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 '싸인', '뿌리'까지, SBS드라마 선전 이유
'뿌리깊은나무'(사진출처:SBS)
올해 지상파 3사의 드라마 성적표를 보면 단연 SBS의 선전이 돋보인다. 과거 '드라마공화국'이라 불렸던 MBC가 특별히 주목할 만한 드라마를 내놓지 못했고 심지어 '짝패'나 '계백' 같은 대형사극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올해 MBC드라마에서 가장 주목받을만한 작품은 사극의 현대판 해석으로 화제를 모았던 '로열패밀리'와 독고진이라는 신드롬을 낳았던 '최고의 사랑' 정도가 될 것이다.
KBS 역시 올 한 해 '공주의 남자'와 '브레인' 정도를 빼놓고는 그다지 주목받는 드라마를 선보이지 못했다. 결국 KBS 드라마는 올해도 고정 시청층을 갖고 가는 일일드라마와 주말가족드라마, '광개토태왕' 같은 전통적인 시청자를 겨냥한 사극에 의해 채워졌다. 사실 이들 드라마들은 작품성이나 실험성보다는 익숙한 드라마 시청 패턴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성과라고 하기엔 어렵다.
반면, SBS는 연초부터 '시크릿 가든'으로 안방극장을 달궈놓더니, 중반에 이르러 '싸인'으로 주중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뿌리 깊은 나무'로 완성도와 대중성 모두를 아우르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런 대박 작품보다 더 중요했던 건 마치 중간을 연결해주는 중박 작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49일', '여인의 향기', '보스를 지켜라' 같은 작품들은 모두 의미 있는 시도와 성과를 거둬냈다.
도대체 SBS드라마의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온 것일까. 가장 큰 것은 올해 SBS의 드라마의 기획이 타 방송사의 그것보다 남달랐다는 데 있다. SBS드라마센터는 그간 외주제작사 시스템에 거의 의존해오던 드라마 제작에 있어서 좀 더 적극적인 개입을 해왔다. 즉 이미 선정된 작품에 있어서도 센터가 주도적으로 드라마의 방향성을 코디네이션 하는 노력을 보여 왔고, 때로는 거꾸로 방송사가 기획을 한 아이템으로 외주제작을 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여인의 향기'와 '보스를 지켜라' 같은 작품은 이런 방식으로 제작된 드라마들이다.
드라마의 성공은 물론 작가와 PD 그리고 연기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때로는 기획을 통한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어주는 작업을 통해 좀 더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즉 김은숙 작가의 '시크릿 가든', 김영현, 박상연 작가와 장태유 감독이 포진한 '뿌리 깊은 나무'는 그 저력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 되지만, '싸인' 같은 경우에는 물론 박신양 같은 배우가 있었지만 좀 더 세밀한 기획이 있었기에 성공했던 드라마다.
이것은 또한 외주제작 시스템이 왜곡하는 방송 드라마 시장에서 이제는 좀 더 방송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다. 물론 과거처럼 방송사가 기획에서 제작까지 모두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사가 좀 더 책임을 갖고 기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은 이제 드라마의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흥미로운 것은 이제 이른바 공식 운용의 노하우로 만들어진 드라마들이 올해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중견작가들의 잇따른 실패를 통해 나타났다. '신기생뎐'의 임성한 작가는 물론 시청률을 가져갔지만 대중들의 철저한 냉소를 받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실패하게 되었고, 문영남 작가의 '폼나게 살거야'는 시청률에서도 참패했다. 김수현 작가는 '천일의 약속'을 통해 멜로의 재해석을 시도했지만 결국 그 익숙한 코드에 매몰되면서 대중들과의 공감에는 이르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결국 드라마 운용의 노하우로 대우받던 중견작가들은 이제 좀 더 도전적인 상황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 중견작가들의 잇따른 실패 역시 이제 드라마에서 기획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던 중견작가들에게도 이제는 기획을 통한 타인의 의견(어쩌면 시청자의 의견)은 그만큼 중요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여러모로 올해 SBS 드라마의 선전은 앞으로 드라마가 가야할 행보의 많은 점들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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