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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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청춘', 무작정 떠난 그들이 발견한 것

D.H.Jung 2014. 8. 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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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청춘>, 뜬금없이 떠난 여행의 패닉? 혹은 즐거움!

 

<꽃보다 청춘>. 이것이 청춘의 여행이다. 갑자기 떠날 수 있다는 것. 현실의 족쇄들이 점점 견고하게 우리의 발목을 잡아채는 중년이라면 쉽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뜬금없이 떠나는 여행이다. 특히 해야 될 일이 있고 만나야 될 사람들이 있고 게다가 가족까지 있다면 이런 여행은 심지어 무책임한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청춘이야 치기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중년이란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적당히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내야 하는 어떤 시간이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그런데 이 아무 준비도 없이 미팅을 한다며 모인 윤상, 유희열, 이적이 그 날 바로 갑자기 페루로 떠나는 여행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그들은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러고 가란 말야?”하고 맨발을 내밀며 웃는 유희열처럼 약간은 즐겁고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패닉과 설렘. 중년이라는 견고한 책임감과 그걸 살짝 벗어버린다는 데서 오는 들뜸.

 

공항패션은커녕 거지꼴을 하고 출국하는 공항에서 이적은 어 이상해 왜 자꾸 웃음이 나지?”하고 말했다. 아마도 그런 치기어린 여행을 했던 청춘에서 이제 꽤 멀리 걸어온 중년이 갑자기 떠나면서 느끼는 현실과의 거리감이 그런 이상한 웃음을 만들어냈을 게다. 프로그램이 자막을 통해 보여주듯, 그들은 나이 들었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소년이 살아있었다. 다만 숨겨져 있었을 뿐.

 

혼자가 아닌 마음 맞는 친구와 떠나는 여행은 더더욱 그 소년의 치기를 밖으로 끌어낸다. 일종의 공모의식. 다 같이 업계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동료이자 친구이자 선후배지만 그걸 다 뒤로 남겨두고 훌쩍 떠난다는 그 같은 마음에서 생겨나는 공범(?)의식이 그들을 더욱 현실 바깥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그들은 현실의 관계에서는 드러내지 않았던 의외의 능력과 개성들을 발견한다.

 

비행기에서 잠도 자지 않고 열심히 책을 들여다보고 여행을 준비하는 유희열은 의외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그런 형이 믿음직스런 이적은 이 형이 이런 형이라니까하고 든든해하며, 윤상은 희열이만 믿어하고 신뢰를 보낸다. 장소 찾는데 능력을 보이는 지리맨 유희열은 돈데 에스타...’라는 한 마디 할 줄 아는 스페인어로 시장을 찾아낸다.

 

꼼꼼하게 경비를 하나하나 체크하는 이적은 페루라고 새겨진 작은 지갑 하나를 사고는 어린애처럼 즐거워한다. 유희열은 작은 지갑 하나의 의미를 되새긴다. “카드가 없는 삶은 이걸로 되더라구... 가죽지갑을 사면 신분증이니... 뭐든 꽂아야 되잖아. 다 필요 없던 거야.” 좁은 공간에서 수건 하나로 함께 샤워를 하는 경험이나 미처 챙겨가지 못한 속옷을 현지에서 사고, 혼성 도미토리에서 다양한 인종과 함께 혼숙을 하는 체험은 아마도 갑자기 떠나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었을 것이다.

 

<꽃보다 할배><꽃보다 누나>의 여행을 통해 우리가 발견한 건 오히려 청춘이었다. 할배 신구는 유럽까지 날아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청춘을 찬양했고, 누나들은 크로아티아까지 날아가 여전히 젊고 소녀 같은 감성이 그 속에 살아있다는 걸 발견했다. <꽃보다 청춘>은 그래서 이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일관된 메시지가 어디에 있었는가를 잘 보여주는 마지막 프로젝트다. 그건 바로 청춘이다. 여행을 통해 다시 찾는 청춘의 나. 언제든 무작정 떠날 수 있는 소년, 소녀가 여전히 우리 마음 한 구석에는 살아가고 있다는 걸 이 특별한 여행은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