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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무관의 유재석, 더 이상 받을 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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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연예대상, 유재석의 존재감

 

방송3사의 연예대상이 모두 끝났다. 본래 자사의 1년 간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치하와 내년 1년에 대한 포석의 의미가 있기 마련인 연예대상에서 각종 상들에 대해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방송3사의 대상이 누구냐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올해 KBS는 김준호에, MBC<아빠 어디가> 팀에, 그리고 SBS는 김병만에게 대상을 부여했다.

 

'MBC연예대상(사진출처:MBC)'

KBS가 김준호에 대상을 준 것은 <개그콘서트>가 거둔 성과의 의미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방송3사 중 유일하게 코미디 부문으로 우뚝 선 프로그램인데다, 거의 일 년 내내 주말 예능의 왕좌를 내놓은 적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김준호는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상당수의 개그맨들을 매니지먼트 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12><인간의 조건> 등 다양한 KBS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개그콘서트>를 주축으로 <인간의 조건>이나 <12>로 다양하게 뻗어나가는 개그맨상은 아마도 KBS 예능이 원하는 흐름이면서, 동시에 개그맨들의 워너비이기도 하다. 게다가 김준호의 수상은 이제 막 출범한 <12> 시즌3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는 일이다. 여러모로 김준호의 대상은 KBS 예능의 얼굴로서 부족함이 없었다는 점이다.

 

한편 MBC<아빠 어디가>팀에 대상을 준 것도 이견이 없다고 여겨진다. 사실 올해 MBC 주말예능을 수위에 올려놓은 수훈 갑은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이었다. 윤후는 그 선봉에 섰고, 준이와 준수, 민국이, 지아가 받쳐주며 주말 저녁 이 아이들은 온전히 대중들의 아이들처럼 사랑받았다. 그러니 이들에게 상을 주는 건 당연한 일. 다만 아이들에게 상을 준다는 것이 자칫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그 아빠들에게 상을 준 것이라 여겨진다.

 

<아빠 어디가>의 대상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MBC 예능이 특정 유명 MC에 의존하기보다는 관찰카메라 같은 새로운 형식이나, 아이들이나 군인들 같은 새로운 인물군들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끌어오겠다는 것을 말해준다. 올해 <나는 가수다><아빠 어디가>가 중국판으로 제작되며 중국에서 콘텐츠 포맷 한류의 새 물꼬를 텄다는 점은 MC보다는 예능 형식 발굴이 가진 힘을 무엇보다 실감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SBS는 지난 2년 동안 <정글의 법칙>으로 물망에 올랐으나 수상을 하지는 못했던 김병만에게 대상을 부여했다. 김병만의 대상 수상 역시 SBS 예능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다. SBS는 지난 몇 년 간 예능과 교양의 접목을 통한 독특한 예능 영역을 만들어왔다. <>이나 <정글의 법칙>은 대표적이다. 단지 웃기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재미와 이야기를 통해 예능의 폭을 넓혀왔던 것.

 

그런 점에서 김병만의 대상은 SBS 예능의 출사표라고도 보인다. <자기야-백년손님>이나 <심장이 뛴다> 같은 교양과 예능을 퓨전하는 시도는 2014년에도 계속 될 것이다. 무엇보다 김병만이 독보적으로 영역을 개척해놓은 땀과 몸으로 하는 예능은 SBS 예능의 한 전범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유재석이 있다. 유재석은 올해 방송3사 연예대상에서 아무런 상을 받지 못했다. 사실상 상을 못 받았다기보다는 줄 상이 더 이상 없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MBC<무한도전>, KBS<해피투게더>, SBS<런닝맨>. 누가 생각해도 이 압도적인 유재석의 아우라를 가진 프로그램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꽤 오래도록 이토록 큰 예능 프로그램을 여전히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다.

 

대상 그 이상의 상이 있다면 몰라도 유재석이 받을 상은 더 이상 없었다. 대신 그 자리는 각 프로그램에서 함께 했던 동료 예능인들이 채워주었다. <무한도전>의 정형돈과 노홍철이 그렇고, <해피투게더>의 박미선이 그러하며, <런닝맨>의 송지효, 김종국, 하하, 지석진, 개리, 이광수가 모두 상을 받았다. 특히 <런닝맨>은 올해의 최우수 프로그램상을 받았고 <무한도전>은 시청자가 뽑은 최고 인기 프로그램상을 받았다. 어찌 유재석을 무관이라 말할 수 있으랴.

 

올해 방송3사 연예대상은 코미디를 바탕으로 버라이어티로 확장을 꾀한 김준호와, 관찰카메라와 새로운 인물군으로 승부한 <아빠 어디가> 그리고 교양과 예능의 접목지점을 예능의 새 영역으로 끌어안은 김병만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대상 그 이상의 수훈을 보여준 유재석이 있었다. 이로써 2014년 예능을 예견한다면 <개그콘서트>를 주축으로 버라이어티로 뻗어나갈 KBS, <아빠 어디가>를 필두로 새로운 형식 실험이 계속될 MBC, <정글의 법칙>같은 교양과 예능의 퓨전을 보여줄 SBS, 그리고 이런 트렌드와는 무관한 유재석의 예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도 대중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