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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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탄3' 추가탈락, 너무 잔인했던 이유

D.H.Jung 2012. 12. 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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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탄3>의 감동을 해친 추가탈락 시스템

 

실력 있는 참가자가 너무 많은 것도 고민이다. <위대한 탄생>의 지난 시즌에 비해서 시즌3는 확실히 자기 색깔이 확실한 참가자들이 넘쳐났다. 그러니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격상 누구를 합격시키고 누구를 탈락시키는 일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들의 무대를 그저 즐길 수만은 없는 건 그 때문일 게다.

 

'위대한 탄생3'(사진출처:MBC)

하지만 이건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예선에서부터 주목해서 봐온 참가자라면 더욱 그렇다. 어떤 그룹은 달랑 한 명만 합격되고 어떤 그룹은 그래도 몇 명이 합격되는 과정을 보면서 그 날의 컨디션 때문에 자신이 주목해온 참가자가 떨어진다면 시청자로서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랴. 어차피 최종 무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다양성의 관점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희생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미 합격시킨 참가자를 아무런 추가 테스트도 거치지 않은 채 연령별 6명(팀)씩을 뽑기 위해 추가탈락을 시키는 건 너무 잔인해 보인다. 이미 뽑혀서 합격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참가자들 중 탈락통보를 받은 이들은 어찌 보면 더 아픈 경험을 하게 된 셈이다. 이 룰로 인해서 10대 합격자 7명 중 김지원이 탈락했고, 20대 초반 남자 그룹에서 이재민, 김대연, 서영무가 탈락했다. 물론 어떤 연령그룹에는 인원이 부족해서 생긴 추가합격자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추가로 탈락자를 낸다는 결정은 너무 심한 것 같다.

 

도대체 왜 이렇게 굳이 연령별 그룹으로 나눠야 했고 그 인원이 꼭 6명이어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 건 당연하다. 애초부터 그런 룰을 제시했다면 참가자들이나 이 과정을 바라보는 시청자들도 용납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전에 이러한 룰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시청자로서는 추가 탈락이라는 룰이 프로그램에 맞추기 위해 자의적으로 내려진 결정으로밖에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김대연 같은 참가자는 이전 미션에서 전원합격이라는 통보를 받은 후에 추가 탈락 발표로 자신만 탈락하게 되는 비운을 맞게 되었다. 아예 애초부터 탈락을 시켰다면 그 상실감은 덜 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과정이 방송으로서는 더 자극적이고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전원합격’이 주는 강도가 강한 데다, 거기서 또 추가 탈락하는 인물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방송의 측면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그 대상이 되는 참가자는 결과적으로 방송에 그저 활용되고 폐기되는 인물이 되고 만다.

 

물론 이것을 의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다 보니 인원이 더 뽑히게 됐을 것이고, 그래서 본래 계획에 맞추려다 보니 무리하게 추가 탈락자가 발생하게 됐을 것이다. 즉 이것은 애초에 고안했던 시스템의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 게다. 그래서 그 탈락자를 뽑아야 하고 또 통보해야 하는 심사위원들이 그들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어린 위로의 말을 건넨 것은 그것이 진짜로 미안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최소한 시청자들에게 제작진은 왜 그런 연령별 팀 구성이 필요했는지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혼신의 힘을 다해 누구보다 절실하게 오디션에 임해온 참가자들에 대한 예의이고 그들을 응원해온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프로그램의 목표에 맞추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계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목표에 희생된 이들과 시청자들에게 그 과정을 설득하고 납득시켜야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그 어느 때보다도 기량이 뛰어난 참가자들이 많은 <위대한 탄생3>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그 한 명 한 명의 당락에 대해 더 민감해질 수 있다. 이전 시즌들보다 훨씬 큰 재미와 감동을 전하고 있는 <위대한 탄생3>이기 때문에 이번 추가 탈락자를 갑작스럽게 만들어버린 융통성 없는 룰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