우를 받게 되는 상황이 일반 사병들과의 군 생활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최고인기를 구가하던 위치에서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는 그 자체가 사실 현빈이 군에 해준 최고의 홍보효과가 아닌가. 하지만 지속적으로 그 효과를 노리기 위해 현빈을 계속 카메라 앞에 서게 한다면 그 홍보효과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더 높다. 그저 창창하고 바른 청년이 자신의 소신대로 무사히 군 생활을 할 수 있게 내버려두면 안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