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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1박2일'의 강호동, 이것이 샐러리맨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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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의 강호동, 퇴근이 좋은 것만은 아니야

'1박2일'(사진출처:KBS)

아마도 모든 직장인들이 공감하지 않았을까. '1박2일', 왕 레이스 미션에서 승리한 바보당에서 강호동과 이수근이 조기퇴근을 했을 때 교차했던 그 마음은. 퇴근은 모든 샐러리맨들이 꿈꾸는 것이지만, 막상 모두가 일하는 시간 혼자 퇴근했을 때 느껴지는 그 허전함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미션에서 승리했을 때만 해도 강호동과 이수근은 '조기퇴근'을 "최고의 혜택"이라 말할 정도로 즐거워했다. 왜 그렇지 않을까. 매번 복불복을 해야 하고 그래서 때론 밥도 굶고 때론 엄동설한에 야외에서 취침을 해야 하는 이 '일터'로부터의 탈출. 모두가 일할 때 혼자만 쉰다는 그 짜릿한 자유.

하지만 조기퇴근의 현실은 다르게 다가왔다. 일단 바보당의 세 명 중 두 명을 선택해야 하는 리더 강호동의 상황은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긴급회의를 하고 선택의 기로 앞에서 괴로워하는 강호동에게 이승기는 "왜 이기고도 그렇게 지쳐하세요"라고 말했다. 결국 이수근과 자신이 퇴근하겠다고 밝히면서 강호동은 남게 된 김종민을 미안한 듯 껴안고 "열심히 해라. 힘내라."고 말해주었다.

이 장면은 마치 혜택을 얻은 두 사람이 못 얻은 한 사람을 위로하는 것 같았지만, 잠시 후 상황은 역전되었다. 어딘지 허전함을 느끼며 이수근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짜로 퇴근해도 된다고요? 집에 가도 된다고요?"라고 물었고, 강호동 역시 반신반의 하듯 "바로 가라고?"하고 되물었다. 그리고 걸어 내려오며 이수근이 "이렇게 갔는데요. 천문대 안에 새로 온 MC 두 분 있는 거 아니에요."라고 말하자, 이 조기 퇴근이라는 상황은 마치 명예퇴직 같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 아쉬움과 갑작스런 자유의 충격이 컸던 탓일까. 남은 이들이 그들의 빈 자리를 느끼며 하루를 보내는 동안 강호동과 이수근은 귀가하지 못하고 읍내 식당에서 무려 여섯 시간을 지낸다. 책임감에, 아쉬움에 떠날 수 없었던 것. 그래서 그들 앞에 동료들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 강호동의 멍한 얼굴에는 반가움이 들어 있었다. 이수근은 "우리 갈 데 있거든. 갈 데 없어서 이러는 줄 아냐?"며 자존심을 세웠지만, 그 말은 오히려 "갈 데가 없더라" 라는 말로 들렸다.

카메라를 보니 비로소 마음이 편해진다는 강호동은 '조기 퇴근'은 혜택이 아니라 벌칙이라고 말한다. 직업병인지는 몰라도 카메라 앞에 서야 생기가 돈다는 강호동은 "오세요! 라고 클로징할 때가 제일 피곤한 상황인데 제일 힘을 내잖아. 그게 고단함인데 기분 좋은 고단함이거든."이라며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제 카메라가 없으면 맥을 못추고 방송 이외의 모든 것에 서툴러진 강호동의 모습은, 우리네 일터에서 흔하게 보는 샐러리맨들의 자화상을 그대로 담았다. 

카메라를 자신의 산소통이라고 말하는 강호동. "카메라가 없으니까 강호동이 아니더라"고 말하는 이수근에게 그 말이 "최고의 칭찬"이라고 답해주는 그는 모든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해주었다. 카메라 앞에서 힘겨운 미션을 수행하면서도 그게 없어졌을 때 어찌 해야 할 지 모르는 이 아이러니 속에는, 퇴직하고서도 아침마다 습관처럼 눈이 떠지는 샐러리맨들의 뜨거운 삶과 쓸쓸함이 겹쳐져 있다. 막상 갖게 된 자유 앞에서조차 막막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