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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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 진 김유미가 연 불편한 진실

D.H.Jung 2012. 7. 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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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와 메스코리아의 아이러니

 

도대체 아직도 미스코리아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있었나. 사실 미스코리아라는 대회 자체가 잊혀진 지 오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엉뚱한 방향에서 미스코리아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요는 간단하다. 진으로 뽑혔는데, 알고 보니 성형미인이었다는 거다. 게다가 밝혀지고 나자 쿨하게 스스로 인정했다는 건데, 여기에는 우리가 최근 들어 일반적으로 성형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 미스코리아라는 고전적인(?) 대회에서의 성형이 갖는 의미가 부딪치는 지점이 생긴다. 논란은 바로 여기서 생겨난다.

 

e뉴스(사진출처:tvN)

성형? 사실 그게 뭐 대수냐 하는 게 대중들의 달라진 시선일 게다. 쌍꺼풀 수술 정도 하는 건 성형으로도 치지 않고, 그 무시무시하다는 안면을 깎아 아예 형태를 바꾸는 수술도 그다지 비난받을 일로 치부되지 않는 세태다. 그만큼 생긴 대로 살던 시대에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가꾸는(?) 시대로 넘어왔다. 성형을 통해 삶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된 것도 아니다. 다만 그것을 자꾸 끄집어내 상품화하고 부추기는 것이 문제지만.

 

성형이 일반화되는 세태는 그래서 그 자체로 모태 미인을 주장하고 가장하는 미스코리아 같은 대회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더 이상 미(美)를 태생적이고 숙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 그 미의 기준이라는 것도 절대적인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성형미인이 진을 차지했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 구닥다리의 미적 관점을 가진 대회에 대한 일종의 도발이자 선전포고인 셈이다. 미스코리아가 되고 싶어? 고쳐라!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사정이 아니다. 실제로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는 여러 번 성형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2011년 미스 호주 셰리 리 박스는 2004년 미스 유니버스 대회 1위를 차지한 호주 출신의 제니퍼 호킨스가 성형수술을 했다고 폭로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또 미스 유니버스를 유난히도 많이 배출한 베네수엘라에서는 미스 베네수엘라 사관학교격인 '킨타 미스 베네수엘라'라는 교육기관이 있는데 여기서는 심지어 성형수술도 권장 받는다고 한다.

 

이쯤 되면 태생적인 미인인 양 가장한 채 열리는 이러한 미인 대회들이 사실상 변화하고 있는 세태에 두 손을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상적으로 우리가 보게 되는 미인들 중 상당수가 성형을 하는 상황에 모태 미인만을 찾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 그러니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도 “자연미를 훼손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아예 공식적인 조건으로 ‘성형수술’을 제한하지 않는 것일 게다.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이 사태를 지켜본 한 누리꾼이 “이건 미스코리아가 아니라 메스코리아”라고 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미스코리아든 메스코리아든 성을 상품화하는 건 마찬가지다. 미스코리아가 타고난 성을 전시하고 순위 매김으로써 육체를 상품화했다면, 메스코리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런 육체를 누구나(아니 돈을 지불할 수 있으면) 가질 수 있다고 부추긴다. 물론 이 바탕에는 미(美)에 마치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는 식의 전제가 들어있다. 하지만 개성과 다양성의 시대에 기준이라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기준이 없는데 자꾸 기준을 세우려고 한다. 왜 그럴까. 그래야 돈이 되기 때문이다. ‘미스코리아’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은 돈을 끌어온다. ‘코리아’가 붙었으니 대표성도 띄게 된다. 세계대회에 나가서 상이라도 타게 되면 마치 국가가 그만한 이미지를 얻은 것인 양 들썩거린다. 하지만 더 큰 것은 이러한 미의 기준을 내세우는 대회가 만들어내는 상업적인 파급효과다. 기준이 있어야 성형도 정당화된다. 기준을 근거로 순위를 쭉 매기면 불행하게도 저 끝에 놓여진(것이라 착각되는) 이들은 성형외과의 문턱을 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든 자본의 체계 속에 들어있는 상품이 그러하듯이 상품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자꾸 불필요하게 부추겨지는 욕망일 것이다. 성형?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해야만 할 것처럼 부추겨지는 건 큰 문제다. 미스코리아 같은 대회는 그 자체로 이런 욕망을 정당화한다. 순위를 매기는 행위가 어떤 미(美)의 기준이 존재한다는 암묵적인 합의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치게 당당히 성형을 밝힌 2012 미스코리아 진 김유미는 자신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을 것이다. 그녀는 자연 미인이 아니라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대중들의 비난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모태미인이라 말한 적 없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미인대회에서 성형이 공공연해진다면(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선 그런 것 같지만) 자칫 성형대회가 되어버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성형 광풍으로 이어질 것이다. 왜? 우리나라에서 미스코리아란 단지 최고 미인이라는 영예가 아니라, 그것이 성공의 발판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 모델이 되기 위해서 대회에 나간다. 그러니 팔자를 고치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 이들이 많아질 것은 뻔한 일이다. 결국 여기도 성공을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된다.

 

여러모로 개성미를 찾는 시대에 또 성형이 일상화된 시대에, 미스코리아라는 대회는 그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회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 뒤에 놓여진 수많은 상업적인 선택들 때문일 게다. 그러니 김유미의 당당한 고백은 자신도 모르게 그 밑에 숨겨진 미인대회의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낸 결과가 되었다. 언제까지 이런 시대착오적인 대회를 계속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