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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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부담감의 강호동을 위한 변명

D.H.Jung 2013. 5. 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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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에게 약간의 시간을 줘야 하는 이유

 

강호동이라는 이름은 육중하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잠시 예능을 떠나있는 동안이 오히려 강호동의 이름을 더 육중하게 만들었다. 기대감만 더 커진 셈이다. 하지만 그가 복귀했을 때 바로 이 육중한 기대감은 강호동은 물론이고, 강호동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게마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맨발의 친구들'(사진출처:SBS)

<스타킹> 8.5%, <무릎팍 도사> 5%, <달빛 프린스> 4%, <우리동네 예체능> 7.5%, <맨발의 친구들> 4.7%. 강호동이 출연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낮아도 너무 낮다. 그래서 항간에는 강호동이 한 물 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강호동 출연 프로그램의 낮은 시청률이 오롯이 강호동만의 잘못일까.

 

먼저 <스타킹>과 <무릎팍 도사>의 시청률 추락은 강호동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 <스타킹>은 이미 강호동이 있던 시절에도 내리막을 걷던 프로그램이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면서 일반인 스타를 찾던 <스타킹>은 차별성을 잃어버렸다. 제 아무리 놀라운 재주를 가진 일반인들이 나와도 마치 동네 경연 같은 느낌을 주게 된 것. 화려하고 한 가지 종목에 집중되어 더 전문화된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영향이다.

 

<무릎팍 도사>는 강호동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토크쇼지만, 연예인 토크쇼 트렌드가 지나버린 지금 사실상 그 누가 맡아도 어려운 프로그램이 되었다. 발군의 유재석도 <놀러와>의 추락을 버텨내지 못했듯이. <스타킹>과 <무릎팍 도사>의 추락은 이런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그저 강호동이라는 MC에 기대보려 했던 방송사들의 패착인 셈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런칭한 프로그램들은 어떨까. 일찌감치 폐지된 <달빛 프린스>는 새로운 시도는 좋았지만 책이라는 소재의 한계를 쉽사리 뛰어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강호동과는 소재적으로도 잘 맞지 않는 옷이었다. 오히려 이것이 기획 포인트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갖고 있는 정적인 분위기는 강호동의 동적인 장점을 살려내기는 무리였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복귀한 강호동으로서는 가장 효과를 발휘하고 또 기대해볼만한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이 7% 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지만 반응도 좋은 편이고, 확장가능성도 많은 프로그램이다. 동네 스포츠의 다양함은 물론이고, 동네의 숨은 고수들은 거의 무한대로 많다. 여기에 조달환이나 이병진처럼 미친 존재감들이 가세하면서 끊임없는 추동력을 만들어낸다.

 

4연승을 하면 동계올림픽에 가고 싶다는 소원은 동네 스포츠에서 국가대표 스포츠까지를 아우르겠다는 야심마저 보인다. 무엇보다 든든한 조력자 이수근과 합이 잘 맞는 강호동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예능과 체육이라는 옷을 제대로 찾아 입은 셈이다. 주말에 훨씬 어울리는 아이템을 주중에 편성시킨 것이 하나의 오점처럼 보이지만 그것마저 역발상으로 뒤집을 수 있다면 전체적으로 침체된 주중 예능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맨발의 친구들>은 그 맨발로 뛰겠다는 의지는 좋으나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 이미 <런닝맨>이나 <정글의 법칙>을 통해 해외로케 예능의 가능성을 제대로 본 것은 맞지만 중요한 것은 거기에 우리네 대중의 정서를 담지 못했다는 점이다. <런닝맨>의 해외로케는 정규적인 것이 아니고 가끔 나가는 데다 예능 한류가 주는 자긍심이 있다. 또 <정글의 법칙>은 어떤 정글이라는 공간이 주는 고생에 대한 의미화가 분명하다. 거기에는 환경과 공존의 의미가 있다.

 

<맨발의 친구들>이 추구한 것이 없는 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문화 교류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에 가서 그들과 똑같이 하루를 살아보는 체험은 그들과 맨발로 부딪치는 문화교류라는 의미를 찾아내려 하지만, 대중들에게는 그만큼 절절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눈물 나는 진짜 생고생이 아니라면 해외로케는 서민들에게는 그 자체로 배부른 얘기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힘겨워진 현실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맨발의 친구들>은 그 의지가 나쁜 건 아니다. 따라서 이를테면 체험을 국내로 돌리고 진정으로 어려운 삶을 살거나 문화적으로든 나이로든 빈부의 격차로든 서로 섞이기 어려운 서민들 속으로 들어간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맨발의 진심이 아니겠는가.

 

문제는 강호동을 세우고 새롭게 런칭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조급증이다. 한때 <1박2일>로 40%가 넘는 시청률 기록의 사나이인 그에게 시청률 4%, 5%는 일찌감치 ‘글렀다’는 속단을 불러온다. 하지만 <1박2일>도 처음부터 40%는 아니었다는 것을 상기해보라. 강호동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만들어내는 조급증은, 될 프로그램도 안 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호동은 여전히 육중하다. 그리고 그 육중한 몸을 더 열심히 놀리고 있다. 부담은 몇 배다. 프로그램이 안 되면 오로지 그 탓이 자신에게 온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어서다. 또 자신 때문에 프로그램에 대한 관대함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 또한 알기 때문이다. 조금만 기다려보자. 그에게도 어느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죽을 힘을 다해 맨발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만이 그 육중함을 이겨낼 유일한 방법, 바로 진정성을 끌어낼 수 있는 길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