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박사 심재빈 샘 해밍턴과 류수영 사이
<진짜사나이>에 초반부터 관심을 집중시킨 건 구멍 병사 샘 해밍턴의 활약 덕분이었다. 네 자로 된 이름 때문에 관등성명을 대는 것조차 버벅대는 샘 해밍턴의 진땀은 군대가 가진 계급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큰 웃음을 주었다. 체력적으로도 떨어지고, 그 문화 자체가 낯설어 적응이 안되는 그 모습은 마치 코미디의 한 대목을 보는 것처럼 웃음을 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인으로서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그 노력이 감동적이기도 했다. <진짜사나이>의 신의 한수는 외국인이라는 특별한 시각을 제공하는 인물, 샘 해밍턴이었던 셈이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하지만 샘 해밍턴에만 집중되다 보면 자칫 군 생활이 오롯이 짜증과 긴장, 실수의 연발로만 보여질 수도 있었다. 실제로 초반 <진짜사나이>가 그린 군 생활의 모습은 즐거움보다는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샘 해밍턴이 낯선 군 생활이 주는 멘탈붕괴로 짜증이 폭발하고 있는 사이, 김수로는 어깨의 통증을 호소했고, 미르는 허리 부상으로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경석은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대대장의 명령에도 불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군 생활의 핵심이 이 낯선 곳에서의 부적응이 주는 힘겨움에 있는 것은 맞지만, <진짜사나이>는 또한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힘겨움이라는 한 면만 강조하는 것은 자칫 대중들에게 군 생활의 다양함을 보여주지 못하게 할뿐더러 재미적인 측면에서도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여기서 새롭게 주목된 인물이 류수영이다. 미리 공부해온 사전지식으로 어려운 포병지식을 술술 암기해내고, 샘 해밍턴이 수기 신호에 버벅될 때 거의 완벽에 가깝게 신호를 수행하는 류수영은 그로써 ‘군대전문가’라는 캐릭터를 부여받았다.
사실 여기에는 약간의 연출적인 요소도 작용했다고 보여지지만, 그것이 군 생활의 리얼함을 오히려 드러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과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이른바 ‘군대 체질’이라는 말은 군대 내에서는 그 당사자에 대한 칭찬과 비아냥이 뒤섞여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군대 생활에 너무나 잘 적응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군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이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늘 긍정적이고, 뭐든 처음 하는 데도 척척 해내는 류수영은 심지어 모두가 힘들어하는 군 생활을 즐기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야전에서 군대리아를 먹으며 너무 춥다고 투덜댈 때, 비닐에 계란과 샐러드를 넣어 으깬 후 빵에 넣어 먹는 이른바 ‘에그토핑 샐러드 군대리아’를 만들어먹는 류수영의 모습은 너무나 상반된 여유를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준다. ‘살벌한 군대 탁구’를 할 때 심판으로 나선 ‘평화주의자’ 류수영은 스코어를 포병 수기로 표현할 만큼 군 생활에 푹 빠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과연 류수영 같은 심지어 군 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화룡대대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실제 사병이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바로 ‘군대 박사’ 심재빈 상병이다. 그는 물론 실전에서는 구멍병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군생활의 노하우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박사급(?)의 지식을 뽐냈다. PX에서 냉동음식 맛있게 먹는 법에 능통하고, 걸 그룹 동영상 전문가인데다, 각종 군 생활에 대해 마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식으로 척척 답변을 해주는 심재빈 상병. 그는 아마도 힘겨워도 긍정적으로 군 생활에 임하는 류수영 같은 캐릭터의 현실적 버전일 게다.
심재빈 상병 같은 인물이 주목되는 것은 실제 훈련에서는 구멍의 냄새를 느끼게 하면서도 특유의 긍정으로 적극적으로 군 생활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아마도 처음 군대에 왔을 때는 샘 해밍턴 같은 낯설음에 버벅댔을 지도 모를 심재빈 상병은 그러나 이제는 PX에서 ‘PX학개론’을 할 정도로 류수영 같은 여유와 지식을 뽐낸다. 군대생활은 결코 쉽지 않지만 적응해내기 나름이다. 이것은 아마도 군대만이 아니라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군대박사 심재빈 상병에 특히 인간적인 정이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옛글들 > 명랑TV'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샘 해밍턴, 그의 민감한 얘기도 공감되는 이유 (0) | 2013.06.01 |
---|---|
종편과 선 긋는 JTBC, '썰전'은 신의 한수 (0) | 2013.05.31 |
'불후', '나가수'도 '슈스케'도 껴안은 저력 (1) | 2013.05.27 |
이효리, 이제는 거울 앞에 선 멋진 언니 (0) | 2013.05.26 |
장윤정의 '힐링캠프' 출연, 과연 적절했나 (3) | 2013.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