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아빠 어디가'의 교육학개론, 정답은 없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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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의 교육학개론, 정답은 없다

D.H.Jung 2013. 11. 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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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기피대상 1호 성동일, 꼴찌아빠 아니다

 

아이들은 왜 성동일을 기피대상 1호로 꼽았을까. <아빠 어디가>에서 하룻밤 아빠 바꿔 지내기 미션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성동일이 일일아빠 되는 것을 꺼려했다. 그간 방송에 나온 것을 통해 보면 이런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성동일은 그간 아이들을 골려먹기도 하고 늘 풀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아빠로서의 권위 아래서 아이가 긴장하게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그런데 준이가 늘 바르고 곧은 모습을 보이는 ‘성선비’로 불리게 된 것은 어쩌면 아빠 성동일의 이런 남다른 교육관 덕분일 수 있다. 누구보다도 부지런하고 타인을 배려하거나 산만하지 않고 침착하며 때론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주는 준이의 모습은 성동일이라는 때로는 넘어야할 산처럼 여겨지게 만드는 아빠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걸 받아주는 아빠가 아니라 세상에는 타인과 살아가기 위해 어떤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빠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빠들도 많고 또 그 아빠들의 교육관도 그 수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송종국은 성동일과는 정반대의 교육관을 갖고 있는 아빠다. 그가 지아를 대하는 태도는 말 그대로의 ‘딸 바보’다. 뭐든 아이가 원하는 것은 챙겨주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아빠. 그러니 송종국과 하룻밤을 지내게 된 준이는 이 너무 다른 교육관 사이에서 ‘문화적 충격’을 경험했을 수 있다.

 

마치 하소연하듯 맨날 공부만 해서 놀 시간이 없다고 털어놓는 준이에게 송종국은 아빠가 원한 구연동화를 읽어주기보다는 같이 놀아주었다. 송종국은 아이가 책을 읽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놀고 싶어 한다고 말했고 함께 나와 축구로 몸을 풀고는 준이가 하고 싶다는 줄넘기 천 번에 도전했다. 그렇게 줄넘기 도전을 성공한 후 받은 송종국의 사인을 다음 날 준이는 아빠에게 자랑하고 싶어했지만 아빠는 여전히 무뚝뚝했다.

 

모든 걸 받아주는 아빠 송종국과 조금은 근엄하고 무뚝뚝한 아빠 성동일은 이 서로 다른 교육관은 그러나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저마다 각자의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당장의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성동일의 교육방식이 너무 옛날식인 것처럼 보일 수 있고 그래서 마치 잘못된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이러한 엄한 교육방식이 가진 좋은 점도 있기 마련이다.

 

흥미로운 건 하룻밤 아빠 바꾸기 미션에서 아이들이 일순위로 꼽은 아빠가 김성주라는 점이다. 김성주는 방송 초반만 해도 아이와 함께 지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때로는 아이에게 화를 내기도 하는 모습이 보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성주가 아이들의 일 순위가 된 데는 그가 가진 아이들을 말로 밀고 당기는 재주가 한 몫을 했다. 이것은 그가 타고난 방송인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나운서라는 특성상 언변이 좋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소통을 통한 교감은 김성주가 가진 남다른 교육방식일 게다.

 

아빠를 바꿔 하룻밤을 지내는 미션은 여러 차례의 교감을 가진 <아빠 어디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미션이다. 그만큼 친밀하지 않다면 어찌 타인의 아이를 거기에 맞춰 챙겨주는 모습이 가능할 것이고, 또 타인에게 자신의 아이를 맡길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아빠들도 자신들과 아이의 모습을 한 번쯤은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다. 아이만 배우는 게 아니고 아빠들도 배운다.

 

<아빠 어디가>는 결국 아빠와 아이가 등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담길 수밖에 없다. 바로 시골에 가서 직접 밥을 해먹거나 떡을 만들어보거나 밤을 따고 개울에서 뛰어노는 그 몸으로 부딪치는 아날로그적인 체험들은 그 자체로 커다란 교육적 효과를 드러낸다. 지금껏 보여진 아이들의 변화를 떠올려 보라. <아빠 어디가>는 분명 지금의 교육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정서가 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빠들이 보이는 저마다의 교육관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기피대상 1호가 된 성동일이 꼴찌 아빠가 아니고, 성동일과는 정반대의 교육관을 가진 송종국이나 아이들의 1순위가 된 김성주가 일등 아빠는 아니라는 점이다. 각자가 생각하는 교육관이 있을 뿐이다. 어떤 교육관이 맞느냐를 비교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빠 바꾸기 미션이 보여준 것처럼 아빠들이 타인의 교육관을 인정하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