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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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 수지?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까닭

D.H.Jung 2013. 11. 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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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연예인에게 섹시 콘셉트는 양 날의 칼

 

또 섹시 콘셉트인가. JYP측은 걸 그룹 미스에이의 정규 2집 ‘허쉬(Hush)’를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 콘셉트 중에 가장 파격적이다. '섹시 수지'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고 한다. 왜 미스에이라는 걸 그룹의 신보를 소개하면서 굳이 ‘섹시 수지’를 전면에 내세웠을까. 당연하게도 미스에이의 신보에서 수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가장 크기 때문일 게다.

 

사진출처:건축학개론

영화 한 편으로 순식간에 국민첫사랑의 이미지를 꿰찬 수지가 아닌가. 이 첫사랑의 이미지와 섹시 이미지는 사뭇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러니 JYP측은 오히려 이 부분을 강조해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의도에서 ‘섹시 수지’를 강조했을 게다. 사실 미스에이의 섹시 콘셉트는 이미 ‘터치’의 붕대 의상에서부터 선보여졌고 심지어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기까지 했었다. 그러니 미스에이의 섹시 콘셉트가 새로운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수지가 가진 국민첫사랑의 이미지를 오히려 섹시 코드로 반전시킴으로써 발생하는 효과를 기대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결국 섹시 코드를 내세워 국민첫사랑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시키는 셈이다.

 

하지만 여가수의 섹시 콘셉트는 확실한 음악적 성취가 따라주지 않을 때 득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물론 확실히 ‘섹시 수지’라는 이미지는 대중들의 이목을 주목시킬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수지의 청순 이미지는 상당 부분 희석되어버릴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까지 불리던 청순 이미지가 수지가 가진 가장 큰 에너지라는 점이다.

 

알다시피 수지의 영향력은 가수로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드림하이>와 <건축학개론>이라는 두 작품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입지를 세웠다. 하지만 이것 역시 그녀의 연기력 때문은 아니다. 작품의 캐릭터와 그녀의 이미지가 맞아 떨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구가의 서>에서 수지가 보여준 연기를 생각해보라. 팬덤이 없었다면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게다.

 

결국 수지가 갖고 있는 힘은 이미지다. 청순한 외모와 순수한 느낌으로 <건축학개론>의 서연 같은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 그런데 그 이미지를 ‘섹시’로 바꾸겠다는 거다. 물론 가수나 연기자나 다양한 이미지에 도전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을게다. 하지만 수지의 경우는 자꾸만 새로운 이미지를 덧대기보다는 노래든 연기든 어느 쪽에 좀 더 자신의 공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런 저런 이미지를 쓰는 것은 자칫 스스로를 알맹이 없는 껍질로 만들 수 있다.

 

알다시피 대중문화에서 섹시 이미지란 여성들에게는 거의 마지막에 쓰는 카드나 다름없다. 물론 적당한 섹스어필은 여자 연예인들에게 어느 정도 요구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어느 정도를 넘어서는 것은 오히려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 소비만 빠르게 할 뿐이다. 과거 박진영에 의해 본인 스스로도 별로 원하지 않은 과감한 섹시 콘셉트를 선보였던 박지윤의 사례를 떠올려보라. 결국 그녀는 다시 가요계로 돌아오는데 상당한 세월이 걸리게 되었다.

 

최근 ‘24시간이 모자라’로 과감한 섹시 콘셉트을 선보인 JYP의 선미도 마찬가지다. 무릎을 꿇고 골반을 튕기는 춤은 잠시간 화제가 되었지만 노래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다. 결국 섹시 콘셉트로 화제가 되고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노래가 대중들의 귀를 자극하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 가수의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

 

여가수의 섹시콘셉트는 물론 수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대부분의 여가수들은 ‘섹시’가 무슨 필수품인 양 달고 노래를 발표한다. 심지어 국민여동생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아이유도 새 앨범의 포장을 ‘섹시’로 했고, 김예림 같은 독특한 음색의 가수 역시 팬티를 노출하는 티저로 섹시 이미지를 포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과 수지는 다르다. 아이유나 김예림이나 음악적으로 이미 충분한 성취를 갖고 있는 가수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본격 활동에 들어가면서 처음 이목을 끌기 위해 내놓았던 ‘섹시’ 이미지를 슬그머니 지워버렸다. 영민한 전략이다.

 

최근 현아와 현승의 트러블메이커가 새롭게 발표한 ‘내일은 없어’의 뮤직비디오에 대해 무수한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비판도 있고 뮤직비디오의 구성이 해외 뮤지션의 것을 그대로 베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에는 공개 3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5백만 뷰를 넘어섰다는 식으로 ‘19금 열풍’의 성공을 예고한다. 물론 이 정도의 수위를 보여주면서 이런 반응이 안 나타날 리는 없다. 하지만 현아의 노출과 섹시 이미지는 어쩌면 그녀에게는 갈수록 부담이 될 가능성도 높다.

 

클라라가 시구 한 방으로 드라마와 예능의 핫한 아이콘이 되는 과정은 지금의 섹시 과열 경쟁의 맨얼굴을 보여준다. 어떻게든 시선을 끄는 데 있어서 여자 연예인에게 섹시 이미지만큼 강력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라라의 경우에서 드러나듯이 거기에 걸맞는 연기력이나 예능감 혹은 음악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성공가능성은 오히려 더 희박해진다.

 

수지는 아직 어리다. 이제 겨우 19살이다. 연기든 노래든 부족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능성이 더 많은 연예인이다. 당장의 수익을 위해 소모되기보다는 좀 더 큰 가능성을 내다보고 부족한 면을 먼저 채워나갈 수는 없는 일일까. 섹시 수지를 기대하라고 하지만 사실 우려가 더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