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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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 표절 논란에 시청률 대박 왜?

D.H.Jung 2013. 12. 3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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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장르와 설정의 결합, <별그대>의 명암

 

3회 만에 20%에 육박하는 시청률. 하지만 첫 회 만에 생긴 표절 논란. <별에서 온 그대>는 놀라운 성과와 동시에 논란이 야기된 흔치 않은 결과를 갖게 됐다. 어째서 이런 상반된 결과가 동시에 벌어진 것일까.

 

'별에서 온 그대(사진출처:SBS)'

우선 인정해야 할 것은 이 작품이 분명 꽤 괜찮은 완성도와 화제성을 갖고 있다는 것일 게다. 표절 논란이 제기되는 건 대부분 그 작품이 성공작이었을 때가 많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굳이 실패작에 표절 논란을 제기하는 작가는 흔치 않을 것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완성도는 무수히 많은 장르와 설정들을 한 작품으로 통합하면서 그다지 어색하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드라마가 흘러간다는 점이다. 먼저 톱스타 연예인이라는 소재가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끄는데다, 여기에 외계에서 온 특별한 능력을 가진 꽃미남이 더해지니 금상첨화다.

 

물론 톱스타 연예인에 대해 지금의 대중들은 신비감을 잃은 지 오래다. 오히려 인간적이고 털털한 모습을 통해 톱스타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시대가 아닌가. 그러니 이 드라마에서 천송이(전지현)는 예쁘지만 무식하고 싸가지 없는 여배우다. 대신 신비감은 외계에서 온 도민준(김수현)이 갖고 있다. 그는 천송이가 짧은 순간이었지만 굉장히 신비스러우면서도 다정한 느낌이라 말한 것처럼 초능력을 가진 신비로운 존재이고 대단히 이지적인 꽃미남이다.

 

털털한 연예인과 신비로운 외계인의 병치는 이 드라마의 독특한 힘을 만들어낸다. 무개념처럼 보이지만 가끔씩 진심을 드러내는 여배우 천송이는 전생과 현생에 모두 죽을 위기에 몰리고 그 때마다 초능력을 가진 존재, 도민준은 남몰래 그녀를 구한다. 그녀만을 위한 슈퍼히어로, 시공을 초월한 운명적인 사랑이야기. 이것이 연예인과 외계인의 전 우주적인 멜로를 강력하게 만드는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연예인 소재의 로맨틱 코미디와 불사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판타지와 비극적인 사랑이야기가 한 드라마로 이종결합하면서 너무 많은 장르와 유사한 설정들이 들어가게 된 것도 사실이다. 판타지와 사극과 로맨틱 코미디와 미스테리, 심지어는 범죄 스릴러 장르까지 우리는 이 드라마 한 편에서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이 특별한 이야기들의 모티브를 발견할 수 있는 많은 작품들의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불사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는 <하이랜더> 같은 작품이 떠오르고, 불로불사의 존재로서 다시 깨어나 똑같은 인연을 이어가는 이야기는 <진용> 같은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연예인 소재의 로맨틱 코미디류는 굳이 찾아보려면 너무나 많아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강경옥 작가는 표절의 근거로, 같은 역사적 사건 인용(광해군 일기), 불로, 외계인, (타액)로 인한 변화, 환생, 같은 얼굴의 전생의 인연 찾기, 전생의 인연이 연예인, 톱스타 같은 8가지 클리쉐가 동시에 나온다는 점을 제시했다. 아마도 위에서 열거한 각각의 클리쉐들은 말 그대로 다른 작품들에서 너무 많이 사용됐던 것들이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에서 사용됐던 그 클리쉐들이 다른 작품 속에서 비슷한 설정으로 공존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로 표절이냐 아니냐를 판정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클리쉐는 마치 장르나 관습처럼 누구나 작품을 쓰면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교롭게도 그것이 한 작품에 비슷하게 들어있다는 건 찜찜함을 남긴다. 최근 창작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즉 이종결합과 융복합 혹은 구성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은 앞으로 표절 논란이 콘텐츠 분야에서 얼마나 첨예해질 것인가를 짐작케 한다.

 

<별에서 온 그대>가 시청률의 성공과 표절 논란을 동시에 갖게 된 것은 이 작품이 현재의 창작방식이 가진 다양한 장르의 이종결합을 과할 정도로 잘 수행해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것이 의도적인 표절인지 아니면 장르 이종결합의 과정에서 발생한 우연적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이 향후 콘텐츠 창작의 애매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벌어질 표절 논란의 한 징후를 보여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