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해밍턴, 이 솔직한 시선에 비친 우리의 자화상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샘 해밍턴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의 첫인상을 묻는 질문에 “별로였다”고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너무 시끄럽고 사람이 많았다”는 것. 샘 해밍턴은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굳이 듣기 좋은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다. “이력서에서 튀고 싶어” 선택했다는 것. 그는 클럽에서 한국여성에게 한국말로 작업(?)을 걸던 에피소드를 말하기도 했고, <개그콘서트>의 기수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자신이 “낙하산”이었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해피투게더(사진출처:KBS)'
사실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의 평가에 유독 민감한 우리에게 샘 해밍턴의 거침없는 솔직함은 위태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샘 해밍턴의 말에는 거부감은커녕 심지어 속 시원함마저 느껴진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그만의 매력을 만드는 걸까. 그것은 흔하디흔한 영혼 없는 통상적인 답변들에 식상해진 우리에게 그의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한없이 참신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우리는 이중적이다. 갑을 관계로 점철된 사회 현실이나, 무기징역을 받고도 돈만 있으면 진단서 하나 끊어 호화병실에서 생활할 수 있는 비뚤어진 사법 현실,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할 대변인이 성추행을 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는 공직자들의 부끄럽기 그지없는 윤리의식 등등. 우리나라지만 우리 스스로도 창피할 수밖에 없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인지상정 아닌가. 하지만 외국인이 여기에 대해 비판을 한다면 발끈하는 게 또한 우리들이다. 이것은 애국의 문제가 아니라 외국인의 시선에 그만큼 민감한 우리네 정서의 문제다.
<진짜 사나이>에서 샘 해밍턴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른바 ‘구멍 병사’로 큰 웃음을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우리네 군대 체험에 뛰어들었다는 사실 그 자체 때문이기도 했다. 관등성명 같은 좀체 이해하기 힘든 군대 문화를 열심히 따라하려 하지만 잘 안 되는 모습은 마치 조직 부적응자 같은 인상으로 웃음을 주면서도 그 지나치게 경직된 군대 문화를 다시 쳐다보게 만든다. 딱딱한 군대 문화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만 꼭 그렇게 해야 하는가 하는 새로운 시점을 샘 해밍턴이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게 칭찬에 인색한(?) 샘 해밍턴이 “한국군인들 정말 대단하다”고 얘기할 때는 그 진심이 배가 된다. 좋은 건 좋다 말하고 나쁜 건 나쁘다 말하는 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해피투게더>에서 보여진 것처럼 토종 리액션을 선사해 ‘뼛속까지 한국사람’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그의 자연스러움이 들어있다. 마치 관광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원더풀을 연발하는 이들을 우리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여기는 것과는 정반대로, 샘 해밍턴은 자연스러운 비판이나 솔직함으로 관광객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인물로 여기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이렇게 우리에 대한 칭찬일색이 아니라 솔직한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주목받는 또 한 명의 외국인이 있다. 바로 사유리다. 한때 <트루맛쇼>로 각종 음식 프로그램의 천편일률적인 리액션이 사실은 영혼 없는 연출에 불과 했다는 것이 폭로될 즈음, 사유리는 음식 소개 프로그램에 등장해 음식점 사장님 앞에서 “맛이 한 개도 없어요”라고 말함으로써 우리를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엉뚱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그 솔직한 평가에 우리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 개그맨 정철규는 “사장님 나빠요”로 외국인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아 주목을 끌었다. 이제는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던져 주목을 끌고 있다. 샘 해밍턴이나 사유리는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특별한 시선을 제공하는 셈이다. 실로 비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문화에 대해 동화되어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샘 해밍턴이나 사유리를 그저 외국인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적어도 이들이 던지는 우리에 대한 평가는 그래서 별다른 이중적인 시선 없이 공감하게 되는 것일 게다. 우리가 봐도 비판받을 만한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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