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이 강호동의 공백을 느껴야 하는 이유
'1박2일'(사진출처:KBS)
그는 떠났어도 우리는 그를 보내지 않았다? '1박2일'이 강호동을 보낸 마음이 그렇다. 강호동 없이 5인 체제로 꾸려지는 '1박2일'로서는 그 커다란 공백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된 이상, 뒤만 바라볼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남은 5인들이 어떻게 '1박2일'을 꾸려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어쩌면 이 위기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르니까.
위기를 기회로 볼 수 있는 이유는 강호동이라는 큰 산이 '1박2일'에 미친 영향만큼 그 산의 그림자에 가려서 못한 것들도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즉 강호동이 있기 때문에 제작진과 멤버들 사이에 팽팽한 대결구도가 만들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 대결구도는 물론 '1박2일'을 재밌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스텝들과 멤버들이 야외취침이나 전원 입수를 놓고 경기를 벌이는 장관은 이 대결에서 나온 것이니까.
하지만 이야기가 제작진과 멤버들 간의 대결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이것은 여전히 매력적인 구도지만 반복되다 보면 이것도 언젠가는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강호동이 없는 상황은 이 흐름을 자연스럽게 바꿔줄 수 있다. 즉 호랑이 없는 굴에 토끼가 왕 노릇 한다고 제작진이 멤버들을 압박할 수도 있다. 나영석 PD는 이미 '1박2일'의 한 멤버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새로운 권력의 이동(?)은 의외의 재미로 만들어질 수 있다.
사실 더 기대되는 부분은 강호동 없는 팀에 누가 리더가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나이 순으로 보면 엄태웅이 가장 연장자지만, 어디 사회생활(?)의 위아래가 나이 순으로 정해질까. 군대도 짬밥(?) 순이라지 않은가. '1박2일'의 야전경험이 많은 은지원이나 이수근, 이승기 그 누구도 이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 이는 없다. 따라서 강호동이 빠지고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1박2일'에서 멤버들 간의 미묘한 헤게모니 싸움은 그 자체로 예능의 웃음 코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열 싸움만큼 예능에서 재미있는 건 없다.
어쩌면 서로 리더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리더 자리의 책임을 피하려고 하는 모습이 나올 수도 있다. 그 리더라는 것이 제 맘대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가야하는 부담 있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피하려는 모습이나 서로 가지려는 모습 그 어느 것이든 강호동의 공백으로 자칫 가라앉을 수 있는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모든 것은 의도되고 기획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1박2일'은 억지로 캐릭터를 만들어내서 이야기를 만드는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이다(이수근이 제 캐릭터를 찾기까지 1년이 걸렸던 사실을 상기해보라). 그저 자연스럽게 흐름에 맡기다 보면 당연히 이런 그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어쩌면 강호동이 작별인사조차 없이 떠나가며 '1박2일'에 남겨놓은 선물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빈자리마저 또 하나의 재미로 전화될 수 있게 한 그 묵직했던 존재감 말이다.
또 이것은 '1박2일'이 강호동을 떠나보내고도 강호동과 함께 하는 법이기도 하다. 빈 자리를 놓고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거나 혹은 그 자리의 무게감을 책임으로 느끼는 모습들을 통해 우리는 강호동을 계속 추억해낼 수 있을 테니까. 그는 떠났어도 우리는 그를 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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