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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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왜 80년대를 다루면 뜰까

D.H.Jung 2011. 5. 2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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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에 부는 80년대 복고 트렌드, 그 이유

'써니'(사진출처:토일렛픽쳐스(주))

'과속스캔들'로 830만 관객을 기록했던 강형철 감독이 이번에는 '써니'로 일을 낼 모양이다. 벌써 2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써니'는 중년의 나이에 우연히 만나게 된 친구를 통해 여고시절 7공주로 지냈던 추억을 찾아가는 영화. 특히 80년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가득 채워져 있다. 교복 자율화로 어딘지 촌스러워 보이는 옷차림에서부터 음악다방에서 차 마시며 음악 듣던 그런 풍경들, 또 '젊음의 행진', '영11' 같은 그 때를 떠올릴 수 있는 TV프로그램들은 물론이고, 그 때 최고의 스타였던 소피마르소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이 관객들을 80년대의 추억으로 안내한다. 그 무엇보다 압권은 음악. Joy의 'Touch by touch'나 이 영화 제목이기도 한 보니엠의 ‘Sunny', 소피 마르소가 주연했던 영화 '라붐'의 주제가였던 리차드 샌더슨의 'Reality' 등이 OST로 등장해 당대의 추억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4월에 개봉했던 '위험한 상견례' 역시 80년대를 배경으로 다뤄 흥행에 성공한 영화. '위험한 상견례'는 사실 모두가 그렇게 흥행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막상 개봉하고 나니 4월 비수기 영화가에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 모은 최고의 영화가 되었다. 거기에는 역시 80년대 배경의 복고 코드가 자리한다. 경상도 출신 여자가 전라도 출신 남자와 만나 결혼에 성공하는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지만, 지역감정은 물론이고, 프로야구 열풍, 롯데와 해태의 대결구도 등등 80년대 추억 코드들이 관객들을 사로잡으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러한 복고 분위기는 영화가만이 아니라 TV를 통해서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옛 노래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도 그 대표적인 복고의 흐름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가 '나는 가수다'의 박정현과 '위대한 탄생'의 정희주에 의해 불려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고,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 윤복희의 '여러분',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 같은 노래들이 재발견되었다. 이른바 '과거 음악의 재발견'은 요즘 예능의 한 트렌드가 되었다. 한편 이제 곧 방영될 '불후의 명곡' 시즌2는 이런 옛 가수들의 노래를 현재의 아이돌들이 경연식으로 부른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개그맨 유세윤과 뮤지가 듀오로 부른 '이태원 프리덤'이 주목받고 있는데, 그 음악적인 코드 역시 80년대 디스코 풍을 그대로 담고 있다.

KBS에서 방영을 준비중인 중년판 '1박2일', '낭만을 부탁해'역시 복고 트렌드다. 이 7080 버라이어티에는 가수 전영록, 김정민, 배우 최수종, 개그맨 허경환, 정주리, KBS 가애란 아나운서 등 6명으로 구성된 '낭만원정대'가 출연하는데, 매주 특별한 주제로 1박2일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담는다고 한다. 7080세대의 추억과 낭만이 서린 장소를 방문해 당시 유행하던 음악, 게임 등을 소개하고, 그 시절의 '로망'도 재연한다는 것.

그렇다면 도대체 왜 7080을 겨냥한 복고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무래도 현재 새로운 문화 구매층으로 등장하고 있는 중년세대들과 관련이 있다고 보여진다. 이들이 향수할 수 있는 시대가 바로 80년대라는 것. 사실 이 중년세대들은 IMF를 겪으면서 어떤 문화 소비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들어 자신들만의 문화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밴드 열풍이라든가, 인디문화부터 팬덤에까지 젊은 층의 문화에 동참하려는 모습들, 각종 아웃도어 활동을 통해 여가문화를 만들어가려는 움직임들이 그런 사례들. 이렇게 문화적인 욕구가 생겨나고 있는 중년세대들이 있기 때문에 대중문화 콘텐츠들도 이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복고 트렌드라고 해서 7080세대들만 향유하는 것은 아니다. 복고 콘텐츠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지금의 관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아무리 똑같은 노래라고 해도 지금의 가수들에 의해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치면 그 향유하는 세대도 폭넓어지게 되기 마련. 즉 중년 세대들은 그 노래를 통해 과거 추억을 떠올리지만, 젊은 세대들은 그 자체를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즉 이러한 복고 콘텐츠의 또 다른 특징은 세대 통합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부터 나이든 세대까지 나란히 앉아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추억은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추억이 진짜 기억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추억이란 지금 현재 시점에서 되돌아본 과거이고, 그렇게 재구성된 과거를 말한다. 즉 추억은 고통스러운 현실조차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바꿔놓는 힘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추억 코드가 대중들을 사로잡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