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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막장드라마보다 더 한 장윤정 가족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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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가족을 난도질한 <쾌도난마>, 과연 적절했을까

 

갈수록 가관이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전혀 게이트키핑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프로그램의 소개란에 들어가면 ‘쾌도난마(快刀亂麻)’의 뜻을 이렇게 풀어놓았다. ‘헝클어진 삼을 잘 드는 칼로 자른다. 얽힌 사물이나 비꼬인 문제들을 솜씨 있게 처리한다는 뜻. 그 칼을 손에 들고 나선 인물이 박종진이다. 문제를 해결하자고 나선 프로그램이 아니다. 인상 쓰게 만드는 사회적인 모순과 행태들에 대해 풋 하고 웃어버릴 수 있는 그런 솔직한 대담, 신개념 시사토크를 박종진이 이끈다.’

 

'박종진의 쾌도난마(사진출처:채널A)'

과연 이 프로그램은 설명처럼 헝클어진 문제를 솜씨 있게 처리했을까. 오히려 손에 든 방송이라는 칼로 한 사람의 가족사를 난도질한 것은 아니었을까. 과연 생방송으로 장윤정의 남동생과 어머니를 출연시킨 방송을 보고 시청자들이 ‘풋 하고 웃어버릴 수’ 있었을까. 먼저 시사 프로그램에서 왜 장윤정의 가족사를 소재로 삼았는가가 의문이다. 그것이 과연 그토록 시사적인 이야기였을까. 혹 그저 자극적인 소재로서 장윤정의 가족사를 방송에 올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장윤정이 <힐링캠프>에서 인정한 것들에 대해서 그 남동생과 어머니가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은 마치 막장드라마의 한 대목을 보는 것처럼 자극적이었다. 남동생 장경영씨는 “장윤정의 억대 빚은 자신의 사업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차트로 지난 10년 간의 지출내역과 통장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장윤정이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집어넣으려 했고, 사람을 시켜 죽여야 엄마와 관계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는 장경영씨의 대목이나, "딸을 위해 내가 스스로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장윤정 어머니의 말은 한 가족으로서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심지어 한쪽의 입장만을 대변할 수 있는 카카오톡 내용의 공개는 실로 이 프로그램이 자극을 위해서는 한 개인의 프라이버시조차 별 거리낌 없이 노출시킨다는 점에서 심지어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장윤정과 장윤정 남동생 그리고 어머니 사이에 놓여진 갈등은 누가 잘했고 잘못 했고를 떠나 그저 개인의 가족사일 뿐이다. 가족 간의 갈등에서 어떻게 누구 한 사람의 잘못만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누군가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그것은 결국 그 가족을 파탄으로 만들 뿐이다.

 

한 가족의 내밀한 갈등을 서로 부추기고 끄집어내 그 끝장을 보는 행태를 우리는 이른바 막장드라마를 통해 보곤 한다. 심지어 드라마 같은 허구에도 대중들이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그것이 결국 가족의 파탄을 바라보게 만드는 가학성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진실을 다뤄야 할 시사 프로그램이 굳이 파헤치지 않아도 될 누군가의 가족사를 난도질하는 것이 막장드라마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물론 이 프로그램은 장윤정 또한 출연시키려고 했다며 편파방송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굳이 가족 간의 싸움을 생방송 무대에 올리려 했다는 그 선정성이다. “전화주면 언제든 출연시키겠다”는 말에 대중들이 분노하는 건 그 때문이다. 특히 방송 마무리에 박종진 진행자가 던진 멘트는 이 프로그램의 기막힌 성격을 드러내준다. “오늘 어머님하고 동생 이야기를 들으셨는데 이 얘기가 사실이 아니다 싶으면 장윤정 씨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이 말은 애초부터 방송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검증 절차 자체가 없었다는 자기고백인 셈이다. 과연 이게 방송이 할 일인가.

 

사실이 아니면 방송을 내지 말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설혹 사실이라고 해도 방송 프로그램의 힘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이 윤리적으로 방송에 적합한가를 고민했어야 한다. 뭐든 시선을 잡아끌어 화제가 될 수 있으면 일단 던지고 보는 방송 행태는 카더라 통신과 전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이런 막장드라마식의 방송으로 왜 대중들이 피로를 느껴야 하는가. <쾌도난마>는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심지어 한 개인의 가족사에까지 칼을 휘두르는 막장드라마를 재연해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