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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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태, 대선 최대 이슈로 떠오르나

D.H.Jung 2012. 11. 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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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김재철 해임안 부결이 가져올 파장

 

결국 또 <무한도전>을 못 보게 되는 것인가. 사실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대중들도 MBC 파업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것은 힘겨운 현실에 서민들에게 작은 위안을 주는 게 그나마 방송이기 때문이다. MBC의 <무한도전>이 마치 파업의 상징처럼 된 것은 그 때문이다. 대중들은 복잡하고 거창한 정치 이야기보다 소박하게 <무한도전> 같은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왜 자꾸 못 보게 되는가에 더 관심이 많다. 물론 방송정상화를 위해 선택한 <무한도전>의 불방조차 지지하는 쪽이지만.

 

'뉴스데스크'(사진출처:MBC)

대중들이 갖고 있는 MBC 경영진에 대한 감정은 그 시청률 하락을 통해서도 보여지고 있고, 또 드라마나 예능 같은 MBC 콘텐츠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을 통해서도 보여지고 있다. 제 아무리 괜찮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대중들은 시큰둥해 한다. 방송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뉴스 프로그램에 대해 보이는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 방송사로서는 너무 치명적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뉴스데스크>가 9시에서 8시로 옮겨진다는 사실 자체가 MBC의 치욕으로 받아들여지고, 또 옮긴 8시 <뉴스데스크>의 일련의 실수들(자막부터 방송사고까지)에 대해 대중들이 보내는 야유는 그 정서를 이해하게 한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회가 지난 8일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찬성 3표, 반대 5표, 기권 1표로 부결시켰다는 사실은 이러한 정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문제는 이 사태가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대선 정국에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거라는 점이다. 해임안이 부결된 직후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충일 방문진 이사에게 청와대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김재철을 지켜라'라는 내용의 압박성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김사장 해임안 가결을 놓고 논의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하금열 실장과 김무성 본부장이 개입하면서 이 논의가 무산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또 야당 측 이사들과 문화방송 노조는 지난 6월 파업을 철회하는 과정에서도 방통위 상임위원들로부터 김사장 퇴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비공개 합의서를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당시의 약속들이 손바닥 뒤집듯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해임안 부결에 대해서 김충일 이사는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고, 하금열 실장 역시 “(김충일 이사와) 통화를 많이 하지만 김재철 사장의 연임과 관련한 전화 통화는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MBC의 문제가 정치권의 이슈로 떠오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은 대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야권에서 주장하듯이 이번 사태는 대선에도 영향을 줄 여권의 언론장악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진실이 무엇이건 간에 대중들의 MBC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 어느 때보다 날이 서 있는 게 사실이다. MBC 관련 기사에 댓글이 1천개씩 달리고 그 대부분은 비판과 성토라는 그 대중정서가 얼마나 나빠져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 걸 잘 모르는 이들까지도 요즘 MBC 왜 그러냐고 말이 나올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MBC의 문제가 대선 정국과 긴밀하게 관련을 갖기 시작한다면 아마도 정치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부담감도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어쨌든 이번 사태로 또 <무한도전>을 못 보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 파장은 의외로 대선에서 터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대중은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