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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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개콘> 풍자, 계속되야 하는 이유

D.H.Jung 2012. 12. 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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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풍자를 바라보는 두 시선

 

<개그콘서트>의 날선 풍자 정신이 되살아나고 있다. <갑을컴퍼니>의 최효종, 새 코너인 <고스톱>의 김기열 그리고 <용감한 녀석들>의 정태호가 그 포문을 열었다. <갑을컴퍼니>에서 최효종은 투표에 있어서 공약만 난무했지 실제 된 일은 없다며 늘 국민들이 을인 이유를 밝히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제발 국민 갑갑하게 하지 말고 국민 모두 갑으로 만들어 달라."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새롭게 시작한 코너인 <고스톱>의 김기열은 우유부단한 국회의원으로 등장해 끝없이 말을 바꾸는 정치인을 에둘러 풍자했다. 한편 <용감한 녀석들>의 정태호 역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서민들을 위한 정책, 학생들을 위한 정책, 기업들을 위한 정책들 잘 지키길 바란다.”면서 “하지만 한 가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코미디’를 지목하기도 했다. “웃기는 것은 자신들이 할 테니 나랏일에나 신경 쓰라”는 것.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늘 하던 <개그콘서트>식의 풍자였지만 여기에 대한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물론 많은 이들이 이들의 ‘용감한(?) 풍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 이들의 개그가 정파적이고 편향적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던 것. 심지어 “코미디는 자신들이 할 테니 나랏일에나 신경 쓰라”는 말을 그대로 뒤집어서 “개그맨들은 개그나 해라 정치는 하지 말고” 식의 반응들까지 나왔다.

 

아마도 대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풍자의 대상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지목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코너의 내용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비판했다기보다는 오히려 풍자를 통해 “과거와는 달리 잘 해 달라”는 염원을 전한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아직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기 전이니 사실 업무에 대해 비판할 내용도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정치인들의 행보를 비판하며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었을 뿐이다.

 

이번 대선은 참 많은 숙제를 남겼다. 과거에 지역구도가 정치에 있어서 가장 큰 숙제였다면(이것은 지금도 그렇다) 이번 선거에서는 여기에 세대 구도가 또 하나 겹쳐진 상황이었다. 지역구도는 지역 간의 갈등을 만들지만, 세대 구도는 가족 내에서도 분열을 만들어낸다. 선거가 프레임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세대 구도를 프레임으로 잡는 건 그만큼 부정적인 영향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이런 프레임 속에 갇히게 되면 자칫 <개그콘서트> 같은 개그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너무 다른 시선의 부딪침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함께 보는 가족들 사이에서도.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

 

그저 개그 프로그램의 한 풍자 코너에 대해서 이렇게 날선 공방이 생기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풍자 코너 하나를 보면서도 그걸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 자체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니까. 사실 좋은 사회라면 자신과 다른 생각을 인정해주고 이해해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회일 것이다. 개그의 한 표현수단인 풍자가 눈치를 보는 그런 사회를 좋은 사회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니 <개그콘서트>의 풍자는 계속 되어야 한다. 그 대상이 누구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