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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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밴드', 탈락자도 웃을 수 있는 이유

D.H.Jung 2011. 10. 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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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락을 초월한 '탑밴드'만의 매력

'톱밴드'(사진출처:KBS)

이것이 진정한 밴드의 매력이 아닐까. 자작곡을 미션으로 치러진 '탑밴드' 4강전은 이 프로그램이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확연히 차별화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여타의 오디션들이 뮤지션이라기보다는(물론 뮤지션이 없다는 건 아니다) 노래 잘하는 가수를 뽑는데 치중하는 반면, '탑밴드'는 밴드라는 특성에 걸맞게 뮤지션을 뽑는 무대라는 걸, 자작곡 미션은 확인시켜주었다. 음정이 조금 불안하고 연주에서의 실수가 뭐가 그리 중요할까. 중요한 건, 그들이 음악을 만들고, 만든 음악으로 자신들의 생각과 감정을 그들만의 색채로 전한다는 사실이다.

4강에 오른 게이트 플라워즈, POE, 제이파워, 톡식은 자작곡을 통해 전혀 다른 자기들만의 밴드 개성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게이트 플라워즈가 그 특유의 강렬한 메시지와 보컬에 블루스한 기타가 어우러진 속 시원한 무대를 선보였다면, POE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특유의 몽환적인 음악을 들려주었다. 제이파워가 보컬 없이도 연주만으로 잼이 가진 자유로움을 발랄하게 표현했다면, 톡식은 그 이름에 걸맞게 한 번 들으면 저절로 입으로 흥얼거리게 할 만큼 중독적인 매력의 음악을 펼쳐보였다.

이렇게 다른 매력을 어떻게 순위 매길 수 있을까. 결국 순위란 약간의 운과 대중들의 취향이 반영된 숫자에 불과한 것이 될 뿐이다. 그래서 모두가 우승 후보로 지목했던 게이트 플라워즈가 예상을 뒤엎고 탈락이 정해졌을 때, 그들은 밝게 웃으며 동료 밴드인 POE를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었다. 기타리스트 조이엄(염승식)은 떨어졌어도 "우리들만의 음악을 더 열심히 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POE는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얼떨떨한 표정으로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 될 줄 알고 코멘트도 다 준비해 왔는데 정말 감사드린다"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들을 멘토링해준 코치들도 마찬가지다. 게이프 플라워즈의 코치인 신대철이나 제이파워의 코치인 김도균은 저마다 자신들이 코칭해준 밴드들을 상찬하며 그들이 자신들만의 음악세계를 제대로 보여준 이번 무대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당락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련이 있을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탑밴드'라는 무대에 올라 그들만의 음악을 연주하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탑밴드'가 아니라면 어느 프로그램에서 이런 절정의 밴드 음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이것은 '탑밴드'의 무대만이 가진 매력이기도 하다. 다른 오디션 무대들의 탈락자들이 아쉬움에 눈물을 쏟아내는 반면, '탑밴드'는 오히려 환하게 웃으며 상대팀을 위해 박수 쳐주는 모습. 자신이 이길 거라 자신하기보다는 늘 떨어질 것이라 스스로를 낮추고 상대팀을 높여주는 자세는 '탑밴드'의 밴드들이 얼마나 각자의 음악세계를 존중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들이 자신들은 떨어진다고 해도 진심으로 박수를 쳐줄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음악이 소중한 만큼 다른 밴드들의 음악이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탑밴드'는 우승에만 연연하는 다른 오디션과는 확연히 다른 프로그램이다. '탑밴드'는 자신들의 색깔을 드러내며 기량을 뽐내는 그 무대 자체가 큰 의미를 던져준다. 그래서 이제 마지막을 향해가는 '탑밴드'는 그 팀 하나하나가 '탑밴드'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팀이 된듯한 느낌을 준다. 마치 많은 록 페스티발이 그러하듯이 '탑밴드'는 밴드들의 축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