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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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김범수에 이어 비주얼 가수가 되다

D.H.Jung 2011. 10. 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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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2'의 알리, 비주얼 가수란 이런 것

'불후의 명곡2'(사진출처:KBS)

그녀는 왜 가면을 썼을까. 그리고 왜 가면을 집어던졌을까. '불후의 명곡2'의 알리가 부른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극적이었다. 예사롭지 않은 가면의 등장에 객석은 긴장했고, 그녀의 낮은 읊조림에 관객들은 빠져들었다. 그리고 마치 숨겨왔던 열정을 보여주겠다는 듯 가면을 집어던지고 웅크렸던 몸을 쫙 폈을 때, 관객들은 기대하기 시작했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그 첫 소절은 그대로 알리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간 얼굴 없는 가수처럼 목소리로만 익숙했던 그녀의 이야기.

탱고에는 삶의 무게감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래서일까. 비장미 가득한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탱고 선율의 편곡에도 기막히게 어울린다. 하지만 비장미 속에도 훨씬 발랄하면서도 고혹적인 느낌은 바로 탱고가 가진 새로운 힘을 알리에게 부여했다. 그래서 탱고로 편곡된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아직은 젊은 나이지만 어딘지 삶의 신산함을 겪어온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정조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청춘의 느낌이다.

'365일'을 통해 잘 드러난 것처럼 알리는 낮은 읊조림에서부터 고음의 폭발력까지를 두루 갖춘 가수다. 특히 한 마디 한 마디의 가사를 음미하게 만드는 전달력은 절정에서 전율과 감동으로 이어지기 마련. 알리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이 목소리에 탱고 무희들 특유의 퍼포먼스를 추가함으로써 비주얼적인 부분을 가미했다. 알리의 비주얼이 파격적이며 심지어 전율을 느끼게 해준 것은 그 겉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그 동작 하나하나가 가진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알리는 본래 '타이순(타이슨에서 따온 이름이다)'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다 리쌍의 개리가 "여자니까 알리로 하향조정해주자"고 해서 알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 그만큼 외모는 그녀의 장벽이었다. '불후의 명곡2'에서 1등을 하고 가진 그녀의 울먹이는 인터뷰는 그래서 마음 한 구석을 찡하게 만든다. "저는 예쁘지도 않고,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잖아요.” 그녀는 도대체 이 외모를 요구하는 가요판에서 얼마나 가창력이란 칼을 갈았던 걸까.

그래서 알리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저 '나는 가수다'의 김범수가 '님과 함께'를 부르며 보여준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연상케 한다. 물론 잘 빠진 몸이 만들어내는 보기에 좋은 아름다움은 아닐지라도 그 열정이 보여주는 진정성의 아름다움은 그 어떤 것도 대체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던가. 이것은 어쩌면 비주얼만 넘쳐나고 정작 가수는 잘 보이지 않는 시대에 진정한 '비주얼 가수'가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비주얼은 눈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채워져야 하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가진 기승전결이 있는 양인자의 가사는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듯한 때론 부드럽고 때론 강렬한 알리의 목소리와, 몰입만으로도 충분히 그 진지함이 묻어나는 퍼포먼스로 하나의 뮤지컬 같은 작품을 만들었다. 김범수에 이어 알리라는 노래 잘하는 진정한 의미의 '비주얼 가수'의 탄생이다. '외로워도 모든 것을 거는' 듯한 그녀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음악에 있어 달라진 이 시대가 간절히 원하는 또 한 명의 가수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