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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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5', 송희진과 박시환의 무표정이 안타까운 이유

D.H.Jung 2013. 11.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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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5>, 어쩌다 이들은 무표정이 되었을까

 

<슈퍼스타K5>의 탑3는 송희진, 박재정, 박시환에게 돌아갔다. 김민지는 결국 탑4에서 하차하게 됐다. <슈퍼스타K5>의 출연자들 역량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송희진과 김민지가 함께 부른 브르노 마스의 ‘원 모어 나잇(One more night)’은 실로 압권이었다. 음정이 불안하다는 평을 자주 듣고 또 발라드에만 장르적으로 머물러 있던 박시환의 록커 변신은 무난하게 여겨졌고, 복고적이면서도 늘 세련된 느낌을 주는 박재정의 무대도 나쁘지 않았다.

 

'슈퍼스타K5(사진출처:mnet)'

실로 심사위원들의 혹평이 유독 많았던 <슈퍼스타K5>였던 게 사실이다. 특히 이하늘의 심사는 대부분이 혹평에 가까웠고 점수도 90점 이상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출연자들의 역량 부족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렇게 혹평을 받은 출연자들의 의기소침은 무대에서의 실수로 이어지기도 했다. 탑4 무대 정도가 된다면 출연자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넘쳐야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렇질 못했다.

 

아마도 시즌5를 지나오면서 점점 높아진 기대감이 주는 착시현상도 있을 게다. 노래실력이 아직 아마추어에 머물고 있다고 평을 받지만 탑4까지 온 출연자들은 충분한 매력이 있다 여겨진다. 프로로서의 실력과 끼를 보여준다면 그것은 어쩌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순수한 맛을 상쇄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송희진이 가진 시원시원한 고음과 박재정이 가진 안정적이고 세련된 느낌, 박시환의 듣는 이를 슬프게 만드는 음색이나 김민지의 어쿠스틱하고 아티스트적인 면모는 저마다 괜찮은 가능성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이들을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들게 만드는 점이 있다. 그것은 흔히들 끼 혹은 스타성이라고 말하는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간 박시환과 박재정이 샤이니를 만나 선보인 춤을 보라. 생방송 무대에서도 ‘매너 부족’ 혹평을 들을 만큼 이들의 몸으로 표현하는 부분은 실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것은 송희진도 마찬가지고 김민지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녀들은 각각 파워보컬과 포크라는 특색을 갖고 있어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무대에서의 액션이 약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은 단지 액션만이 아니고 그들의 표정에서도 묻어난다. 노래 역시 감정을 실어 관객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면, 노래 그 자체만큼 중요한 게 얼굴의 감정연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약간의 허세 섞인 표정의 매력을 가진 박재정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세 사람의 표정은 사실상 데드 마스크에 가깝다. 박시환은 늘 똑같은 표정이고 심지어 웃을 때조차 어색한 느낌이다. 송희진은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사람처럼 노래하고, 김민지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표정이 자연스럽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가창력이 가진 힘이 100%라면 여기에 얹어진 표정과 감정은 노래를 200%로 만들어줄 것이다. 결국 제 아무리 고음을 잘 지르고, 슬픈 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그것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니 말이다. 과거 출연자였던 허각이나 존박, 울랄라세션의 임윤택이나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 그리고 로이킴, 정준영 같은 인물들을 떠올려 보라. 그들은 얼마나 자신의 끼와 스타성을 마음껏 보여주었던가.

 

어째서 이번 출연자들은 무표정한 느낌을 주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심사위원이나 제작진들이 이들 출연자들을 충분히 북돋워주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고, 그 감정과 표현을 제대로 포착해내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출연자들 스스로 자신의 무표정으로 일관해온 틀을 벗어던지지 못한 원인이 가장 크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무표정하게 만들었을까.

 

이번 출연자들은 특히 어려움을 많이 겪은 흔적이 역력하다. 가난한 집안형편으로 중장비 이동 정비사를 하며 노래방에서 노래의 꿈을 키워왔다는 박시환이나, 가정형편이 안 좋아 아빠랑 떨어져 그룹 홈에서 지낸다는 송희진은 대표적이다. 이들의 무표정은 어쩌면 상처받은 이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이 거의 습관화되면서 생겨난 것일 수 있다. 그것은 이제 겨우 스물여섯의 나이에 일자리를 전전하고, 열아홉에 집이 없어 그룹 홈에 지내는 청춘이 취할 수 있는 자기 보호 본능 같은 것일 게다.

 

이들에게 오디션이라는 현실의 또 다른 재연은 누구보다 혹독하게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이번 오디션에서 무엇보다 바라게 되는 것은 누가 우승하고 누가 떨어지는가가 아니다. 이들이 오래도록 숨겨왔던 자신들의 속내를 털어내고 웃는 모습. 더 이상 부자연스럽게 여겨지지 않는 그동안 유예되어왔던 그 나이의 밝은 표정을 갖게 되는 것. 어쩌면 이것은 우리 시대의 한 어두운 구석에서 잉여라 치부되며 힘겨운 현실을 무표정으로 버텨내고 있는 청춘들에 대해서도 어떤 희망이 될 수 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