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기대 없이 봤다가 경탄하게 되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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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기대 없이 봤다가 경탄하게 되는

D.H.Jung 2014. 8. 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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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초월한 놀라운 마블의 세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우주를 배경으로 Red bone‘Come and get your love’를 듣게 될 줄이야. 7,80년대 펑키한 팝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 1을 배경으로 듣는 것만으로도 반색할 만하다.

 

'사진출처: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영화 도입 부분에 이 영화의 주인공 스타로드가 워크맨에 테이프를 끼워 듣는 그 장면은 복고적이며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건드린다. 그런데 그 장면의 배경이 우주의 어느 혹성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Blue Swede가 부른 ‘Hook on a feeling’이나 엔딩곡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Jackson 5‘I wan’t you back’ 같은 주옥같은 곡들은 과거를 향수하게 하면서 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 어떤 인간적인 정감을 느끼게 만든다.

 

스타로드라는 인물은 마치 서부극의 영웅을 SF식으로 재해석한 느낌을 준다. 건맨 스타일로 적과 싸우는 것도 그렇고 특유의 낙천적인 모습이 그러하며 뜬금없이 카우보이 춤을 추는 스타일도 그렇다. 그래서 그가 그토록 집착하는 워크맨과 거기서 흘러나오는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은 이 우주를 배경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인물과 기묘하게 잘 어울린다.

 

우주라는 공간이 본래 그렇겠지만 영화는 시간과 공간을 마구 뒤섞어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80년대 지구에서 우주로 날아온 주인공이지만 그 우주의 어느 혹성은 마치 미래의 지구 같은 인상이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그 세계는 그래서 누군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세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마블의 영화들이 그렇듯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역시 캐릭터가 반짝반짝 빛나는 영화다. 많은 이들은 그래서 <어벤져스>와 이 영화를 비교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스타워즈> 초창기 모습과 유사한 점이 많다. 외계 인종의 용광로처럼 그려지던 <스타워즈>가 그랬듯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는 지구인도 있지만 외계인과의 로맨스도 있고 심지어 나무인간과 너구리와의 우정도 있다.

 

무엇보다 <스타워즈> 1탄의 해리슨 포드가 보여줬던 그 카우보이 같은 특유의 낙천적이고 유쾌한 분위기가 이 영화의 기조라는 점이 관객들에게는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마블의 코믹들이 그러하듯이 무시무시한 적이 등장하지만 그 적 앞에서도 엉뚱하게 춤을 출 수 있는 여유. 마치 전장에서 워크맨으로 옛노래를 듣는 그런 여유를 이 영화는 제공한다.

 

어찌 보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오즈의 마법사>의 우주판 같은 느낌을 선사하기도 한다. 어느 날 훌쩍 그 세계로 날아 들어가는 스타로드의 이야기가 그렇고, 국적과 인종 그 이상의 다양한 인물들이 일종의 루저처럼 등장해 영웅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이 그렇다. 그들이 함께 힘을 모아 세계의 평화를 지켜내는 전형적인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무엇보다 마블의 위대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도대체 이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무엇인가.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세상 어느 구석에 있는 시공간조차 초월한 이야기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마블은 이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사실 장황하게 이런 저런 설명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저 영화의 도입 부분에 흐르는 ‘Come and get your love’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블록버스터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기대 없이 봤다면 그 놀라운 감흥에 한없이 유쾌해질 수 있는 영화. 바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